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캄보디아는 중앙화 서비스 이용이 크게 증가하며 암호화폐 도입 지수가 13계단 상승했으나, DeFi 서비스는 하락세를 보였다.
국립은행(NBC)은 암호화폐에 강경한 입장인 반면, 증권거래감독청(SERC)은 개방적 태도를 보이며 거래소 인가를 승인하는 등 규제 기관 간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비한 규제와 높은 부패 지수로 인해 불법 자금 유입 우려가 있으나, 이러한 규제의 불명확성은 새로운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1. 왜 캄보디아 시장에 관심이 모이는가
캄보디아가 글로벌 웹3 시장의 새로운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Chainalysis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글로벌 암호화폐 도입 지수가 전년 대비 13계단 상승한 17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세의 핵심 동력은 중앙화 서비스(Centralized Service) 이용 확대다. 특히 1만 달러 이하 소액 거래 중심의 '소매 중앙화 서비스 수신' 부문에서 34계단 상승해 9위를 달성했으며, '중앙화 서비스 수신' 부문에서도 35계단 상승한 10위를 기록했다. 이는 소매 투자자층이 확대되면서 전반적인 중앙화 서비스 이용이 활성화되었음을 시사한다.
반면 DeFi 서비스 이용은 하락세를 보였다. 관련 지표들이 각각 18계단, 6계단 하락하며 대조적인 양상을 나타냈다. Chainalysis의 순위는 1인당 GDP(PPP) 기준으로 조정되어 절대적 거래액 파악에는 한계가 있으나, 캄보디아가 보여준 극단적인 등락은 시장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급진적인 변화를 보이는 캄보디아에 대해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관심을 표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캄보디아 시장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다. 이에 본 보고서는 캄보디아 시장의 현황을 분석하고 변화의 원인을 살펴본 후, 새롭게 열리는 기회요인들을 모색하고자 한다.
2. 캄보디아 매크로 환경
캄보디아는 최근 정치적 안정성 확보와 함께 개혁 드라이브를 가속화하고 있다. 훈센 전 총리가 38년간의 장기 집권 후 2023년 8월 장남 훈마넷에게 총리직을 승계했으며, 여당인 캄보디아국민당(CPP)은 제7대 총선에서 125석 중 120석을 차지하며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훈센 전 총리는 국왕 자문기구 의장, 여당 총재 등 주요 직책을 유지하며 신정부의 안정적 운영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정권 이양과 함께 신정부는 대대적인 내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고위층 자녀들이 주요 부처 장관직을 승계하는 등 지도부의 전면적 세대교체가 이뤄졌으며, 젊은 세대 중심의 내각 구성은 변화와 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개혁 의지는 투자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캄보디아는 적격 투자 프로젝트(QIP)에 대해 3~9년간의 법인세 면제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R&D, 인적자원 개발 등에 대한 세금 공제도 실시하고 있다. 특히 100% 외국인 소유 법인 설립이 가능하고 자유로운 과실 송금이 보장되는 등 해외기업 진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팬데믹 이전 약 20년간 6~7%대의 고속 성장을 지속했으며, 팬데믹 이후에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젊은 인구 구조와 중산층 성장으로 구매력이 확대되면서 소비시장으로서의 매력도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행정절차의 투명성 부족과 부패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다. 2022년 국제투명성기구 부패인식지수에서 180개국 중 150위를 기록했으며, 세무당국의 자의적 결정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편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행정 시스템의 불투명성은 블록체인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종합하면, 캄보디아는 젊고 역동적인 시장 환경과 개방적인 해외 투자 정책을 갖추고 있으나, 투명성 부족과 부패 문제가 산재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의 불명확성은 오히려 블록체인 산업에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시험적인 서비스의 경우, 이러한 환경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면 빠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3. 캄보디아 블록체인 시장 환경
3.1. 암호화폐 규제 상황
캄보디아는 암호화폐에 대해 명확한 정의나 규제를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여러 성명을 통해 규제당국의 의도를 밝혀왔다. 다만, 주요 규제기관인 캄보디아 국립은행(NBC, National Bank of Cambodia)와 증권거래감독청(SERC, Securities and Exchange Regulator of Cambodia)이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어 해당 흐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당초에 두 기관은 허가 없이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며 현지 은행 계좌의 법정 통화를 활용한 온오프램프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공통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현재 캄보디아 국립은행은 암호화폐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반해, 증권거래소 측은 점차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립은행은 스테이블코인 거래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반면 증권거래감독청은 고객 신원 확인(KYC) 규정만 준수한다면 모든 종류의 증권 거래를 허용하는 입장이다. 나아가 증권거래감독청은 2022년 7월 바이낸스와 규제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샌드박스 프레임워크'를 도입해 최초로 거래소 인가를 승인했다.
2024년 8월 초, EuroCham의 디지털 및 기술 위원회(Digital and Technology Committee)가 주최한 행사에서 주목할 만한 발표가 있었다. 캄보디아 국립은행의 Ouk Sarat 중앙은행 운영 부국장은 새로운 '캄보디아 암호 자산 규제 초안'을 공개했다. 이 초안에 따르면 암호화폐는 두 그룹으로 분류되어 차등 규제가 적용된다. 전통 금융상품의 토큰화 자산(Group 1A)과 스테이블코인(Group 1B)은 제한적으로 허용하되, 비트코인과 같은 무담보 암호자산(Group 2)은 계속해서 금지하는 방침이다.
3.2. 현재 시장 상황
캄보디아의 암호화폐 도입률은 혼란스러운 규제 상황 속에서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Chainalysis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암호화폐 도입 지수가 전년 대비 13계단 상승한 17위를 기록했으며 특히 자국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인 '바콩'의 이용률이 65%에 달하는 등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편이다.
캄보디아 투자자들은 주로 바이낸스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약 20만 명의 캄보디아인이 바이낸스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바이낸스가 캄보디아의 공식 언어인 크메르어를 지원하지 않아 현지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SERC의 승인을 받은 캄보디아 최초의 공식 디지털 자산 거래소 RGX(Royal Group Exchange)가 출범했다. X-Codes Solutions의 기술 지원을 받아 개발된 RGX는 100개 이상의 암호화폐 거래를 지원하며, 25배까지 가능한 레버리지 선물 거래도 제공하여 투자자들이 원하는 거래 방식을 포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하지만 RGX는 아직 트레이딩 계산기, 청산가격 표시 기능, 법정화폐-암호화폐 직접 거래 기능 등 기술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NBC의 은행 시스템 연동 승인과 SERC의 증권형 토큰 발행 프레임워크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RGX 자체적으로도 보안 강화, 고객 서비스 개선, UI/UX 개선, 신뢰도 제고 등이 요구된다. 특히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해킹으로 지속적인 피해를 입었던 것과 같이 보안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SERC는 2024년 2월 KS Green과 MOU를 체결하며 캄보디아 최초의 증권형 토큰 거래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의 토큰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시장 내에서 혁신적인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3.3. 범죄 자금
캄보디아 암호화폐 시장은 규제 체계가 미비한 가운데 높은 부패 지수와 맞물려 불법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Chainalysis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Huione Guarantee라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가 2021년 이후 약 490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를 처리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보고서는 이 기업이 표면적으로는 부동산과 자동차 거래를 위한 마켓플레이스를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 거래의 상당 부분이 의심스러운 거래로 분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경간 자금 이동과 현금, 스테이블코인, 중국 결제 앱 등으로의 전환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보고서는 유사한 범죄들이 주로 동남아시아의 경제특구를 거점으로 하는 초국가적 조직들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해당 보고서는 미얀마, 라오스, 필리핀, 캄보디아 등이 주요 거점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자금의 대규모 유입은 캄보디아 중앙화 서비스의 거래량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캄보디아의 암호화폐 관련 뉴스에서는 이러한 사례들이 자주 보도되고 있어,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체계적인 규제 체계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4. 캄보디아 시장 진출을 위한 제언
캄보디아 시장은 현재 국립은행과 증권거래감독청이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열기와 규제 사각지대를 활용하려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불안정한 시장 환경은 위험 요소로 인식될 수 있으나, 오히려 산업 발전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바이낸스와의 양해각서 체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규제 당국이 산업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는 아직 규제 틀이 확립되지 않은 블록체인 산업에 적합할 수 있다.
홍콩, 싱가포르, 두바이, 아부다비 등 기존의 블록체인 허브들과 달리, 캄보디아의 미비한 규제 환경은 새로운 프로젝트들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자국의 엄격한 규제를 피해 새로운 기회를 찾는 주변국 창업자, 블록체인 산업에서 시도되지 않은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테스트하고자 하는 창업자, 현지 정부 및 규제기관과 네트워크를 보유한 창업자에게는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미 시장에서 자리잡은 대형 프로젝트들의 경우, 이러한 불확실성이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1) 성인의 계좌 보유율이 33%에 그치고 있으며 2) 약 770만 명의 성인이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3) 1인당 소득이 낮고 4) 언어적 장벽이 있어 서비스 진입에는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지 특성을 고려할 때, 캄보디아 시장은 금융 포용성 확대라는 기회와 함께 상당한 진입 장벽이 존재하는 시장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며, 현지 금융 인프라와의 협력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전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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