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국제 자금세탁방지기구 권고안에 따라 주요 국가들의 트래블룰 법제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한국과 일본이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활발히 트래블룰을 도입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 사례로 보아 향후 가상자산 트래블룰 적용 모습을 예측해볼 수 있는데, 단기적으로는 주로 중앙집중식 얼라이언스 구조를 채택한 트래블룰 솔루션이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다수의 중앙집중식 얼라이언스 구조는 또 다른 비효율적 구조를 낳을 수 있기에 장기적으로는 전통금융시장의 스위프트와 같이 글로벌 단위의 단일 표준 시스템이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들어가며
2019년, 국제기구인 자금세탁방지기구(Financial Action Task Force, 이하 FATF)는 기존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트래블룰(Travel Rule) 권고안을 가상자산 영역으로까지 확대하도록 합의하였다. 권고안 개정 이후 FATF 회원국 중심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트래블룰 제도의 도입이 속속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중 아시아권 국가의 트래블룰 도입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실제로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은 FATF의 최종 트래블룰 지침서 발표(2021년 10월) 이후 세계 최초로 트래블룰의 법제화(2022년 3월)가 이루어진 국가이며, 일본의 경우에도 가상자산사업자가 트래블룰을 의무적으로 도입해야한다는 정책(2023년 6월)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아시아권 국가에서 선제적으로 트래블룰을 도입하는 등 건강한 가상자산 시장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외에도 트래블룰 솔루션 제공사 Notabene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시아권 국가의 트래블룰 도입 및 향후 예정 비율이 타 권역대비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트래블룰이란?
트래블룰이란 FATF에서 은행 등 기존 금융권 대상으로 자금세탁(일명 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여러 규정(KYC, STR 등) 중 하나에 해당하며, 자산이 국내외로 전송될 때 지켜야 할 ‘자금이동 규칙'을 의미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돈에 이름표를 붙이는 것이다(ex. 철수가 영희에게 보내는 100원 이다)
가상자산은 1) 익명성에 기반해 거래가 이루어지는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높고, 2) 거래량이 증가하며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자산군이 되어버렸기에 2019년 부터FATF에서 트래블룰을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가상자산 시장의 트래블룰은 각 가상자산사업자 별로 가상자산을 송수신할 때 송수신자의 정보를 기록해 공유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기본적인 틀은 송수신자의 정보를 기록 및 공유하는 메시징 프로토콜이며 구체적인 적용 범위나 이행 방법은 국가, 가상자산사업자 별로 상이한 것으로 확인된다.
중앙집중형 트래블룰 얼라이언스
트래블룰 솔루션의 경우 다양한 형태로 구축될 수 있으나 중앙집중식 얼라이언스 구조를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개별 가상자산사업자가 서로 연결될 마다 새롭게 연동 개발을 해야하는 피로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예를 들어, 국내 트래블룰 솔루션사 VerifyVASP가 중앙에 존재하며, 각 가상자산사업자는 타 사업자와 직접 연결될 필요 없이 VerifyVASP로만 연동 개발을 진행하면 된다. 이를 통해 1) 연동 개발에 필요한 리소스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2) 중앙화된 구조를 통해 발빠른 규제 대응, 3) 안정적이고 일관된 연동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예상된다. 실제로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주로 이와 같은 중앙집중식 얼라이언스 구조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아시아권 트래블룰 도입현황
현재까지 FATF 가입 아시아 국가 중 6개의 국가가 트래블룰을 도입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 중에서도 한국, 일본이 정부주도하 트래블룰을 의무 적용하도록 법제화하며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추세이다.
한국의 경우, 정부의 권고안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 중심으로 솔루션을 직접 개발해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업비트의 VerifyVASP, 빗썸·코인원·코빗 3사의 CODE 솔루션이 존재한다. 트래블룰 도입 초창기에 두 개의 솔루션이 국내 시장을 양분하며 경쟁적으로 가상자산사업자 유치 및 연동에 열을 올렸으나, 2022년 4월 25일부 금융위원회 권고에 따라 두 개의 솔루션이 상호연동되며 경쟁이 일단락되었다. 다만, VerifyVASP에서 2023년부 트래블룰 서비스를 유료 전환함에 따라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는 VerifyVASP를 사용하되 CODE 솔루션까지 미리 연동해두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 이미 시장에 검증된 트래블룰 솔루션이 존재하는 상황이었기에 한국과 달리 거래소별로 솔루션을 직접 구축하기 보다는 상용 솔루션을 사용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대표적으로 대만 트래블룰 기술 제공사 Sygna의 솔루션이나, 미국 코인베이스의 TRUST 솔루션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처럼 두 개의 솔루션이 시장을 양분한 상황은 각 거래소의 해외 법인 소재지 및 주 사업지역이 주된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비트플라이어의 경우 미국, 유럽 등 해외 법인을 보유한 거래소이기에 서양권 중심의 얼라이언스가 필요했을 것이며, 이 외 거래소는 주 사업지역인 아시아 중심의 얼라이언스 구축이 필요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치며
한국과 일본의 경우 가상자산 시장 내 트래블룰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법제화하였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이 외에도 두 국가 모두 중앙집중식 얼라이언스 구조를 채택한 트래블룰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가상자산사업자는 중앙집중식 얼라이언스 구조를 채택한 솔루션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동 개발 리소스에 대한 이슈나, 규제 이슈 등으로 부터 또 다른 비효율을 겪을 가능성이 높기에 다수의 얼라이언스가 등장할 가능성을 낮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가상자산 트래블룰 솔루션 시장도 전통금융시장의 스위프트와 같은 글로벌 단위의 단일 표준 시스템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