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STO 관련 법안들이 21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되었고,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될 예정이나 여야 간 이견으로 인해 법안 처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STO 관련 금융 샌드박스 지정 기한이 만료되기 전에 법제화가 시급한 상황이며, 법제화의 속도가 산업 발전의 속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STO 법안 폐기로 인해 국내 기업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국내 STO 시장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규제와 혁신의 균형을 찾아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1.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토큰증권(STO) 관련 법안
지난 4월 미국 최대 규모의 금융사 블랙록(BlackRock)에서 미국 국채를 토큰화한 $BUILD을 선보이는 등 웹3 시장에서 실물자산의 토큰화를 의미하는 "RWA"는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이러한 흐름은 비단 산업의 단독적인 그치지 않고 있다. 여러 국가에서 RWA에 대해 STO, ICO 등 다양한 프레임워크를 통해 제도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RWA는 산업만의 흐름이 아닌, 정부의 규제와 발맞춘 새로운 흐름이 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또한 관련 법안을 발의하였고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비방안까지 배포되었다. 뿐만 아니라 금융 샌드박스를 통한 조각투자, 금융사를 중심으로 얼라이언스가 마련되는 등 주요 규제 기관을 비롯하여 산업에서 선제적인 준비 과정이 이뤄져왔다.
하지만 법안이 상정된 이후 국회에서의 진척은 더디기만 했다. 당초 금융당국이 올해 초까지 STO 제도화를 목표로 했던 것과 달리, 토큰증권 관련 법안들은 다른 이슈에 밀려 논의가 지연되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해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두 차례 상정되는 등 논의가 이어지는 듯 했으나, 결국 정무위는 작년 12월을 기점으로 관련 법안 심의를 전면 중단했다. 급기야 21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해당 법안들은 폐기되고 말았다. 제도 정비의 불씨는 꺼져버렸고, 22대 국회에서의 재발의를 기약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2. 22대 국회에서는 통과가 가능할까?
22대 국회는 지난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하고 6월 5일 개원했다. 21대와 마찬가지로 여소야대 구도로 출범했는데,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합당해 175석을, 신생정당 조국혁신당이 12석을 차지한 반면, 국민의힘은 108석에 그쳤다. 이러한 의석 분포는 범야권이 주도하는 의제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처리될 수 있으나, 범여권이 추진하는 안건은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제22대 국회의 첫 본회의부터 여야 간 갈등으로 파행을 겪었다. 민주당 주도로 국회의장단이 선출되었으나, 국민의힘이 반발하며 본회의는 반쪽으로 진행되었다. 벌써부터 여야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이며, 이는 향후 법안 처리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각 당의 1호 법안은 해당 정당의 가치를 명확히 드러내는 법안인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1호 법안들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된 이후에야 비로소 STO 법안이 발의되고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STO 법안 처리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군다나 지난 22대 총선에서 STO 법제화를 주도했던 정부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했고, 개정안을 주도하여 발의한 윤창현, 김희곤 의원 모두 낙선했다. 뿐만 아니라 해당 법안을 공동발의한 의원 중 2/3가 교체된 상황이다. 재발의가 시급한 상황에서 주도적인 의원들의 부재는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여야 모두 22대 총선 공약으로 토큰증권 관련 입법을 내걸었기에, 비록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법제화는 반드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3. 시급한 STO 관련 금융 샌드박스
그렇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아있을까?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핀테크 기업들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개발하고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규제 특례를 부여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금융 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키고 핀테크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다. 즉, 규제상 불가능했던 사업을 샌드박스 승인을 통해 가능하게 하는 것인데, STO 역시 이러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장에 선보일 수 있었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 최대 4년 6개월 동안 기존 규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서비스를 테스트할 수 있다. 최초 지정기간은 2년이며, 1회에 한해 최대 2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이후 규제개선을 요청할 경우 최대 1년 6개월까지 추가 연장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정일이 가장 빨랐던 카사의 운영사 카사코리아의 경우다. 2019년 12월 18일 승인을 받아 이미 2차 연장이 이뤄진 상태로, 현재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남겨두고 있다. 내년 6월 18일까지 STO 관련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서비스 운영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따라서 STO 관련 법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여야가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반드시 입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기한을 고려할 때 최대한 서둘러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제화의 속도가 산업 발전의 속도를 결정할 것이다.
4. 숨을 고르는 산업계
지난 리서치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2023년 2월 금융위원회 STO 관련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한국의 STO 생태계는 증권사가 주축이 되어 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각각의 증권사가 MOU 체결을 통해 '토큰 증권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각자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고 있거나, 대신증권이 부동산 조각투자 1호 '카사코리아'를 인수한 사례처럼 기술 내재화를 통해 직접적으로 토큰 증권 사업을 영위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하지만 STO 법안이 폐기되면서 이들 증권사 역시 무한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일부 증권사는 관련 사업에 배정된 예산을 재검토하기 시작했으며, 후속 사업도 실증적인 사례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업무협약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5. 마치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STO 관련 기업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바이셀스탠다드, 펀더풀, 바른손랩스 등은 싱가포르 STO 플랫폼 IXswap과 협업하여 한국의 우량 자산과 K-콘텐츠를 동남아 투자자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트레저러는 와인 컬렉션을 토큰화하여 상장하는 새로운 시도를 준비 중이다. 이들은 국내의 과도한 규제를 피해 해외에서 먼저 시장을 개척하려는 우회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우회 전략은 결국 국내 STO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제도적 기반의 부재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 STO 시장의 성장 가능성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국내 시장의 경쟁력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STO 관련 법안의 조속한 마련이 시급하다. 국회는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산업 발전의 초석이 될 제도적 기반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대신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법안 마련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 확보라는 규제의 본질적 목적이 훼손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시장을 위축시킬 뿐이다. 이제는 규제와 혁신의 균형점을 찾아 국내 STO 시장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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