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최근 한국의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원과 빗썸이 USDT를 원화 마켓에 상장하면서, 한국 가상화폐 시장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국내 시장의 1) 글로벌 시장과의 연결성 강화와 2) 거래소의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USDT 상장은 빗썸의 거래량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무료 수수료 정책 등을 통해 강력한 프로모션 활동을 펼친 빗썸은 USDT 상장을 통해 바이낸스 등 글로벌 거래소 고객의 유입에 편의성을 더하며 거래량 상승을 견인했다.
한국은행은 지속적으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우려를 표했으며, 현재 스테이블코인을 대체할 수 있는 CBDC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화폐로,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며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잇달은 한국 거래소의 USDT 상장
최근 한국의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원과 빗썸이 각각 원화 마켓에 USDT(테더)를 상장하면서 한국 가상화폐 시장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코인원은 지난 1일 USDT를 상장하며 이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고, 빗썸은 이에 이어 며칠 후인 7일에 같은 조치를 취했다.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스테이블코인인 USDT는 미국 달러와 1:1 가치 연동을 목표로 하여 거래의 안정성과 편리성을 제공하는 중요한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한국의 주요 거래소들이 USDT 상장을 통해 1)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글로벌 시장과의 연결성을 강화하고, 2) 거래소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이번 상장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후오비 코리아는 이미 2019년 1월 4일에 원화 마켓에 USDT를 상장했다. 하지만 2021년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가 의무화된 이후에는 은행권으로부터 실명계좌 발급을 받은 거래소만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고 후오비 코리아는 실명계좌 발급을 받지 못해 USDT 원화 거래를 지원하지 못했다. 하지만 원화마켓 운영이 가능한 다섯 개의 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는 지금까지 USDT 거래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왜 지금까지 지원하지 않았을까?
한국의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USDT와 같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의 원화 상장을 주저해온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금융당국의 외환 거래와 관련된 규제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환전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원화 거래는 외환 거래 규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이 외환거래법에 명시된 ‘지급수단’에 해당하는지, 자본거래의 일부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으며, 기획재정부 역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의 외환거래 규제에 해당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KYC 절차를 거친 고객의 스테이블코인 거래 추적
트래블룰의 적용으로 즉각적인 출금의 제재
달러로 환전하기 전까지 외환으로 보기 어려움
그러나, 2022년 12월에 발표된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입법례를 참고하여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외환거래 신고 대상에서 제외하는 특별 조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KYC(고객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친 거래소의 고객이 거래한 스테이블 코인은 추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 거래소에는 가상자산의 이동 규칙인 ‘트래블룰'이 적용되어 있어 즉각적인 출금을 제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USDT와 같은 가상자산은 달러로 환전하기 전까지는 외환이라고 보기 어려워 원화 거래 상장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블코인의 상장은 어떠한 영향이 있었을까?
과거 업비트가 90% 이상의 점유율을 보였던 것과 달리 현재는 빗썸의 점유가 크게 늘어나며 27일에는 업비트를 앞선 거래량을 보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무료 수수료 정책이 빗썸의 시장 점유율의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이 빗썸의 숨은 공신의 역할한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빗썸에 USDT가 상장된 7일부터 점유율이 더 크게 늘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바이낸스 등의 글로벌 거래소을 사용하는 국내 고객을 빗썸으로 유입시키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거래소 이용 시 일반적으로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가상자산이 필요하지만, 빗썸에서 USDT의 원화 거래를 지원하면서 이러한 중간 단계 없이도 손쉽게 글로벌 거래소로 접근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사실, 빗썸이 무료 수수료 정책일 펼치고 있기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또한 현재 USDT는 약 3% 갸량의 김치 프리미엄이 있어 Arbitrage(차익거래)를 하는 고객들에게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 창구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빗썸 등 국내 거래소에서 변동성이 낮고 거래 수수료가 낮은 TRON 등의 가상자산을 매수한다.
글로벌 거래소 지갑으로 구매한 가상자산을 입금시킨다.
입금받은 가상자산을 USDT 등으로 매도하여 거래를 한다.
거래 대금을 원화로 환전하기 위해 TRON 등의 가상자산을 매수한다.
국내 거래소 지갑으로 구매한 가상자산을 입금시킨다.
입금받은 가상자산을 원화로 거래하여 계좌로 이동한다.
하지만 코인원의 상황은 다소 다르다. USDT를 원화거래소에 상장시켰으나 빗썸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없었는데 이는 코인원으로 글로벌 고객이 유입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빗썸의 경우에는 무료 수수료라는 강력한 유인책이 있었으나 코인원은 이러한 유인책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차이로 보인다.
잔존하고 있는 불확실성
최근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언급한 바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전통적인 법정 화폐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이 법정 화폐와 연동되어 변동성이 적고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특성 때문에, 금융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며 법정 화폐 수요 감소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규제되지 않은 스테이블코인의 불안정한 가치가 금융 시스템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LG CNS를 CBDC 활용성 테스트 관련 시스템 개발을 위한 계약을 하는 등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화폐로,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CBDC의 위협 외에도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상장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테라-루나 사태 이후 스테이블코인의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 USDT는 ‘160억원 환치기’ 범죄 연루 사실이 알려지는 등 정부의 제재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인원과 빗썸이 어떻게 대응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그들의 규제 준수와 법규 해석 방식은 향후 다른 거래소들의 상장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이는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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