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아시아 전반의 국가에서 가상자산 규제 환경이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으며 공통적으로 서구권 국가에 비하여 개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는 경제적 상황, 금융 인프라 보급 등의 이유로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 도입과 스테이블 코인 활용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디지털 금융 혁신의 선두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별로 암호화폐 거래의 독특한 패턴을 보이며, 중앙집중형 거래소(CEX)와 탈중앙 거래소(DEX), 그리고 P2P 거래 등 사용 패턴이 다양하다.
2023 지역별 가상자산 시장 리포트 분석
Chainalysis는 글로벌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으로 70개 국가의 기관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Chainalysis는 매년 국가별 글로벌 크립토 지수(Global Crypto Adoption Index)를 포함한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는데, 리포트에 포함된 지수는 각 지역별 시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을 정도로 공신력이 있다. 이전 리포트에서 다룬 것 같이 해당 지수는 각 국가별 낮은 소득에 가중을 두기에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나, 그만큼 많은 거래와 참여가 있음을 방증하기도해 현재 국가별 시장 상황을 알아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최근 Chainalysis에서는 “2023년 지역별 가상자산 시장 리포트 (The 2023 Geography of Cryptocurrency Report)”의 전문을 공개했다. 이번 타이거리서치의 리포트에서는 Chainalysis의 리포트에서 다룬 아시아 시장에 대해서 눈여겨볼 4가지 핵심을 살펴보고 타이거리서치의 인사이트를 담을 예정이다. 따라서 정확한 Chainalysis의 인사이트가 궁금하거나 전문을 읽고싶다면 Chainalysis에서 발간한 보고서를 확인하기 바란다.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아시아 시장
아시아의 암호화폐 시장은 여타 지역에 비해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세부적으로 각 국가를 살펴보면 상이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많은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경제적 열망, 기술 발전에 노력, 금융 시스템 필요성에 대한 공감와 같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가상자산에 대한 많은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면 필리핀 게이머들은 1세대 P2P 게임에 환호하였고, 인도에서는 CBDC의 실용적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직까지 가상자산 혹은 웹3 시장이 아직까지 초기 단계이지만 아시아 시장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전통적인 금융과의 통합 추세가 확산되고 있으며, 지역 내 고액 자산가와 기관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투자의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
1. 규제의 급격한 변화
최근 아시아의 가상자산 규제 환경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물론, 국가별로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공통적으로 서구권 국가에 비하여 개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전 리포트에서 다룬 것과 같이 중국과 홍콩의 관계(일국양제)에서 비롯된 규제의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사실상 모든 가상자산에 대해 금지를 시행하고 있었으나, 홍콩은 비교적 가상자산에 대해 개방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홍콩은 일국양제라는 긴밀한 관계가 있기에 홍콩 내 가상자산 시장의 안착 정도에 따라 잠재적인 중국의 변화 역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홍콩은 가상자산 거래 사업자 승인을 공식화하는 등 웹3 기업 유치에도 힘쓰고 있으며,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640억 달러 규모의 거래량(중국 864억 달러, 홍콩은 중국의 0.5% 인구 규모)을 보여주는 등 활발한 가상자산 시장을 조성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일본, 인도네시아 그리고 인도 역시 규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인도네시아는 기존 규제 기관인 BAPPEBTI의 권한을 OJK로 이전하는 동시에, 2023년 7월에 기존 증권 거래 모델과 유사한 국영 암호화폐 거래 체계를 도입하는 등의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 일본은 자민당의 "Japan 2023 Web3 White Paper"를 통해 암호화폐와 웹3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규제 재정비를 강조하며, 세금 개혁 및 NFT 관련 규제 개선에 중점을 두고 개방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도는 2021년에는 가상자산 전면 금지를 고려하던 입장에서 벗어나 2023년 G20 정상회의에서 암호화폐 자산에 대한 글로벌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진보적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시아의 대다수 국가 역시도 다른 지역과 같이 아직까지 가상자산을 대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통화, 화폐로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경향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자국 내 화폐 가치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베트남은 과거 다년간 높은 인플레이션을 보이며 자국 통화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겪었는데, 가상자산이 하나의 통화나 화폐로 통용되면 기존 통화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베트남 역시 가상자산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으며, 그 외에도 여러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민간에서 활발한 암호화폐 활동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에서는 그레이존으로 남겨두는 상황을 보이고 있다.
2. 중앙은행 화폐의 디지털 전환
아시아 지역은 디지털 전환의 흐름 속에서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디지털 전환의 실제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필리핀, 파키스탄, 인도 등 아시아 각국은 국가의 경제적 상황 속에서 스테이블 코인 및 CBDC의 도입과 활용을 모색하며 디지털 금융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주요 도시에서 디지털 루피의 시범 운영을 통해 현금 의존도를 감소시키며 효과적인 통화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자 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CBDC 도입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며, 정치적 이슈와 개인의 사생활 보호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그 발행이 지연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MIT와의 CBDC 연구도 중단하였고, 그로 인해 미국의 디지털 달러 도입이 언제쯤 실현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동시에, 유럽 연합은 디지털 유로화에 대한 법적 규정을 모색하며 CBDC 발행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를 실용적으로 사용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이렇듯 아시아와 미국, 그리고 다른 선진국 간의 디지털 전환에 있어서의 속도 차이는 주로 경제적 및 금융 인프라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미국 및 일부 선진국은 깊이 자리잡은 금융 체계와 견고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기존 체계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환 비용이 크게 발생한다. 그러나 아시아의 일부 국가들, 특히 금융 인프라가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국가들은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를 수용하고 적응하는 데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러한 국가들은 기존의 금융 인프라가 미흡하므로, 새로운 시스템을 바로 도입하는 것에 부담이 덜하며 통화 가치의 급격한 변동을 겪는 국가들은 금융 안정을 위해 스테이블 코인이나 CBDC 도입이 하나의 선택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은 아시아에서 상황이 실용적인 디지털 전환 시도들이 축적될 수 있는 환경임을 시사하며, 이러한 시도들이 쌓였을 때 실질적인 혁신이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3. 국가별 상이한 거래 형태
아시아 각 국가는 암호화폐 거래에 있어 독특한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중앙집중형 거래소(CEX)와 탈중앙 거래소(DEX)의 거래 비율이 균등하며, 일본이 이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마운틴 곡스 사태 후 일본의 CEX 플랫폼의 신뢰도 하락과 연관이 있으며 많은 사용자가 DEX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중국은 CEX 사용이 두드러지는 특징을 보인다. 한국은 테라루나와 FTX 사건 이후 글로벌 CEX보다는 비교적 신뢰도가 높은 규제 안에 있는 업비트와 같은 로컬 CEX의 사용이 크게 늘었고, 반면 중국은 2017년과 2021년 거래소 운영 금지에도 불구하고 VPN을 통해 바이낸스와 같은 글로벌 CEX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홍콩과 대만에서는 DEX의 사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홍콩은 OTC나 P2P 거래가 공식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매우 활발하다. 이는 중국의 규제 조치와 홍콩의 금융 환경 변화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DEX나 DeFi 사용보다는 국내 CEX나 글로벌 CEX 사용률이 높거나, 또는 P2P 거래가 주를 이루는 경우가 더 많이 관찰되었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의 소득 대비 거래량을 살펴보면, 암호화폐에 대한 큰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며
아시아 시장은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다른 지역들이 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사이 아시아는 꾸준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이 블록체인 기술의 선두주자로서 시장을 주도해왔지만, 앞으로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변화는 아시아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시아의 각 국가들은 그들만의 역사와 문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깊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를 단일한 시장으로 간주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각 국가의 독특한 특성과 문화를 무시하게 되면 그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는 어려울 것이다. 아시아 시장은 앞으로도 지금보다 더욱 빠르게 진화하며 변화의 중심에 서 있을 것이기에 각 지역의 특성을 앞서서 이해하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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