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리서치는 베트남 리테일 사용자들이 규제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어떻게 독자적인 금융 시스템을 구축했는지 분석했습니다.
TL;DR
베트남 내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이나 국가 감시 체계 밖에서 거래, 송금, 자산 보관을 가능하게 하는 독자적인 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용자들은 비공식 채널로 스테이블코인을 일상화하지만, 베트남의 정책 대응은 체계적이지 못해 이를 전략적 이점으로 전환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
이미 형성된 시장 현실을 기반으로 한 제도권 편입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베트남은 동남아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 현실과 제도의 엇갈림 속 성장하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베트남은 글로벌 암호화폐 채택 지수에서 매년 상위권을 차지하는 국가이나, 명확한 규제 체계가 없어 산업의 발전이 제한된 시장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베트남 내 암호화폐 산업은 리테일을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태동하고 있다. 베트남 사용자는 공식적인 스테이블코인 온오프램프 채널이 없지만, 바이낸스 P2P 서비스를 통한 에스크로 거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한 OTC 거래, 그리고 직접 셀프 커스터디 지갑을 통한 P2P 거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발히 거래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리테일 중심의 자생적 성장은 장기적으로 명확한 한계를 지닌다. 규제의 부재는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낮추며, 리테일 사용자만으로 시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엔 잠재적 위험과 한계가 크기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에는 스테이블코인을 위한 법적,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 논의조차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현실과 제도의 엇갈림은 베트남 금융 시장의 잠재적인 리스크를 확대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마저 놓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본 리포트는 베트남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거래, 개인 간 송금, 결제 등 사용자들의 실제 금융 활동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또한, 규제 공백이 야기할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를 점검하고, 사용자의 실질적인 금융 행동을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 정책 수립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전략적 기회를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2. 베트남 시장에 이미 자리 잡은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2.1. 트레이딩, 그리고 유동성 관리 목적으로서의 활용
베트남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스테이블코인은 단지 법정화폐와 암호화폐 간의 교환 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투자자들은 거래 이후 자금을 즉시 베트남 동(VND)으로 오프램프하지 않고 일정 기간 스테이블코인(주로 USDT) 형태로 보유한다. 이는 다음 거래를 위한 준비금으로 사용하거나 시장 변동성에 대비한 디지털 안전자산으로 활용된다. 이러한 투자자들의 행동은 베트남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과거와 달리 스테이블코인을 적극적인 유동성 관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잘 나타낸다.
특히 암호화폐 시장이 하락할 때도, 베트남 투자자들은 법정화폐로 자금을 오프램프하는 것이 아닌 USDT로 전환해 보유한다. 실제로 시장 변동성이 컸던 시기에는 바이낸스 P2P 시장에서 USDT 가격이 평소보다 최대 5% 높은 25,000~27,000 VND 수준으로 상승하며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되기도 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암호화폐 시장 내 다른 자산들과는 독립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자 일종의 안전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결과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은 베트남 암호화폐 시장에서 핵심적인 유동성 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2020년부터 2025년까지의 기간 동안(FTX, 테라-루나 사태 등 예외적 상황 제외), 베트남 내 USDT 가격은 공식적인 VND/USD 환율보다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의 프리미엄을 유지했다. 특히 2024년 평균 프리미엄은 3.35%에 달했으며, 이는 베트남 투자자들이 추가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금융 시장의 변동성과 환율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베트남 금융 시스템의 복잡한 절차와 엄격한 규제가 자리하고 있다. 베트남 은행권에서는 자금 출처 및 거래 목적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 투자자들은 은행을 통한 자금 인출이나 송금 시 상당한 불편과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이러한 규제 리스크와 비용을 피하기 위해 기존 금융 시스템과는 별도로 암호화폐 생태계 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독립적인 자금 운용 방식을 구축하게 되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베트남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필수적인 금융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된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2.2. 개인 간 결제 및 송금 수단으로서의 스테이블코인 활용
베트남 내 스테이블코인은 개인 간 결제 및 송금 수단으로 활발히 활용된다. 베트남에서 암호화폐를 지급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여전히 불법이지만, 사용자들은 제도권 밖에서 개인 간 지갑 이체나 비공식 OTC 채널을 통해 이를 진행한다. 실제로 베트남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송금 수령 규모에서 글로벌 상위 5위권 국가로, 전체 해외 송금 유입의 약 7.8%가 USDT와 같은 스테이블코인 형태로 이루어진다.
전통적인 해외 송금 방식인 스위프트(SWIFT)나 웨스턴 유니온(Western Union)은 5~7%의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처리 기간도 수일이 걸린다. 반면 스테이블코인 송금은 별도 중개 수수료 없이 몇 분 내로 완료된다. 이러한 이점으로 해외 근로자와 프리랜서들은 스테이블코인을 효율적인 송금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다. 특히 이커머스나 위탁판매(Dropshipping) 사업자들과 프리랜서들은 텔레그램이나 소셜 플랫폼에서 USDT로 자주 결제한다.
이러한 개인 간 스테이블코인 거래 방식은 베트남에서 오랜 기간 리테일 및 송금 경제를 지탱해 온 비공식 현금 거래 시스템을 디지털 방식으로 재현한 것이다. 현재 이 결제 방식은 온라인 환경을 기반으로 더욱 활성화되었으며, 국경을 초월한 거래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3.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스테이블코인
베트남 국민들은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이나 환율 변동성이 클 때 현물 금이나 미국 달러와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해 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금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지는데, 베트남 가정의 금 구매량은 연간 약 50~60톤 규모이며 향후 5년 내 연간 70~80톤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2024년 중반에는 금값이 상당히 높은 상황에서도 베트남 은행들이 단 일주일 동안 약 2톤 이상의 금을 판매한 사례도 있었다. 이는 단기적인 투기 목적이 아니라 금융 서비스 이용이 제한된 일반 가정에서 금을 장기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이 금이나 달러와 같은 전통적인 자산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새로운 디지털 안전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USDT나 USDC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달러로서 금이나 달러와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가치 보존 기능을 제공한다. 베트남에서 암호화폐를 지급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여전히 불법이지만, 사용자들은 거래나 결제 목적이 아니라 순수하게 자산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베트남 내에서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3. 베트남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 시장 현실을 반영한 규제
베트남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제도권 금융 밖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하며 이미 '그림자 금융(Shadow Finance)'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투자자들은 이를 주된 유동성 관리 수단으로 활용할 뿐 아니라 개인 간 결제, 가치 저장의 목적으로도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암호화폐 산업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관련 법적 프레임워크, 규제 샌드박스를 준비 중에 있다. 하지만 여전히 베트남은 시장에서 활발히 사용되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팜민찡 총리가 최근 “법에 금지되지 않은 것은 국민과 기업이 할 수 있어야 하며, 그들이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에는 국가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처럼 단순히 규제하는 것보다는 시장 친화적인 접근법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즉, 사용자들의 실제 활용 행태를 고려하고 이를 제도권 내로 안전하게 편입시키는 방향의 정책은 혁신과 규제 사이의 균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3.1. 동남아시아 주변국으로부터 얻는 교훈
베트남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규제를 정립하지 못하는 동안, 동남아시아 주변국들은 이미 시장 현실을 반영한 규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알지 못하면 규제하고, 관리할 수 없으면 금지하는" 접근법과 달리, 주변 국가들은 각국 상황에 맞는 실용적인 정책을 시행 중이다.
싱가포르는 체계적인 제도적 접근을 선택했다. 2023년 도입된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에서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1:1 준비금 의무화, 일일 가치평가 공시, 액면가 상환 보장 등을 규정했다. 인가받은 발행자만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함으로써 디지털 자산 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태국은 더 유연한 이중 트랙 시스템을 채택했다. 2025년 3월, 규제 당국은 인가된 거래소에서 USDT와 USDC 사용을 허용하는 한편, 정부 채권으로 뒷받침되는 바트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시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외국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을 인정하면서도 국내 통화 수단을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는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
필리핀은 실험과 실용성을 강조한다. 필리핀 중앙은행(BSP)과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송금용 PHPC와 같은 시범 프로젝트를 출시하며, 복잡한 사전 입법보다 실질적인 구현을 우선시하고 있다. 특히 국경 간 결제 분야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 활용하는 실용적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이처럼 각국은 자국 환경과 사용자 필요에 맞는 규제 체계를 구축하는 반면, 베트남은 아직 스테이블코인에 특화된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실제 시장 사용과 규제 사이의 간극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
주변국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외국 모델을 그대로 도입하기보다 자국 시장의 실제 활용 행태를 반영한 규제를 수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베트남이 이러한 시장 현실을 반영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비공식 금융 채널이 제도권 밖에서 더욱 공고화되어 장기적으로 금융 감독과 통화 정책 운영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3.2. 베트남 시장 현실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전략 구축 필요
베트남 리테일 사용자는 스테이블코인, 특히 달러 기반 USDT를 활용해 다양한 금융 거래에 이미 일상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시장 현실을 고려한 접근번을 채택하고, 일방적 통제보다 시장 참여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베트남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CBDC)처럼 제한된 사용성을 가진 하향식 접근법을 강제하기보다, 베트남은 이미 형성된 사용자 행동 패턴에 기반한 상향식 규제 모델을 설계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를 통해 규제가 실질적인 시장 활동을 반영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베트남 정부가 고려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으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있다:
OTC 중개인 인증과 적절한 KYC 시스템 도입, P2P 스테이블코인 거래 시스템에 대한 체계적 접근을 통해 비공식 채널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
이커머스, 해외 송금, 프리랜서 시장 등 제한적인 분야 대상으로 VND 연동 스테이블코인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하는 방안
규정을 준수하면서도 사용자 친화적인 대안을 제공하여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경쟁하는 방안
이러한 접근법은 시장의 자생적 발전과 규제의 안정성을 조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베트남이 디지털 금융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더욱 투명하고 안전한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4. 마치며
베트남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는 정부의 정책이나 규제가 아닌 사용자들의 실질적인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공식적인 암호화폐 거래 채널이 부재한 환경에서 베트남 사용자들은 USDT 거래, 텔레그램 OTC를 통한 송금, 디지털 달러 형태의 가치 저장 등 독자적인 금융 레일을 만들어냈다. 이는 공식 금융 시스템의 공백을 시장이 스스로 메운 현실적인 해결책이라 볼 수 있다.
초기에는 단순히 기존 금융 시스템을 우회하는 임시방편으로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베트남 디지털 금융 생태계의 중요한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사용자들은 공식적인 규제나 법적 인정을 기다리지 않고 이미 일상적인 금융 활동 속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자연스럽게 보편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금융 활동이 법적 명확성 없이 계속 지속되면 비공식적이고 불투명한 영역으로 더욱 밀려나, 결과적으로 금융 시장의 왜곡과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
싱가포르와 태국 등 주변국은 시장에서 이미 형성된 사용자 행동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혁신과 안정 사이의 균형을 갖춘 체계적인 규제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베트남 역시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형성한 비공식 금융 채널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VND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을 통해 자국의 금융 인프라를 강화하는 등 시장 현실을 고려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용자 중심의 접근법을 통해 베트남은 금융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일 뿐 아니라, 디지털 자산 거버넌스 분야에서 동남아시아의 선도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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