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아랍에미리트의 토호국 중 하나인 두바이는 새로운 성장 동력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인해 정부 주도로 가상자산 시장을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국가의 가상자산사업자 자격은 일반적인 거래소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에 그치는 반면 두바이의 제도는 마진 거래 등을 포함하여 보다 넓은 범위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루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두바이에 거점을 두고 해외 확장 사업을 진행하는데에 목표가 있으며 실질적으로 두바이 내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을 목표로 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그리고 또 두바이로
이전 리포트 내용과 같이 홍콩이 중국의 영향으로 가상자산 시장을 제한한 것과 달리 싱가포르는 신속한 규제 조치로 문호를 개방하여 많은 가상자산 기업을 유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크립토 윈터를 촉발시킨 여러 사건들로 싱가포르 규제 당국은 가상자산 기업을 투자 주의 목록에 포함하거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가상자산 스테이킹, 랜딩 서비스를 금지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며 한 템포 쉬어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많은 기업들은 다른 거점을 모색하기 시작했는데, 이 때 가상자산, 블록체인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새롭게 급부상하기 시작한 두바이가 주목받게 되었다.
정부 방침 히스토리: 정부 주도로 펼쳐지는 가상자산 시장
두바이는 새로운 성장 동력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인해 정부 주도로 가상자산 시장을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바이가 속한 아랍에미리트는 7개의 토후국(土侯國, Emirate), 즉 군주가 지배하는 각각의 왕국으로 이뤄져있는데, 정부의 역할은 군사와 외교 분야 등 일부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권한은 토후국이 자치적으로 행사한다. 때문에 같은 아랍에미리트여도 아부다비 등 다른 토호국과 경쟁관계에 있으며, 두바이는 다른 토후국과 달리 석유가 거의 남아있지 않아 계속해서 경쟁력 있는 성장 동력을 찾아야하는 구조이다. 때문에 두바이 정부는 계속해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시장을 다음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2년 두바이의 왕세자는 메타버스 전략을 통해 두바이를 ‘세계 10대 메타버스 경제 대국’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으며, 여기에는 1,000개 이상의 블록체인 및 메타버스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두바이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블록체인 시장에 친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적극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싱가포르에서 두바이로 거점을 옮기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대표적으로 바이낸스는 사실상 본사를 두바이에 두고 있으며, 이 외에 FTX와 Crypto.com도 두바이를 거점으로 삼고 있다.
VASP 라이선스 요건: 쉽지만 어려운 승인
두바이에는 두바이 가상자산법(The Dubai Virtual Assets Law, 이하 DVAL)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두바이 가상자산 규제청(The Dubai Virtual Assets Regulatory Authority, 이하 VARA)이 있다. VARA는 DVAL을 기반으로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에게 라이선스를 발급하고 사후적인 관리감독을 수행한다. VARA에서 발급한 가상자산 사업자 라이선스는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상이한 신청비 및 라이선스 갱신비, 그리고 매년 감독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특이점이 있다.
사업을 위해서는 1) 임시허가, 2) 예비허가, 3) MVP(Minimum viable product) 허가, 4) FMP(Full Market Product) 허가의 4단계 절차를 거쳐야 획득할 수 있다. 현재 FMP 기준이 발표된 상태이며, 아래 내용은 최종적으로 취득해야하는 FMP 승인을 기준으로 작성하였다.
최소 납입자본금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최소 자본금 또한 구분되어 있으며 최소 100,000 디르함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각 활동에 따라 최소 500,000 디르함 혹은 연간 고정 오버헤드의 15% 중 높은 자금을 유지해야 한다. 이 외에도 월 운영 비용의 1.2배를 유지하거나 필수적인 보험을 드는 등의 요건이 적용된다.
운영 위원회 기준
관련 비즈니스 전개에 필요한 기술, 지식 및 전문성을 갖춘 고위 경영진으로 이사회를 구성해야 하며, 해당 인원들은 법안에 명시된 자격요건을 갖추었는지 VARA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역시 VASP의 전반적인 성과와 재무 상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VASP의 주주 및 관련 이해관계자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책임자 지정
모든 법적 및 규제 의무 준수를 책임질 충분한 책임자 2명을 임명해야 하며, 1) 적절한 요건을 갖춰, 2) VARA의 승인을 받은 3) 해당 기업의 정직원으로 근무 중인 4) 아랍에미리트 국민이어야 한다.
토큰 상장 기준
모든 토큰에 대한 심사 표준을 설정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해서 유동성, 공인된 기관의 승인 등을 확인하게 되며 이를 포함한 심사 표준을 공개해야 한다. VARA의 토큰 승인은 강제되지 않으나 사실상 사업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확인할 요소로 보인다.
거래 자격 평가
가상 자산 투자에 대한 지식 및 경험이 충분하고 위험에 대한 충분한 인지가 필요하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주요 항목 요약 정리
다른 국가의 자격은 일반적인 거래소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에 그치는 반면, 두바이의 제도는 마진 거래 등을 포함하여 넓은 범위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승인을 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보이는데, 아직까지 최종적으로 FMT 승인을 받은 기업은 확인되지 않으며 바이낸스, 바이비트, 오케이엑스 등이 MVP 허가를 받은 상황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기업들이 승인을 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라이선스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해서가 아니라, 승인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두바이 정부의 까다로운 승인 프로세스가 주된 이유로 보인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라이선스 요건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VARA의 승인 프로세스가 까다롭고 요건 외의 요소들이 많아 두바이 정부와의 친밀도가 더욱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법인세 등 세제 혜택: 압도적인 혜택
두바이에 혁신적인 기업이 모이는 대표적인 곳으로 DMCC(Dubai Multi Commodities Centre) 혹은 DIFC(Dubai International Financial Centre)이 있다. 해당 센터에 입주한 기업에게는 다양한 혜택이 제공되는데 대표적으로 2054년까지 소득세 또는 법인세를 내지 않는 장점이 있다. 또한 외국 금융기업의 경우 입주 시점부터 50년간 혜택이 적용되며, 송환세와 수입 및 수출 관세를 부과받지 않는 파격적인 혜택이 있다. 특히 아흐메드 빈 술레얌(Ahmed Bin Sulayem) DMCC 의장이 최근 직접 한국을 방문해 양국 상호 기업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아랍에미리트 국가적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2023년 6월 1일부로 아랍에미리트 재무부에서는 자국 내 기업을 대상으로 연방 법인세를 부과하고자 결정한 사실은 참고하여 미래 사업 방향성을 결정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사업이 진행되는가?
두바이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많기 때문에, 두바이의 노동인구 비율은 타국의 인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간단한 가상자산 사업모델 중 하나인 “송금"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국가인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다양한 사업에 대한 규제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두바이 혹은 아랍에미리트 내에서 블록체인 관련 사업의 가시적인 성과는 확인되지 않는다. 오히려 두바이에 거점을 두고 해외 확장 사업을 진행하지, 실질적으로 두바이 내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을 목표로 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두바이 내 사업보다 세제 혜택을 통해 법인세를 절감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