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ger Research Reports
타이거리서치
블록페스타, 한국 디지털 자산 시장의 미래를 논하다
0:00
-7:13

블록페스타, 한국 디지털 자산 시장의 미래를 논하다

한국 디지털 자산 시장의 기회와 한계, 그리고 전환의 조건

본 보고서는 Tiger Research가 블록페스타 2025 행사를 위해 작성했습니다. 귀중한 데이터를 제공해주신 카이코와 리서치 작성에 도움을 주신 블록미디어에 감사드립니다.


Key Leaders Insights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제도화, 지금 주목해야 할 때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은 지금,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라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스테이블코인 법안 등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대규모 자본 유입과 시장 확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블록페스타(BlockFesta) 2025가 주목받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되는 블록페스타 2025는 9월 26일(금)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열리며, 한국의 대표적인 미디어사 블록미디어(Blockmedia)가 주최하는 산업 컨퍼런스다. 이번 행사에는 김재섭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서면 축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국장,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비트맥스 공동창립자이자 마엘스트롬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아서 헤이즈(Arthur Hayes), 자본시장연구원 등 정책 결정자부터 글로벌 블록체인 리더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제도화 시대의 블록체인과 디지털 금융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제도화의 전환점에 서 있는 지금, 한국 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깊이 이해하는 것은 글로벌 블록체인 업계에 필수적이다. 이에 타이거리서치는 블록페스타 리포트를 준비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기회와 한계, 그리고 전환의 조건을 다각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블록페스타와 같은 행사에 참여한다면, 참가자들은 한국 시장에 대해 더욱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16,000명 이상의 웹3 시장 리더들이 읽고있는 아시아 웹3 시장의 인사이트를 가장 먼저 확인해보세요.


1.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 지금 어디에 서 있나?

2025년 현재 한국은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장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특히 거래소 중심의 가상자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기업 카이코(Kaiko)에 따르면, 원화 기준 거래량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달러 다음으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일본 엔화나 유럽 유로화를 큰 폭으로 앞서는 수치로, 2025년 1분기에는 일시적으로 미국 달러의 거래량을 추월하기도 하며 한국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다.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업비트(Upbit), 빗썸(Bithumb) 등 원화 거래소를 중심으로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 시장의 규모는 이미 전통 금융시장과 견줄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실제로 2025년 가상자산 거래소의 월간 거래대금은 증권시장인 코스피(KOSPI)의 월간 거래대금을 상회하거나 견줄 정도다. 한국의 리테일 투자자 수 역시 독보적이다. 한국의 가상자산 투자자 수는 약 1,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참여율로, 투자자 기반이 상당히 견고한 시장임을 보여준다.

한국 시장의 중요성은 다양한 측면에서 드러난다. 글로벌 웹3 프로젝트들이 GTM(Go-to-Market) 전략을 수립할 때 고려하는 핵심 시장이 영미권, 중화권, 그리고 한국으로 구분되는데, 단일 국가로서 한국이 차지하는 지위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 발전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으며, 해외 프로젝트들은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사업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광범위한 참여와 글로벌 관심은 정책 결정과 시장 발전에 있어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제도화 과정에서도 중요한 추진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 압도적인 거래량 뒤에 숨겨진 구조적 한계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압도적인 거래량으로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는 매력적인 시장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거래소 중심으로 고착화된 시장 구조와 규제 불확실성은 이러한 지위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1. 거래소 중심 생태계의 한계와 영향력 약화

Source: Tiger Research

가상자산 시장에서 거래소는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캐시카우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중개 서비스업의 특성상 수수료 기반의 단기 거래량 확대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고, 규제당국의 엄격한 규제로 인해 가상자산 관련 파생 사업 진출마저 제약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거래소들은 코인베이스(Coinbase)처럼 가상자산 생태계 내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대신 부동산 투자나 대출 등 본업과 무관한 영역으로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결국 핵심 밸류체인에서 벗어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며 산업의 소위 ‘큰형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대금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기존의 영향력마저 잃어가고 있다. 실제로 2021년 월간 거래대금 대비 2025년 월간 거래대금 고점은 62% 감소한 바 있다. 글로벌 대형 거래소나 탈중앙화거래소(DEX) 대비 상대적 매력도가 낮아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2. 미국의 제도적 우위와 한국의 규제 딜레마

더 큰 문제는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주도권이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미국은 지니어스(GENIUS), 클래리티(CLARITY) 법안 등을 통해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주변 아시아 국가 대비 빠르게 가상자산사업자(이하 VASP) 제도를 도입해 선제적으로 대응했지만, 초점은 어디까지나 자금세탁방지와 투자자 보호라는 방어적 규제에 머물렀다. 게다가 한국의 포지티브 규제 체계는 허용되지 않은 것은 금지라는 원칙 하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혁신적 서비스 출현을 구조적으로 제약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 환경의 차이는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암호화폐 산업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VASP 사업자 수는 2021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해외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기관투자, 커스터디, 스테이블코인 같은 사업은 국내에서 발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이 혁신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며 생태계를 확장하는 동안, 한국은 여전히 기존 틀 안에서 안전성 확보에만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한국은 거래량 기준으로는 여전히 글로벌 강자이지만, 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혁신 기반에서는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 불균형은 지금이야말로 한국 가상자산 시장이 ‘거래량 중심의 과거’를 넘어 ‘제도화와 혁신 기반의 미래’로 전환해야 함을 시사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3. 2025년 한국, 제도화 시대의 개막과 함께 나타나는 변화들

2025년 한국은 제도적 전환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간 누적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시도다. 대표적으로 국회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혁신법, 그리고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제도화는 단순한 규제 틀 마련 이상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자금세탁방지나 투자자보호 중심에서 벗어나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시장 참여자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새로운 인프라와 서비스 모델이 등장하며,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치는 다층적 변화가 동시에 전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1. 기관 투자자의 시장 진입

한국은 기관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제한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비트코인 ETF 승인 이후로 기관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었으나, 한국에서는 자본시장법 위배 우려와 기존 정부의 보수적 입장으로 인해 투자가 허용되지 않았다. 국내 증권사가 해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을 중개하는 것도 금지되었으며 이는 정부의 보수적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2025년 7월에는 금융감독원이 국내 자산운용사와 기관에 대해 미국 코인베이스(Coinbase)나 스트래티지(Strategy) 등 가상자산 투자기업의 ETF 비중 확대를 자제하라는 구두 지도를 내린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내 기관 법인 계정 개설이 원천 차단되어 시장 접근이 불가능한 환경이다.

하지만 2025년 들어 제도적 전환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금융위원회는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우선 상반기부터 현금화 목적의 매도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하고, 하반기에는 위험감수 능력을 갖춘 일부 기관투자자에 대한 투자, 재무목적의 매매 실명계좌를 시범허용한다. 구체적으로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 중 금융회사를 제외한 상장회사 및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 총 3,500여개사가 그 대상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논의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비트코인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의 발행·상장·거래 허용을 공약했으며, 현재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제도 정비에 착수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법인 계좌 허용과 맞물려 비트코인 ETF가 2025년 하반기 또는 2026년경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 변화가 완성되면 개인 투자자 중심이던 시장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대기업 등의 참여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금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현재의 높은 변동성이 완화되고 유동성 공급이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미국 코인베이스의 경우 2025년 기준 거래 비중의 70% 이상이 기관에서 발생하고 있어, 한국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기업 재무 전략 차원에서도 변화가 주목된다. 스트래티지와 메타플래닛이 보여준 것처럼 한국에서도 가상자산을 전략적 자산으로 편입하는 사례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원화 약세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는 한국 기업들에게 참고 모델이 될 수 있으며, 특히 외화 조달 여력이 제한적인 중견기업이나 스타트업은 비트코인을 보조 수단으로 활용해 환율 변동 위험을 완화하고 자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을 활용한 스테이킹 등 디파이를 통한 추가 수익 창출로 다변화된 운용 전략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기관 자금의 본격적 유입에는 안전한 커스터디 서비스가 필수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주요 거래소들이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커스터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기관투자자 참여가 활성화될 경우 상당한 규모의 커스터디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관련 사업자들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기관 투자자의 시장 진입은 단순한 참여자 확대를 넘어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전반적인 구조 변화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3.2. 가상자산 사업 영역 다각화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개설이 허용되면 변화는 단순한 투자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이 확보한 가상자산을 합법적으로 보관·거래·현금화할 수 있게 되면서, 블록체인 인프라·디지털 지갑·커스터디·결제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이 제도적 기반 위에서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법인 계좌 부재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밸리데이터 사업을 하더라도 현금화가 어렵고, 결제 서비스 역시 정상적인 정산이 불가능했다. 특히 가상자산을 원화로 바꿔야 하는 오프램프 과정이 막히면서 회계·세무 처리뿐만 아니라 사업 운영 전반이 제약을 받았다. 예를 들어, 가상자산 페이먼트 사업자가 소비자로부터 가상자산을 수취한 뒤 판매자에게 원화로 정산하려면 환전 과정이 필수적이지만, 법인 계좌가 없다면 이 절차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합법적 사업 확장이 구조적으로 차단되어 왔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블록체인 매매·중개업을 영위하더라도 유흥업이나 카지노업과 같은 사행성 업종으로 분류되어 벤처기업 인증에서 배제됐다. 이로 인해 제도적 지원이 차단되면서 혁신 동력도 약화되었다. 그러나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도 벤처기업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기술 기반 창업·성장 기업’으로 인정받아 창업투자, 기술보증, 정책금융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길이 열리는 것이다. 법인 계좌 허용과 벤처 인증이라는 두 축이 갖춰지면, 7년 만에 가상자산 업종이 벤처 생태계로 편입되면서 본격적인 산업 도약의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Source: UDC 2025

민간 부문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두나무는 그동안 규제당국의 관리와 제약 속에서 사업 확장이 제한되어 왔지만, 최근 옵티미즘 기반 레이어2 블록체인 ‘기와체인(GIWA Chain)’을 공개하며 새로운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규제당국이 이전보다 태도를 다소 완화해 일정 수준의 협의 속에서 추진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빗썸도 메인넷 출시를 검토하고 있으며, 코빗은 독자 메인넷을 운영하며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확장에 나서고 있다. 거래소들이 단순한 수익 다변화를 넘어, 블록체인 인프라 생태계 전반을 주도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법인 계좌 허용, 벤처 제도 편입, 민간 기업의 적극적 대응이 맞물리면 신규 일자리 창출, 국내 기술 축적, 세수 확대 등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는 한국 가상자산 산업이 단순 거래 중심 구조에서 더욱 다층적인 산업 생태계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3.3. 원화 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코인은 한국에서 제도화 논의와 함께 기대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분야다. 2025년 6월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KRW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를 위한 라이선스 체계의 기본 틀을 제시했다. 해당 법안에는 최소 자본금 5억 원, 100% 준비금(가치안정성이 높은 자산) 보유 의무, 고객 자산의 은행 분리 보관 등 구체적인 규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어 금융위원회는 같은 해 10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2단계의 일환으로 전용 KRW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마련 중이며, 발행 절차, 담보 관리, 내부 통제 요건 등이 보다 세부적으로 규정될 예정이다.

다만 한국은행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우선 상업은행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허용해야 하며, 환전성이 높아지면 달러 수요 증가로 외환시장 안정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또한 비은행권의 발행은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Source: Tiger Research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 기업들의 관심은 열광적이다. 다날(Danal), 위메이드(Wemade), 비댁스(BDACS) 등 발행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전통 금융권 역시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은행은 다날, 비댁스와 함께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나섰고, KB 국민은행도 USAT와 협력을 통한 사업 검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스테이블코인이 더 이상 일부 기업의 실험에 머무르지 않고, 제도권 금융이 주목하는 새로운 인프라 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4. 변화는 시작됐지만, 여전히 갈 길은 먼 한국 가상자산 시장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제도화 논의와 새로운 청사진이 제시되고 있으나, 현실은 여전히 순탄하지 않다. 가장 큰 장애물은 규제당국 간 이해관계 충돌과 파편화된 정책 접근이다.

스테이블코인만 보더라도 금융위원회는 적격 비은행의 참여를 허용하려는 반면, 한국은행은 상업은행에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인가와 감독 주체를 둘러싼 견해 차이가 뚜렷하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단기 국채가 도입되지 않아 준비자산 확보에 구조적 제약이 있고, 기존 금융 인프라가 발달해 있는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만의 수요도 불분명하다.

스테이블코인을 넘어 가상자산 산업 전반에도 장애물은 적지 않다. 법인 계좌 허용, 현물 ETF 도입, 세제 정비 등 주요 현안마다 서로 다른 규제기관이 관여하면서 정책 일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제도적 청사진은 제시되고 있지만, 실행 단계에서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여전히 한국 가상자산 시장 발전을 제약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Source: YTN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이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이 제도화를 기반으로 시장을 빠르게 확장하는 동안, 한국은 기초적 법적 틀 마련에 머물러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부와 규제당국이 경제 회복, 부동산 안정화, 저출산 대응 등 더 시급한 과제들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계엄령 사태 이후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면서 미뤄진 국정과제들이 산적해 있어, 가상자산 정책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과 관심은 더욱 제한적인 상황이다. 결국 이러한 여건 속에서 실질적인 제도 변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으며, 그 사이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전적으로 비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업계와 정책당국 모두에서 변화의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들의 자체 인프라 구축, 기업들의 스테이블코인 사업 참여, 일부 기관의 시범적 진입은 비록 제한적이지만 시장이 스스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여야를 막론하고 디지털 혁신과 새로운 성장 동력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 정치적 안정이 회복된다면 가상자산 정책도 다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변화의 속도는 더딜 수 있으나,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힘이 실린다.


16,000명 이상의 웹3 시장 리더들이 읽고있는 아시아 웹3 시장의 인사이트를 가장 먼저 확인해보세요.


🐯 More from Tiger Research

이번 리서치와 관련된 더 많은 자료를 읽어보세요.

Disclaimer

이 보고서는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정보의 정확성, 완전성, 그리고 적합성을 명시적으로나 암시적으로 보증하지 않습니다. 당사는 본 보고서나 그 내용을 이용함에 따른 모든 손실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이 보고서의 결론과 권고사항, 예상, 추정, 전망, 목표, 의견 및 관점은 작성 당시의 정보를 바탕으로 하며 예고 없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또한 타인 및 타조직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거나 반대될 수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정보 제공의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법률, 사업, 투자, 또는 세금에 관한 조언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증권이나 디지털 자산에 대한 언급은 설명을 위한 것일 뿐, 투자 권고나 투자 자문 서비스 제공을 제안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자료는 투자자나 잠재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타이거리서치 리포트 이용 안내

타이거리서치는 리포트의 공정 사용을 지지합니다. 이는 공익적 목적으로 콘텐츠를 인용하되 상업적 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의 넓은 사용을 허용하는 원칙입니다. 공정 사용 규칙에 따라, 리포트를 사전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있으나, 타이거리서치 리포트를 인용 시에는 1) 출처로 ‘타이거리서치’를 분명히 밝히고, 2) 타이거리서치 로고를 포함시켜야 합니다. 자료를 재구성하여 출판할 경우에는 별도의 협의가 요구됩니다. 사전 허가 없는 사용은 법적 조치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