TL;DR
현재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는 표면적으로 DAXA를 통해 공동으로 거래지원 종목에 대한 대응을 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 가상자산 상장과 폐지에 대한 의사결정은 매우 독립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의 상장 폐지 흐름을 통해 포화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의 점유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거래소간의 신규 상장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반대로 정부 규제 강화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상장 폐지 또한 상당히 많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 자율적인 규제라는 이름 하의 유명무실한 기준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지원 절차가 이루어졌으나, 최근 가상자산 업계 내 부정적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며 규제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추후 일본처럼 의무적 자율기구에 의한 공통된 거래지원 절차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들어가며
현재 국내 5대 가상 자산 거래소는 표면적으로 투자자 보호 및 거래지원 종목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해 디지털자산 거래소 협의체(DAXA)를 구성해 공동 관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타이거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실제 가상자산 상장과 폐지에 대한 기준은 각 거래소마다 상이하며, 이를 대표하는 케이스가 위메이드의 위믹스 코인이라고 볼 수 있다.
22년 12월 DAXA는 위믹스의 코인 과다 유통 문제 등의 이슈로 거래 중지할 것을 밝혀 상장 폐지 절차를 밟게 되었다. 하지만 지난 2월, 불과 2개월만에 DAXA 회원사 중 하나인 코인원에서 위믹스를 재상장하며 논란을 빚었다. 이를 통해 DAXA 내 가이드라인은 표면적으로는 존재하나 각 거래소마다 상장 및 폐지에 대한 중요 기준들이 서로 다르고, 단독적인 의사결정이 팽배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DAXA에서는 주로 가상화폐의 투명성 보장하고 및 위험성 대비 등의 “투자자 보호 조치”를 중심으로한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각 거래소에서는 거래지원하는 종목에 의하여 비즈니스의 성과가 크게 좌우되기에 공통된 움직임을 보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상장 및 폐지되는 종목을 모두 종합해 보면 이러한 흐름을 더욱 잘 확인할 수 있는데, 이번 글을 통해 DAXA에 해당하는 주요 5개 거래소의 상장 폐지 현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테라 루나 사태의 영향
위 차트는 DAXA 회원사의 전체 종목의 신규 상장, 폐지 흐름을 나타낸다. 해당 차트의 22년 4월까지 약 4개월간은 신규 상장 종목이 많고 폐지는 없었으나 5월, 크립토윈터의 시작을 알린 테라 루나 사태 이후 교차점이 발생하며 신규 상장 종목이 급감하고, 폐지 역시 상승 후 감소하는 흐름을 볼 수 있다.
FTX 사태 이후에는 신규 상장이 급증하고 폐지 역시 급증하는 것을 볼 수있는데 이는 1) 각 거래소간 피튀기는 시장 점유율 확보 노력과, 아이러니컬하게도 2) 증가하는 규제에 대한 압박으로 인한 폐지 가속화가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1)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상장 전쟁
[국내 5대 거래소 월별 가상화폐 상장 현황]
FTX발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22년 12월, 다수의 종목이 추가 상장되며 지난 테라 루나 이후 상장되는 가상 자산의 수가 급격한 것과는 다소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이는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총 9종의 가상화폐를 연속적으로 상장시켰으며 이어서 2위 빗썸에서 대규모 상장을 진행했기 떄문이다.
먼저, 업비트에 상장된 가상화폐의 종류는 밈코인 시바이누($SHIB), 글로벌 명문 축구 클럽팀 팬 토큰인 나폴리($NAP), 맨시티($CITY), 바르셀로나($BAR) 등 총 7종이며 글로벌 트렌드에 편승해 시장 점유율을 효과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축구 클럽팀 팬 토큰의 경우 2022 월드컵 시즌과 결부되어 시너지를 내기 위한 목적 그리고 이탈리아 축구팀 나폴리의 공식 스폰서로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판단된다. 실제로 업비트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전월 대비 약 8% 증가하며 유효한 전략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23년 3월 기준 빗썸의 가상화폐 상장 독주가 이어지며 높은 신규 상장 건 수를 보여주는데, 이는 동일 기간 기준 업비트 대비 약 5배 더 많은 가상자산을 상장한 것으로 확인된다. 앞서 다룬 업비트의 사례와 동일하게 BTC 마켓 개편 이벤트와 맞물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대거로 신규 상장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1위 업비트와 점점 더 벌어지는 격차 그리고 3위 코인원의 매서운 추격으로 불안한 2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강수를 둔 것으로 추측된다.
2) 증가하는 규제 압박
‘23. 1분기부터 거래소 내 상장 폐지되는 가상화폐의 건 수가 소폭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는 ‘23. 1월부터 검찰의 ‘코인거래소 상장 비리 및 코인 시장조작' 수사가 진행되었는데 실제 비리와 시세 조종이 확인되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위험성이 있는 종목을 모두 상장 폐지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위 말하는 “김남국 코인 사태” 이후 국내 거래소의 기준은 전체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더 많은 종목이 폐지되고 신규 상장 종목은 계속해서 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단독 상장 추세
앞서 설명한 패턴 외에도 거래소의 상장 및 폐지 트렌드에서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22년 1월부터 현재까지 국내 5대 거래소 기준 상장된 종목의 약 52% 가량이 단일 거래소에서 단독으로 상장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동 기간 단독 상장된 가상화폐 중 약 37% 정도가 국내 2위 거래소 빗썸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된다.
절반 이상의 상장 종목이 단독 상장되었다는 것은 공통된 가이드라인에 의해 상장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만약 이는 공통 가이드라인 자체가 자율적인 기본 규제이기에 위험성, 안정성 등 최소한의 기준만 제시되어있을 뿐 이를 규제할 법적인 근거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각 개별 거래소마다 다양한 기준을 통해 심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처럼 거래소별 상이한 상장 현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예상된다.
마치며
이처럼 국내 거래소 내 가상화폐 상장 및 폐지는 시장의 영향을 받기도 하나, 자율적인 규제 하에 개별 거래소마다 상이한 패턴을 보여주는 경우도 종종 관찰된다. 이는 국내 가상자산 자율협의체 DAXA의 권한이 제한적이고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제시되어 있는 등 거래소의 리스팅 의사결정 과정 내 직접적인 개입이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번 코인원이 DAXA 공동으로 상장 폐지를 결정한 위믹스 코인을 독자적으로 거래소에 재상장하는 등 상반된 입장을 보이기도 하였다.
다만 최근부터 가상자산 업계 내 부정적 사례(상장 비리, 시장 조작 등)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며 거래소의 자율적인 상장 및 폐지 절차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자율기구인 DAXA에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역할을 명확히 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가상자산 업계의 상장 및 폐지 절차가 외부의 충격이나 시장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일관된 경험이 제공되길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일본의 사례와 유사하게 가상자산 자율기구의 권한이 확대되고 심사가 체계화되면서 조금 더 안정적인 거래지원 절차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