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태국은 동남아시아 시장 중 가장 가상자산 시장이 활발한 국가로, 빠른 규제 도입을 통해 동남아시아의 크립토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크립토 윈터가 지속되고, 가상자산 관련 범죄와 불공정 거래가 증가하며 규제 강화의 필요성이 커지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가상화폐 활용 지급결제, 스테이킹 그리고 대출 서비스가 금지되기에 이르렀다. 이는 가상자산의 위험 속에서 자국 금융 생태계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목적으로 확인된다.
최근 친 가상자산 인사의 총리 당선으로 태국 가상자산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일례로, 전 국민 대상 유틸리티 토큰 배포와 같은 정책들이 검토되고 있으며, 이는 태국 가상자산 시장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들어가며
태국은 가상자산 시장이 활발한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 중 하나이다. 태국은 베트남과 더불어 동남아시아 국가 중 가상자산 거래량이 가장 높은 지역이며, 태국 국민의 약 21.9% 가량이 가상화폐를 소유(글로벌 평균 11.9%)하고 있을 만큼 열렬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태국의 독특한 지역적 특성은 태국 웹3 산업의 발전을 기대하게 한다. 태국은 디지털 노마드의 천국으로 불리는데, 1) 장기 거주 비자와 2)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비를 바탕으로 다수의 디지털 인재들을 끌어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은 태국 IT산업의 발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데, 최근 태국의 개발자 증가율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 외에도 태국은 인도네시아에 이은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이며, 인터넷 보급률은 약 85%으로 높은 편에 속해 웹3 산업이 발전하기 좋은 토대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태국 가상자산 시장 주요 사건 타임라인
태국의 가상자산 시장은 매우 역동적인 변화를 겪고 있으며, 주요 타임라인은 다음과 같다. 태국 정부는 가상자산 시장 초기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였으나, 가상자산 시장이 급격히 발전하며 규제권 안으로 편입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크립토 윈터가 지속되고, 일련의 부정적인 사건들이 발생하며 규제 당국은 이를 막기 위해 가상자산 규제를 강화시키는 단계에 있는 상태이다.
주요 사건 타임라인
1단계) 가상자산 시장 초창기
태국은 비교적 빠르게 가상자산 시장이 태동하기 시작한 국가이며, 2013년부터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코인(Bitcoin Co. Ltd)이 설립 및 운영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시장 초기에는 가상자산 시장의 발전이 제한되었는데, 태국 중앙은행(Bank of Thailand)이 가상화폐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해당 거래소의 운영을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을 추측해보면, 태국은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발원지로서, 자국 통화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였고, 자국 통화 가치를 위협하는 가상화폐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2단계)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권 진입
초기 태국 정부는 가상자산이 자국 금융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였으나, 가상자산 시장이 외형적 성장을 이루기 시작하면서 조금 다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권 편입을 서두르기 시작한 것인데, 이에 태국 정부는 2018년 5월 아시아 최초로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제정하였으며, 세계 최초로 ICO(Initial Coin Offering)을 허용한 국가가 되었다.
태국은 가상자산 관련 법안 제정 외에도 자국 내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여러 노력을 보였다. 일례로, 태국 중앙은행은 상업은행이 가상자산 관련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사실상 상업은행이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 중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승인한 것이다. 추가로, 태국 증권위는 ICO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등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의 성장을 더욱 촉진시켰다.
3단계) 가상자산 규제 강화의 시기
태국은 가상자산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신속히 대응하며 아시아의 주요 가상자산 허브로 부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속되는 크립토 윈터, 가상자산 관련 범죄나 불공정 거래의 증가로 인해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고, 자국 내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강화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기 시작하였다.
그에 대한 일환으로, 태국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비대면 계좌 개설이 가능했으나 2021년 5월부터 대면 확인 절차가 도입되었다. 이 조치는, 가상자산의 흐름과 출처를 정확히 추적하여 가상자산 관련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확인된다. 또한, 2022년 4월에는 가상화폐를 지급결제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며 자국 통화 가치를 보호하고자 하였고, 2023년 7월에는 가상자산 대출 및 스테이킹 서비스를 금지하며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였다.
마지막으로, 태국 중앙은행은 2022년 10월 상업은행에 대한 가상자산 관련 규정도 새롭게 발표하였다. 골자는 일반 대중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에 제약을 두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태국 상업은행이나 금융지주사는 전체 자본 중 3%을 초과하여 가상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없다. 또한 금융지주사의 가상자산 사업 참여는 허용하되 태국 중앙은행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며, 상업은행은 기존 규정대로 가상자산 관련 사업에 대해 직접적인 참여나 수행이 금지된다. 이처럼 태국 정부는 가상자산 관련 일련의 부정적 사건들로 인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었고, 규제 강화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노력이 주를 이루었다.
태국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
태국은 동남아시아 중에서도 리테일 중심의 가상화폐 투자가 가장 활발한 국가이다. 현재 태국 내 로컬 가상자산 거래소는 총 10개로 등록되어 있으며, 주요 거래소로는, Bitkub, Orbix Trade(전 Satang Pro), 그리고 Zipmex가 있다. 특히 Bitkub는 전체 거래량의 약 75%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2021년 크립토 썸머 당시에는 약 90%까지 치솟았던 이력이 있다. 이는 태국에서도 다른 국가들처럼 거래소 시장의 승자 독식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한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Upbit)가 태국 시장에 진출해 있으며, 2024년 초에는 태국 기업인 걸프 에너지개발(Gulf Energy Development)과 바이낸스(Binance)가 합작한 신규 가상자산 거래소 ‘걸프 바이낸스(Gulf Binance)'가 출범할 예정이다. 앞으로 태국 로컬 거래소 간 점유율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태국 국민들이 이처럼 가상화폐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로, ‘소득 불평등'을 꼽는다. 태국은 소득 분배의 불평등이 큰 나라로, 최상위 20%의 소득이 전체 소득의 45% 가량을 차지한다. 이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불평등이 높은 수준이며, 글로벌 관점에서도 심각한 수준에 속한다. 실제로 태국은 전 세계 소득 불균형이 큰 나라 3위에 기록되기도 하였다. 이에 많은 이들이 가상자산 투자를 통해 소득 불평등을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추측된다.
태국 가상자산 시장을 이끄는 상업은행
태국 가상자산 시장의 주축은 단연 상업은행(Commercial Bank) 이다. 2018년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제정되면서, 태국 중앙은행은 상업은행의 가상자산 관련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게 되었고, 이를 기점으로 상업은행의 공격적인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이어졌다. 상업은행이 여전히 직접적인 가상화폐 관련 사업을 진행할 수는 없었지만, 자회사를 통해 사실상 가상화폐에 투자하거나 발행,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 중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태국 주요 상업은행 중에서도, 특히 태국 왕실 소유의 시암 상업 은행(Siam Commercial Bank)과 카시콘 은행(Kasikorn Bank)의 혁신적인 행보가 인상적이다. 시암 상업 은행은 2020년 4월 리플(Ripple)을 활용한 해외 송금 서비스 ‘SCB Easy’를 선보였으며, 2021년 7월에는 리플 자체 결제 네트워크인 리플넷(Ripple Net)의 운영 라이선스까지 취득하며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었다.
더 나아가, 2021년 11월 시암 상업 은행은 태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Bitkub’의 지분 인수 계획을 발표하였으나, 크립토 윈터가 지속되고,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 문제가 불거지며 계획이 무산되었다. 하지만, 시암 상업 은행은 2022년 5월부터 지주회사 ‘SCBX’의 자회사인 ‘InnovestX’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시암 상업 은행은 규제로 인해 가상자산 사업을 직접 진행할 수 없으나, 지주사인 SCBX를 통해 웹3 관련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크립토 VC ‘SCBX 10X’를 설립해 운영하며, 이들은 2021년 2월 5천만 달러에 달하는 웹3 펀드를 조성한 이력이 있다. 또한 SCB 10X의 자회사 ‘TokenX’를 통해 가상화폐 상장 지원 서비스(ICO Portal)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 최대 크립토 VC인 해시드(Hashed)와 합작사 ‘샤드랩(Shard Lab)’을 설립해 블록체인 기술 리서치 및 실험적 상품 개발에 앞장 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카시콘 은행도 태국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카시콘 은행은 ICO 포탈 ‘Kubix’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의 핀테크 자회사인 ‘카시콘 비즈니스 테크놀로지 그룹(Kasikorn Business Technology Group, 이하 KBTG)’을 통해 크립토 VC ‘KX(Kasikorn X)’를 운영하고 있다. KX는 가상자산 투자 분석 플랫폼 ‘BigFin’와 법정화폐로 NFT 구매가 가능한 마켓 플레이스 ‘Coral’을 선보이며 가상자산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다.
또한, 카시콘 은행도 시암 상업 은행과 마찬가지로,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2023년 10월 태국 가상자산 거래소 ‘Satang Pro’의 모회사 지분 97% 가량을 인수하고, 거래소 이름을 ‘Orbix Trade’로 변경해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KX는 웹3 및 인공지능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1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며 시장을 선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외에도 태국 중앙은행을 비롯해, 시암 상업 은행, 카시콘 은행, 그룽타이 은행, 아유타야 은행 등 태국의 주요 상업은행들이 태국 CBDC 프로젝트 ‘inthanon’에 참여하여 디지털 화폐 도입 및 활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보아, 태국의 가상자산 시장은 이들 상업은행에 의해 주도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마치며
태국은 가상자산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발전해왔으나, 최근 규제 강화의 움직임이 잇따르며 잠시 주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친 가상자산 인사인 ‘스레타 타비신' 총리의 당선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타비신 총리는 과거부터 가상자산 사업에 적극적이었으며, 국민들에게 약 300 달러 가치의 가상화폐를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그의 당선 이후, 태국 여당과 중앙은행은 국민들에게 유틸리티 토큰 지급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에 가상화폐가 결제 수단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새로운 기대감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이 단순 포퓰리즘에 불과해,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 목적보다는 일회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한 태국을 둘러싼 일부 부정적인 전망도 확인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태국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성장률이 낮고, 중위연령은 41세로 베트남(32세) 대비 굉장히 높은 편에 속한다. 더불어, 태국 정부는 2025년부터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 모두에 과세를 계획하고 있어, 이 역시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요인들로 인해 태국은 폭발적인 잠재력을 가진 인도네시아, 베트남 시장 대비 웹3 시장의 성장이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친 가상자산 인사가 총리로 당선되었고, 상업은행 중심으로 웹3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보이고 있기에 주목할 만하다. 과거 크립토 허브로 도약하던 시기처럼, 태국이 다시 부활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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