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비트코인,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에 대한 기대감과 현실
2024년 1분기 홍콩 시장 업데이트
TL;DR
홍콩은 블록체인과 웹3 기술을 통해 디지털 금융 허브로 도약하고 중국 본토의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모색하고 있으나, '차이나 리스크'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2024년 1분기 홍콩은 VATP 라이선스 제도 시행,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가상자산 규제 및 제도 정비에 속도를 냈으며, ZA Bank 등의 금융기관들도 관련 서비스 제공을 준비 중이다.
AAX 사태 등 시장 교란 요인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며, 중국발 자금 유입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장기적 생태계 조성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싱가포르, 두바이 등 경쟁 도시들과의 차별화 전략도 요구되나, 여전히 홍콩의 변화 속도와 잠재력은 여전히 주목할 만하다.
1. 홍콩 블록체인 시장은?
이전 ‘홍콩 블록체인 시장의 성장과 변화’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홍콩은 과거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자리매김했으나, 최근 몇 년간 중국의 통제 강화와 불확실성으로 '차이나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금융 기업들의 이탈이 가속화되었다. 금융허브로서의 명성이 퇴색되는 상황에서 홍콩은 블록체인과 웹3 기술에 주목했다. 홍콩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소 라이선스를 도입, 웹3 분야에 정부 예산을 배정하는 등 적극적인 전략을 통해 블록체인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홍콩의 웹3 시장 활성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첫째, 디지털 금융 허브로 거듭나면서 잃어버린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중국 본토의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테스트베드 또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여전히 잔존하는 '차이나 리스크'와 정치적 불확실성은 홍콩 웹3 시장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미 다른 경로를 통해 가상자산을 거래하고 있는 홍콩 사용자들이 VATP 라이선스를 받은 거래소로 얼마나 유입될지도 관건이 될 것이다.
이렇듯 홍콩 블록체인 시장은 불확실성이 높지만, 2024년 들어 VATP 라이선스 신청, ETF 승인 등 다양한 소식으로 글로벌한 관심이 모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2024년 1분기 동향을 통해 홍콩의 성장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파악해볼 것이다.
2. 홍콩의 2024년도 1분기 그리고 이후의 주요 변화들
2.1. VATP 라이선스 도입
홍콩은 2023년 6월, 가상자산거래플랫폼(Virtual Asset Trading Platform, VATP) 라이선스 제도를 도입했다. 일반적으로 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 이하 VASP)는 VATP를 포함하는 큰 개념으로, 현재 홍콩 내에서 VASP 체제 하에 규제되는 유일한 가상 자산 관련 서비스는 VATP뿐이다. 홍콩 내 VATP는 두 가지 관련 법안인 1) 증권선물법, 2) VASP 대상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방지 관련 법안을 모두 충족하고 관련 항목들을 준수해야 한다.
Lists of virtual asset trading platforms, Source: SFC
2024년 2월 5일, 홍콩 금융당국, 증권선물위원회(SFC)는 모든 거래소에 2월 말까지 VATP 라이선스를 신청할 것을 요구했고, 미신청 시 5월 31일까지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현재까지 OSL과 해시키 두 거래소만이 VATP 승인을 받았으며, Bybit, OKX, Crypto.com 등 23개사는 신청을 마쳤지만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반면 후오비(HTX)는 신청 사흘 만에 철회하여 홍콩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으며, 이 외에도 5개사가 거부 및 철회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러한 상황에 더해, 최근 SFC는 무면허 가상자산 거래소 “Sure X"에 경고를 보내기도 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SFC에서 VATP 라이선스에 대한 강경하고 보수적인 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니, 홍콩 시장에서 영업 중이던 거래소들은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특히,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못할 경우 영업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에 거래소들은 규제 요건을 충실히 이행하고, 투자자 자금 보호와 보안 강화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규제 강화 추세는 홍콩뿐만 아니라 동남아 전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단순히 IP 차단을 통해 규제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VPN을 통해 거래를 우회적으로 지속할 수 있다. 그러나 규제 당국이 더욱 강경한 태도로 글로벌 거래소에 특정 국적의 투자자들을 KYC 과정에서 모두 배제하도록 요구하는 경우, 거래소는 해당 국가에서의 점유율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 실제로 몇몇 국가에서는 이 같은 차단 수위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규제 요건 준수 및 라이선스 취득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2.2. 비트코인,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및 거래
Total HK BTC Spot ETF BTC Inflow, Source: sosovalue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2024년 4월 15일, Harvest Fund Management, Bosera Asset Management, China Asset Management 등 최소 3개 자산운용사에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 발행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 이에 따라 4월 30일, 홍콩 증권거래소에는 아시아 최초 비트코인,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가 시작되었다.
첫날 비트코인 ETF에는 약 2억 5천만 달러, 이더리움 ETF에는 약 4천 3백만 달러의 자금이 유입되었다. 이후 현재까지 소폭이지만 순유입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많은 투자자들은 미국의 ETF 승인 규모에 비해 적은 유입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아울러 중국 본토에서는 상업적 가상자산 거래가 전면 금지된 만큼, 중국발 자금이 홍콩 ETF 시장에 유입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블록체인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전 중국 디지털 위안 총괄 Yao Qian이 중국 청탁방지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어 변화는 빠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를 모두 승인했다는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홍콩 SFC는 2022년부터 공고문을 통해 꾸준히 가상자산 관련 상품 규제 방침을 제시해 왔기에, 이번 ETF 승인 이후 가상자산 관련 금융상품에 대한 추가 허용이나 규제 완화를 예상해 볼 수 있다.
2.3.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
Stablecoin Issuers page, Source: HKMA
2024년 3월 12일(현지시간), 홍콩 중앙은행인 홍콩금융관리국(HKMA)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HKMA는 지난해 12월 금융서비스국(FSTB)과 공동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 규제를 위한 입법 제안에 대한 문서를 발표한 바 있으며, 당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를 위한 샌드박스 제도 도입 계획도 밝힌 바 있다.
당국은 스테이블코인의 건전한 발전과 잠재적 위험 통제를 위해 명확한 규제체계 정립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발행사의 자본 건전성, 자산 운용의 안정성, 사용자 보호 장치 등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현재 다수의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들이 홍콩을 주요 거점으로 고려 중인 가운데, 홍콩이 스테이블코인 허브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제로 홍콩의 ZA Bank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을 위해 토큰을 뒷받침할 현금 준비금 계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ZA Bank의 부행장 Devon Sin은 5~8개의 기존 및 신규 기업 고객들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고려하고 있으며, HKMA의 규제 샌드박스에 공식 승인되면 이들에게 법정화폐 준비금 계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ZA Bank는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수탁과 필요 인프라 구축도 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HKMA는 가상자산 사기 위험에도 주의를 촉구하며, 샌드박스 참가자의 선정 전 신청 상태 공개 자제와 일반 국민들의 사기성 투자 광고 경계를 당부했다. 아울러 강력하고 투명한 규제 환경 조성을 통해 금융혁신을 장려한다는 방침 아래,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 제도 시행과 더불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와 가상자산 장외거래 서비스에 대한 규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2.4. AAX, 불법 자금 세탁 의심
Source: Cyvers Alerts
2024년 2월 21일, 이미 문을 닫은 AAX 거래소에서 약 5,600만 달러 상당의 이더리움이 복수의 지갑으로 분산 이체된 정황이 포착되었다. 거래소 측은 해킹 피해로 인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으나, 전문가들은 자금세탁방지(AML) 규제 회피 시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AAX는 2022년 말 FTX 사태 직후 암호화폐 인출을 중단하고 경영진이 잠적하면서 파산한 상태였다. 당시 CEO와 CFO 등은 체포되었으나, 고객 자금 2억 3천만 달러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 사건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감독, 투명한 공시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3. 마치며
홍콩은 2024년 1분기 동안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시장에서 빠른 변화의 물결을 탔다. VATP 라이선스 제도 시행,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스테이블코인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여러 소식이 이어졌다. 다만 AAX 사태에서 보듯 시장 교란 요인과 불법 행위에 대한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연이어서 다양한 산업을 정식으로 규제하고 있는만큼 투자자 보호와 건전한 시장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감독 당국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중국발 자금 유입이 쉽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할 때, 단기적 시장 확대보다는 장기적 생태계 조성에 방점을 둘 필요가 있다.
향후 홍콩이 어떠한 규제 정책과 산업 비전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싱가포르, 두바이 등 경쟁 도시들 역시 가상자산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등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기에 차별적인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변화 속도와 방향성은 홍콩이 다시금 금융허브로 자리매김할 잠재력이 충분함을 보여준다. 앞으로 홍콩의 발걸음을 주목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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