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은 업비트가 독보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으나, 업비트 독주에 가려진 2위 거래소 빗썸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빗썸은 가상자산 시장 초기 독보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었는데, 1) 시장 초기 진입에 따른 시장 지배 효과, 2) 투자자를 위한 거래 편의성 제공 노력, 3) 가상자산 활용 결제, 송금 서비스 제공을 통한 시장 저변 확대 노력이 돋보였다.
그러나 경쟁자들의 발빠른 추격에 점유율을 상당 부분 놓쳤는데, 이는 1) 서버 다운, 해킹 등 일련의 사건 발생, 2)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 구조, 3) 불편한 입출금 프로세스가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최근 빗썸은 다시 일어나기 위해 다양한 전략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빗썸의 왕좌 탈환을 위한 노력이 가상자산 시장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올지 귀추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들어가며
최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거래량이 유의미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글로벌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Upbit)’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데,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독보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비트의 독주에 가려진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Bithumb)’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업비트가 독보적인 1위를 점하기 이전에 1) 빗썸이 한국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었고, 2) 현재까지도 파격적인 거래 수수료 무료 정책 등을 펼치며 1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며 굳건히 2위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본 리포트에서는 업비트에 가려진 빗썸에 대해 조명하고자 하며, 이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흐름과 상황을 더욱 면밀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빗썸의 영광적인 순간
빗썸은 2014년 ‘엑스코인(Xcoin)’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국내 1세대 가상자산 거래소이다. 2014년 최초 서비스 출시 이후 단숨에 국내 비트코인 거래량 1위에 오르게 되었고, 이후 2017년에는 일 거래대금 1조원을 달성하며 글로벌 1위 가상자산 거래소로 우뚝 섰다. 심지어 2017년 당시 코인원(Coinone), 코빗(Korbit), 고팍스(Gopax)와 같은 경쟁자가 시장에 존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영광의 시대를 보냈다.
이처럼 빗썸에게도 국내 거래소 시장을 선도한 영광의 시대가 있었다. 이를 가능하게 한 주요 배경은 다음과 같다.
시장 초기 진입에 따른 시장 지배 효과
가상자산 투자자를 위한 거래 편의성 제공 노력
가상자산 활용 결제, 송금 서비스 제공을 통한 시장 확대
첫 번째로 시장 초기 진입에 따른 시장 지배 효과가 가장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빗썸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태동하기 시작한 때에 서비스를 출시하였고, 초기 진입은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지배력 확립에 큰 역할을 수행했다. 이에 더해 선두주자의 지위를 적극적으로 활용,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가상화폐 상장 수를 빠르게 늘리며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가상자산 투자자를 위한 거래 편의성 제공에도 노력한 것이 점유율 확대에 영향을 주었다. 빗썸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MTS(Mobile Trading System) 앱을 출시하며 가상자산 투자자가 시간과 장소 구분 없이 용이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 외에도 사용자 스스로 자동 트레이딩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RESTful API를 제공하여 편리함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빗썸이 가상자산을 활용한 결제 및 송금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장 선도자 이미지를 쌓아 올린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빗썸은 가상화폐 기반 결제 시스템인 ‘빗썸 캐시’를 운영하였는데, 신세계면세점, CU, GS25 등과 제휴해 가상화폐를 통해 온라인 상품권을 구매하거나, 오프라인에서 바코드 기반 결제를 가능하도록 지원하였다. 또한 ‘터치비(Touch B)’라는 무인 결제용 키오스크 사업에도 뛰어 들었는데, 향후 가상화폐 결제 기능을 추가하여 가상화폐의 실사용 방안을 확대하려는 포부까지 보여주었다. 이처럼 빗썸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파이오니어 역할을 수행하며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였고, 이 같은 점들이 빗썸이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로 운영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추측된다.
이 외에도 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아이엠아이(구 아이템매니아)의 창업주 이정훈 의장이 빗썸에 합류하며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다고 밝힌다. 이는 게임 아이템 거래소인 아이템매니아의 운영 경험이 빗썸 성장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정훈 의장 합류 이후, 당시 빗썸 내부에 아이엠아이 인력 유입이 활발히 이루어졌고 거래소 시스템이 대폭 개선될 수 있었다. 2016년에는 아이템매니아 거래 서비스 개발 업무를 담당한 이재근 전 빗썸 CTO가 합류하며 더욱 빠르게 성장한 것으로 확인된다.
지속되는 부진, 추락하는 점유율
초창기 빗썸의 성공은 눈부셨으나, 최근 몇 년간 빗썸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실제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점유율의 약 70%을 차지하였으나, 2020년에는 약 46%, 2023년에 이르러는 10% 미만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는 신규 경쟁 거래소들이 등장하며 빗썸의 점유율을 약화시킨 것인데, 이들은 더 나은 서비스, 더 낮은 수수료, 그리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바탕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음과 같은 까닭도 있다.
보안 문제, 개인정보 유출, 서버 다운 등 일련의 부정적인 사건 발생
타 경쟁 거래소 대비 높은 수수료 비율
불편한 입출금 프로세스
첫 번째로, 빗썸은 2017년 부터 악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용자들이 떠나기 시작하였는데, 특히 개인정보 유출 사고, 지속적인 서버 장애, 그리고 해킹에 따른 가상화폐 도난 사건 등이 있었다. 이는 단순히 재정적 손실을 넘어 빗썸의 신뢰성과 전문성에 대해 의문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이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두 번째로, 타 경쟁 거래소 대비 높은 수수료 비율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에 혜성같이 등장한 업비트는 국내 최저 수준인 0.05%의 거래 수수료율을 선보였으나, 빗썸은 그 보다 높은 0.25%으로 책정되어 있어 사용자에게 부담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빗썸은 높은 거래 수수료율을 인식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수수료 할인 쿠폰'을 도입하였으나, 이 새로운 기능은 오히려 사용자들에게 불편함을 야기했다. 거래 패턴이나 매매 현황에 따라 적절한 수수료 할인 쿠폰을 선택하고 구매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이러한 직관적이지 않은 수수료 책정 구조는 많은 사용자들이 빗썸을 떠나 업비트와 같은 거래소로 이동하는 데 한 몫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불편한 입출금 프로세스이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는 ‘실명계좌 발급' 제도가 신설되며 은행과 제휴를 통해 법정화폐를 입출금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제휴된 은행의 정책, 시스템적 한계가 영향을 주기도 했는데, 특히 일일 입출금 한도가 사용자들에게 불편을 주었다. 일례로, 업비트와 제휴한 케이뱅크는 초창기에 일일 입출금 한도가 최대 5억 원이었으나, 빗썸과 제휴한 NH농협은행은 최대 100만 원에 불과했다. 신속한 자금 이동이 중요한 가상자산 시장 특성상 거래의 효율성을 떨어트렸을 것으로 확인된다.
빗썸을 둘러 싼 여러 논란
빗썸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많은 거래소이기도 하다. 이 점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데, 특히 빗썸의 복잡한 지배 구조에 따른 실소유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들 관계자들의 법적 공방도 큰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빗썸의 실소유주라고 알려진 이정훈 전 빗썸 의장은 1,600억 원대 가상화폐 관련 사기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며, 최근 항소심에서 징역 8년 구형을 받았다. 이 외에도 ‘빗썸 회장’이라 불리는 강종현 씨는 횡령 및 주가 조작 혐의로 현재 구속된 상태이다. 빗썸 매각 추진에 대한 소식도 끊이질 않는데, 2018년 부터 빗썸 매각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2020년 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2022년에 이르러는 FTX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빗썸을 인수하려는 시도가 포착되었다. 다만 FTX 파산 이후 매각 관련 협의는 현재 중단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 외에도 빗썸의 자회사 청산 소식은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주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2022년부터 총 3개의 자회사 빗썸라이브, 빗썸시스템즈, 빗썸메타가 법인 청산 과정이 진행되거나 완료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빗썸 거래소 자체가 실적 악화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냐는 의문을 더욱 강화시키며,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자회사 청산이 빗썸의 재정적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왕좌를 탈환하기 위한 빗썸의 노력
빗썸은 지속되는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1)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 중 최초로 거래 수수료 전면 무료 선언을 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 점유율 확대에 사활을 건 빗썸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2) 빗썸은 기업공개(IPO)를 추진함으로써 재무적 건전성을 강화하고, 투명한 지배 구조를 확립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대대적인 개선 역시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키려는 목적이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빗썸이 업계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영광의 시절로 회귀하려는 의지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마치며
빗썸은 경쟁이 치열한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에서 자신의 영광적인 위치를 다시 찾고자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래 수수료 전면 무료화, 기업공개(IPO) 추진,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선 등이 있다. 이러한 노력은 빗썸이 투자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지를 잘 나타낸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들이 업비트의 독주를 깨는데 충분할 지는 미지수이다. 거래 수수료 무료화 선언에 따라 일시적인 점유율 상승이 있었으나, 이후 하락세를 보여 현재 이전 수준으로 회귀한 상태이다. 따라서 빗썸은 거래소의 안정성, 신뢰도 향상을 위한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현재 업비트와의 경쟁에 허덕이면서, 국내 3위 거래소인 코인원에게는 맹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이를 타파하기 위한 빗썸의 전략과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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