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홍콩은 중국과의 연계성에서 비롯된 ‘차이나 리스크’로 글로벌 금융허브의 명성을 잃고 있으며, 금융 기업들의 이탈이 진행되었다.
최근 홍콩은 블록체인 시장을 주목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블록체인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홍콩은 1)디지털 금융 허브 형성으로 명성 회복, 2)중국 본토 자금의 가상자산 거래 테스트베드 또는 아웃포스트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아시아의 금융허브의 명성을 잃고 있는 홍콩, 이대로 좋은가.
홍콩은 아시아 금융허브로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금융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명성에 걸맞게 홍콩은 2018년에는 뉴욕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큰 IPO 시장 규모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1) 미중 지리정치학적 마찰, 2) 선거제 개편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3)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고강도 방역 조치로 인해 많은 금융 기업들이 홍콩을 떠나고 있다.
기업들이 홍콩을 떠난 대다수의 요인은 홍콩과 중국의 관계에서 발생한 ‘차이나 리스크'로부터 시작됐다. 우리가 차이나 리스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홍콩의 일국양제를 알아야한다.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은 중국 정부는 홍콩에 '한 국가, 두 체제'를 보장하는 ‘일국양제'를 허용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의 경제적 발전을 고려하여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독립성을 50년 동안 보장했지만, 최근 몇 년간 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2020년 홍콩에 선거제 개편이 이뤄졌으며 계속해서 여러 통제가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통제들로 인해 일례로 세계경제자유도 1위였던 홍콩은 아예 평가대상 국가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이로인해 ‘차이나 런’이라는 말도 생겨나며 홍콩에서 빠져나간 글로벌 자금이 싱가포르에 모여 싱가포르가 아시아 최대 금융 허브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또한 과거 1997년 당시 홍콩의 GDP가 중국 전체 GDP의 5분의 1에 육박할 정도로 잘사는 도시였던 것에 비해 현재는 중국 GDP의 2%에 불과한 상황이다.
홍콩은 왜 다시 블록체인 시장을 주목할까?
과거에는 홍콩이 블록체인 시장에서 활발한 국가 중 하나였다. 중국 정부가 가상자산 유통을 제한하는 반면, 홍콩 금융 당국은 새로운 투자 방식에 대해 선 허용 후 규제를 채택하여 많은 중국의 블록체인 팀들이 홍콩으로 이동하여 ICO를 통한 자금 조달을 시도했고, 다수의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들이 홍콩에 위치했으며 글로벌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도 홍콩에서 설립되었다. 그러나 '차이나 리스크'로 인해 블록체인 기업들도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홍콩을 떠나기 시작하며 블록체인 시장에도 점점 멀어져갔다.
홍콩이 다시 뛰기 시작하였다. 최근 홍콩 정부 당국은 다시 블록체인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라이선스를 부여하여 6월 1일부터 영업을 허용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라이선스(VATP)를 발표했으며, 웹3 부문에도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이에 코인베이스와 같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가 홍콩으로 이동하여 규제를 준수하는 거래소 라이선스를 신청하고 있으며, 다른 기업들도 홍콩 진출을 위한 라이선스를 신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홍콩의 움직임은 미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미국의 규제 기관들은 가상자산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소위 가상자산 전쟁을 선포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홍콩은 이러한 기회를 활용하여 1)디지털 금융 허브 형성을 통한 명성 회복, 2)중국 본토에서 가상자산의 원활한 거래를 위한 테스트베드 또는 아웃포스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홍콩 변화의 주요 타임라인
2023년 2월 20일: 홍콩 증권선물위원회가 디지털 자산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을 포함한 자문 보고서를 제출.
2023년 2월 22일: 홍콩 정부가 웹3.0 분야 발전을 위해 예산을 책정하고, CBDC와 핀테크 인프라 발전을 도모하기로 결정.
2023년 3월 31일: 홍콩 법원이 가상자산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림.
2023년 4월 12일: 홍콩 SFC 당국자가 디파이 서비스도 VATP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밝힘.
2023년 4월 27일: HKMA가 은행들에게 가상자산 기업들에게 합리적인 은행 서비스 제공을 권고.
2023년 5월 20일: 홍콩 SFC가 가상자산 거래사업자 가이드라인 발표, 라이선스 미취득 사업자 영업 금지, 개인 투자자의 가상자산 거래 허용,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방지 시스템 구축 등 내용 다룸.
2023년 5월 31일: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라이선스 신청서 접수 시작.
2023년 6월 20일: 홍콩이 웹3 정책 선행연구 결과 발표, 일본과 UAE의 사례 주로 다룸.
위와 같이 홍콩은 빠른 속도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6월 1일부터 가상자산 거래소 VASP 라이선스를 신청받고 있는데 현재(6월 30일)까지 승인난 곳은 없다. 아직 신청부터 1달의 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인지라 라이선스 관련 현황은 확인할 수 없었다.
남은 의문과 가능성들
이미 홍콩은 100만 달러 이상의 전문투자자, 소위 고래 투자자에게는 부분적으로 가상화폐 거래를 허용하고 있었으며 VPN 등을 통해 암암리에 바이낸스와 기타 거래소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콩의 적극적인 규제로 VASP 라이선스를 가진 정식 거래소가 생기더라도 홍콩 사용자가 얼마나 더 유입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합리적인 은행 서비스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On/Off Ramp의 용이성이 개선되어 유의미한 전환 가능성이 예상된다.
또한 중국이 홍콩과 거래소 연결을 통해 외부 자금을 유입했던 것과 같이 홍콩의 블록체인 시장이 활성화되었을 때 중국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홍콩은 디파이 서비스도 VASP 승인 대상으로 보고 있어 현재 블랙록이 다시 비트코인 ETF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 같이 홍콩 내에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금융 상품이 개발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