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웹3 산업의 지역별 특성을 분석할 때 국가 단위의 분석뿐만 아니라 도시별 특성도 중요한 고려 요소이다. 동일 국가 내에서도 각 도시는 주요 산업 클러스터, 인프라, 사업 환경 등 지역적 특성이 상이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에 각 도시의 고유한 특성, 그리고 독특한 환경을 파악하는 것은 사업이나 투자 결정을 내릴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본 편에서는 아시아 주요 국가의 도시별 웹3 기업 현황에 대한 분석이 이어질 예정이다. 리포트의 주요 데이터 소스는 스타트업 데이터베이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 사이트 내 공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아시아 주요 국가별 웹3 기업 현황
위 표는 아시아 지역의 주요 8개국 중심으로 웹3 기업의 현황을 조사한 자료이다. 2024년 1월 기준 인도에 가장 많은 웹3 기업이 몰려있으며 그 뒤로 한국, 호주 등이 줄을 잇는다. 대부분 한 국가의 핵심 도시 도시에 기업이 집중되어 있는 ‘쏠림 현상'이 존재하나, 인도 등은 국토가 방대한 나라들은 고른 분포를 보이기도 한다. 이에 아래에서 각 국가의 웹3 거점과 주목받는 웹3 기업, 그리고 지역별 사업 환경은 어떠한지 자세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이다.
1. 인도의 실리콘밸리 벵갈루루(Bengaluru)
웹3 시장은 인도의 실리콘밸리 ‘벵갈루루'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벵갈루루는 인도 IT 산업의 중심지이자, 글로벌 주요 IT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거점이다. 인도 전체 웹3 기업의 약 20%가 벵갈루루에 위치해 있으며, Kratos Studio, Arcana Network, Bitbns, CropBytes 등 인도의 글로벌 웹3 프로젝트들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 최대의 블록체인 행사 ‘IBW(India Blockchain Week) 2023’가 벵갈루루에서 개최되는 등 인도 웹3 산업의 중심지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인도의 웹3 기업들은 벵가루루 외에도 뉴델리, 뭄바이 등 인도 전역에 걸쳐 균일하게 분포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특정 도시에 집중된 주요 아시아 국가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인도는 1) 지리적으로 매우 방대한 크기를 갖고 있으며, 2) 각 도시별로 고유한 경제, 문화가 별도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각 도시마다 웹3 생태계가 독립적으로 조성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 글로벌 최대 명문 공과대학교인 인도 공과대(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IIT)가 인도 전역에 설립된 점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웹3 산업은 IT 인재의 확보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인도 공과대를 중심으로 IT 인재들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균일하게 분포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폴리곤(Polygon)과 같은 글로벌 웹3 프로젝트 성공 사례도 인도 전역에 걸쳐 웹3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을 것으로 예상된다.
2. 한국의 메가시티 서울(Seoul)
한국은 서울을 중심으로 웹3 기업들이 집중되어 있다. 이는 서울이 독보적으로 인구와 인프라 모두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한국 전체 인구 중 약 18%가 거주하는 도시로, IT 개발 인력 또한 서울에 주로 집중되어 있다. 한국의 IT 부트캠프 ‘프로그래머스'의 2023년 설문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개발자 중 70.7%가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서울 중에서도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강남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웹3 기업들이 집중되어 있으며, 이 지역에는 두나무(Dunamu), 빗썸(Bithumb), 해시드(Hashed)와 같은 주요 글로벌 웹3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서울 근교인 성남의 ‘판교(Pangyo)’가 급부상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두 번째로 웹3 기업의 수가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판교는 국내 주요 테크 기업들이 분포한 중요한 지역이며, 넥슨, 넷마블, 위메이드 등 한국 웹3 게임의 대표주자들이 위치해 있어 앞으로 관심이 주목되는 거점이기도 하다. 서울과의 지리적 접근성도 높아, 서울과 함께 한국 웹3 시장을 이끌어나갈 도시로 판단된다.
3. 호주의 동부 대도시 시드니(Sydney)와 멜버른(Melbourne)
호주는 3대 도시인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베인을 중심으로 웹3 기업들이 많이 분포해 있다. 이들 도시는 호주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최근에도 계속해서 인구가 집중되는 등 호주의 중요한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시드니와 멜버른은 호주 전체 웹3 기업의 약 57%가 위치한 지역으로, 호주 정부가 이들 지역 중심으로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고자 한 결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 두 도시에는 핀테크, 그 중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연구와 혁신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이들 지역은 IT 개발 인재도 풍부하여 웹3 기업들이 발전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각 도시별로 대표적인 웹3 기업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시드니는 이뮤터블(Immutable), 선플라워 랜드(Sunflower Land) 등 웹3 게임 관련 기업, 그리고 호주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인디펜던트 리저브(Independent Reserve)가 위치해 있다. 멜버른에는 호주 최초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자르(CoinJar), 그리고 코인트리(CoinTree)가 거점을 두고 있으며, 브리즈베인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Swyftx가 위치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4. 일본 최대 경제도시 도쿄(Tokyo)
일본은 도쿄를 중심으로 웹3 시장이 발전하고 있다. 일본의 전체 웹3 기업 중 약 77%가 도쿄에 위치해 있으며, 그 중에서도 도쿄의 롯폰기, 시부야, 신주쿠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SBI VC 트레이드, 코인체크(CoinCheck), 바이낸스 재팬(Binance Japan) 등 주요 웹3 기업들이 위치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일본은 4대 도시(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비교적 균형적인 분포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한국과 마찬가지로 특정 도시에 편중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도쿄가 서울처럼 금융 인프라, 인적 자본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도쿄 지역의 GDP는 가나가와, 오사카 지역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최소 4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며, 인구 수도 압도적이다.
5. 베트남의 양대도시 호치민(Ho Chi Minh)과 하노이(Hanoi)
베트남의 웹3 기업들은 주로 북부의 하노이, 남부의 호치민을 중심으로 분포해 있다. 대표적으로 하노이에는 카이버 네트워크(Kyber Network), 아이스티 랩스(Icetea Labs) 등의 사무실이 위치해 있으며, 호치민에는 엑시인피니티(Axie Infinity), 코인98(Coin98), Ancient8 등 글로벌 웹3 기업들이 위치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두 도시 모두 인구 밀집도와 경제 발전 측면에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웹3 기업의 활동은 호치민이 근소한 차이로 우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각 도시별 환경적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하노이는 베트남의 수도로서 대부분의 정부부처가 위치해 있다. 이에 다소 보수적인 환경이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반면 호치민은 베트남의 경제 중심지이자 다국적 기업들이 활발하게 진출한 시장이며, 블록체인 기술에 적극적인 도시이다. 또한 베트남의 IT 채용 플랫폼 TopDev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의 개발자 분포는 호치민이 56.7%으로 우세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러한 우위가 웹3 산업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6. 인도네시아의 최대 도시 자카르타(Jakarta)
인도네시아는 다양한 섬으로 이루어진 넓은 영토를 가진 국가이지만, 웹3 기업들의 활동은 주로 자카르타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자카르타가 위치한 자바섬은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소비 시장도 ¾ 이상을 차지할 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여러 섬들로 구성, 섬들 간의 교류가 원활하지 않아 수도인 자카르타를 중심으로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한 것으로 판단된다.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의 금융 중심지로 인도네시아 증권 거래소, 국영 가상자산 거래소 등 주요 금융 인프라가 밀집되어 있으며 Reku, Indodax, NOBI, Avarik Saga 등의 주요 웹3 기업들도 이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앞으로도 자카르타 중심으로 웹3 기업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7. 말레이시아, 동남아 허브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
말레이시아는 수도인 쿠알라룸푸르, 그리고 슬랑오르와 같은 수도권 중심의 웹3 산업 발전이 확인된다. 쿠알라룸푸르는 글로벌 스타트업 환경 11위에 오를 정도로 스타트업 친화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지역의 항공 허브라는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어 많은 웹3 기업들이 위치해 있는 도시이다. 실제로, 쿠알라룸푸르에서 베트남의 호치민, 태국의 방콕,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모두 2시간 이내인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쿠알라룸푸르는 블록체인 분석 기업 ‘이더스캔(Etherscan)’, ‘코인게코(Coingecko)’와 같은 글로벌 프로젝트들이 성공적으로 탄생한 곳으로 알려져 있어 웹3 시장에서 높은 기대를 받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8. 태국의 가장 역동적인 산업 중심지, 방콕(Bangkok)
태국은 관광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산업이 수도인 방콕에 중심을 두고 있으며, 웹3 산업도 역시 이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태국 전체 웹3 기업의 약 80%가 방콕에 거점을 두고 있다. 또한 태국의 웹3 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걸프 에너지(Gulf Energy), 시암상업은행(Siam Commercial Bank), 카시콘은행(Kasikorn Bank)와 가상자산 라이선스를 취득한 사업자들도 모두 방콕에 위치하고 있다.
치앙마이도 디지털 노마드의 중심지로 떠오르며 웹3 시장이 활성화되었을 것으로 예상하였지만, 웹3 기업들의 활동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는 1) 치앙마이 자체의 인구가 적고, 2) IT 산업이 아닌 관광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가졌으며, 3) 최대 도시이자 경제 중심지인 방콕과 지리적으로 멀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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