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ETF 승인은 기관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한국의 규제당국은 거래를 제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일본은 민간협회를 중심으로 가능성을 모색하는 등 아시아 주요국가 규제당국 별로 비트코인 ETF에 대한 반응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중싱가포르와 홍콩은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비트코인 ETF의 승인은 글로벌 규제의 변화, 기존 금융기관과 암호화폐 거래소 간의 역할 양분, 새로운 암호화폐 투자 상품의 시장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비트코인 ETF 승인과 기관의 진입
지난 10일(현지 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이하,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다. 이는 비트코인이 처음으로 미국 제도권 안으로 편입된 첫 사례로, 그동안 비트코인의 세무, 회계, 수탁 등의 이슈로 비트코인 매입을 주저하던 기관투자자들에게 길이 열린 것이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영국 대형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는 지난 8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ETF가 승인되면 올해만 최대 1,000억 달러(131조 원)가 유입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변화가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큰 유동성 제공하여 소위 “큰손”이라고 불리우는 한국의 규제당국에서는 지난주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중단시켰으며,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도 여전히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이러한 제한은 단지 한국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데, 이러한 제한의 이유는 크게 각 국가별 ‘투자자 보호'에 대한 강도, 가상자산에 대한 법규 해석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SEC, 비트코인 ETF 승인에 대한 주요 아시아 국가의 반응
1. 한국
한국은 아시아 주요국 중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한 유일한 국가이다. 한국 금융위원회는 최근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것과 관련하여 국내 투자자가 해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검토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금융위는 이러한 결정이 2017년 12월에 내놓은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에 근거하고 있으며, 이 대책은 금융기관이 가상통화의 보유, 매입, 담보취득, 지분투자를 금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한, 금융위는 미국과 한국의 법 체계 차이와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투자자 보호 등을 고려하여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요 증권사에서는 이미 지원 공지를 내고 실제로 거래를 지원하였기에 혼란이 가중되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현행 방침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폭넓게 검토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럼에도 현행 법 체계의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이기에, 한국에서 자국 내 비트코인 ETF의 승인 또는 미국의 비트코인 ETF의 거래를 승인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2. 중국
가상자산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완고하다. 2021년 9월 자금세탁과 화폐 유출, 비트코인 채굴에 따른 환경적인 영향 등에 대한 우려 등으로 디지털자산의 거래를 금지한 이후로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SEC의 승인 소식에 대해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어떠한 코멘트도 남기지 않았으며, 이러한 기조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중국에서 미국 주식 거래를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중국인이 미국 주식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외환계좌를 개설하고 규제 기준에 맞춰 환전을 해야하며 자금을 입금하는 등 수많은 허들이 존재한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비트코인 선물 ETF 역시도 중국 내에서 매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중국 내에서 미국에 상장된 현물 ETF를 거래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3. 일본
일본 역시도 자국 내 비트코인 ETF에 대한 논의가 없으며, 동시에 미국 내 상장된 비트코인 ETF 거래도 불가능한 상태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하여, 일본 내 민간 부문에서 비트코인 ETF의 거래 가능성을 탐색하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은 일본 암호 자산 비즈니스 협회(JCBA)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협회는 미국과 일본의 규제 환경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비트코인 ETF를 도입하기 위한 법적 및 규제적 요건을 정리하고 있다. 또한 협회 외에도 SBI 그룹과 같은 대형 금융기관들도 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민간 중심의 움직임을 그려나가고 있다.
4. 싱가포르
이미 과거에 다양한 비트코인 기반의 펀드가 출시된 바, 싱가포르에서는 미국 내 상장된 비트코인 ETF 거래가 가능하다. 또한 싱가포르 금융 당국인 MAS에서는 ‘Financial Institutions (Miscellaneous Amendments) Bill 2024’을 통해 가상자산 관련 법규를 더욱 세밀하게 구성할 것으로 예상되어 사업 영위가 가능한 영역이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5. 홍콩
SEC의 비트코인 ETF 승인 이전부터 홍콩의 증권선물위원회(SFC)와 홍콩통화청(HKMA)은 가상 자산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고 말하며, 특히 SFC의 CEO 줄리아 렁(Julia Leung)은 규제 당국이 현물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 신청을 고려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승인 이후에는 홍콩의 국회의원 조니 응(Johnny Ng)은 미국이 현물 비트코인 ETF를 승인한 것을 본보기로 삼아 홍콩 정부에 이를 신속하게 따를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ETF 거래 제한으로 생기는 한계점들
시장에 대한 접근성 제한
투자자 보호 결여
자본 유출의 문제
1. 시장에 대한 접근성 제한
비트코인 ETF를 제한하는 국가에서는 몇 가지 한계점이 존재한다. 먼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된다. 이는 과거 금 ETF의 사례로 알 수 있는데, 금 ETF가 도입되기 전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은 금에 직접 투자하기 위해 실물 금을 구매하거나 복잡한 파생상품에 투자해야 했다. 이는 투자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고 비용을 증가시켰으며, 특히 소규모 자본을 가진 개인 투자자에게는 큰 장벽으로 작용했다. 이와 유사하게 비트코인 ETF가 제한된 국가에서는 투자자들이 이러한 간편한 접근성을 누리지 못하고, 더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방법으로 투자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2. 투자자 보호 결여
또한 역설적으로 투자자 보호가 결여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ETF는 규제된 금융 상품으로서 투자자 보호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 비트코인 ETF가 없는 상황에서의 투자자 보호 결여는 과거 원자재 선물에 투자자가 직접 투자하는 경우와 유사하다. 투기적 성격이 강한 원자재 선물 시장은 개인이 이해하기 복잡하고 이를 관리하기 어려워 일반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을 위험이 높았다. 원자재 선물 ETF의 등장은 이러한 시장에 대한 접근을 간소화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이와 유사하게 비트코인 ETF의 부재는 투자자들이 높은 변동성을 가진 현물에 노출되게 하며, 이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3. 자본 유출의 문제
마지막으로 자본 유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비트코인 ETF의 제한이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강력한 중국 주식 시장 규제에서 살펴볼 수 있다. 15-17년 중국 정부는 주식 시장에 여러 규제를 도입하였으며, 이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 시장이나 다른 투자 수단을 찾아 나서 중국 내 자본 유출이 일어났다. 이와 유사하게 비트코인 ETF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다른 국가의 비트코인 ETF에 투자하는 방법이나 혹은 다른 가상자산 투자 수단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해당 국가의 자본 유출로 이어지고, 자국내 금융 시장의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향후 예상되는 변화 세 가지
글로벌 규제의 변화
거래소의 역할 양분
상품의 진화
1. 글로벌 규제의 변화
SEC가 비트코인 ETF를 승인한 결정은 각 국의 규제 당국의 방향성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이다. 특히 SEC는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와 금융안정위원회(FSB)의 핵심적인 멤버로서, 글로벌 금융 규제 표준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많은 규제 당국에서 SEC의 판결을 참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EC는 미국의 일반적으로 인정받는 회계 원칙(GAAP)과 국제 재무보고 기준(IFRS)의 융합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세계 각 국의 회계 기준의 스탠다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을 감안할 때, SEC의 비트코인 ETF 승인은 다른 국가들의 금융 규제 당국이 가상자산에 대한 자국의 규제 정책을 재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이미 비트코인 ETF는 캐나다, 호주,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 승인된 사례가 있어 SEC의 결정은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할 수 있다. 보다 자세하게는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받기 위해 각 운용사는 SEC가 제시한 투자자 보호 수준 등을 모두 만족시켰기에 기존 사례와 맞물려 보다 정확한 ETF 승인 기준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2. 거래소의 역할 양분
ETF가 승인됨에 따라 1) 전통 금융기관은 규제권에 들어온 가상자산에 대한 안정성 높은 투자, 2) 가상자산 거래소는 다양한 자산군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및 2차 수익 발생 등 투자 목적에 대해 역할이 양분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이러한 흐름은 비트코인 ETF의 수수료율이 하락됨에 따라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약 0.4% 가량의 수수료는 경쟁적으로 낮아져 여타 ETF의 수수료 약 0.05% 수준까지도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비트코인 ETF 수수료율이 낮아지게 된다면, 주요 가상 거래소의 수수료율과도 비슷한 수준이 되게된다. 이렇게 된다면 현물에 투자 후 이를 활용한 2차 수익을 내지 않는 투자자들이 비트코인과 같이 전통금융권 내에서 금융화된 자산에 한해서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투자할 유인을 잃게된다.
더불어, 가상자산 거래소는 각 거래소별로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전통 금융기관에 비해 거래를 하기까지 많은 허들이 존재한다. 또한 FTX 거래소 파산 이후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불안정성이 대두되고 있어 이에 승인된 금융 상품, 예를 들어 ETF와 같은 상품을 취급하는 안정성 높은 전통 금융기관의 매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 금융기관에서는 일부 승인이 된 가상자산만 거래할 수 있을 것이기에 기존 가상자산 투자자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이러한 투자자들은 여전히 다양한 종류의 암호화폐 거래를 제공하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할 것이며, 앞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는 양분된 역할 속에서 스테이킹 등 전통 금융 기관에서는 고안할 수 없는 다양한 2차 투자 상품을 고안하여 투자자를 지속적으로 유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3. 상품의 진화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신규 상품의 진화는 전통 금융 시장의 파생상품과 유사한 발전 과정을 보일 것이다. 이러한 상품들은 시장의 성숙도를 높이고,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전략을 제공할 수 있다. 처음에는 기본적인 현물 기반 비트코인 ETF가 출시될 것이다. 이는 전통 금융 시장에서 주식이나 원자재를 직접 보유하지 않고 해당 자산의 가치 변동에 투자할 수 있는 주식 기반 ETF와 유사하다. 이후에는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 배당 수익을 제공하는 ETF와 같이 복잡한 파생상품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품들은 투자자들에게 투자 전략의 다양성을 제공하며, 보다 복잡한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줄 것이다.
하지만 SEC의 개리 겐슬러(Gary Gensler)의 비트코인 ETF 승인 서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규제 당국에서 긍정적인 의도를 지니고 승인한 것보다는 그레이스케일 케이스 패소 등 미 법원의 판결에 근거한 운용사의 조건 만족으로 승인한 상황이기에, 이후의 파생상품 진화는 많은 시간이 남았다고 보인다. 때문에 신규 상품 출시는 전통 금융 시장의 파생상품 경로를 따르면서도, 긴 시간동안 그 고유한 특성과 규제 환경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변화는 시간 문제
미국에서의 현물 비트코인 ETF의 승인은 아시아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이전에 작성한 수많은 글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1) 아시아는 이미 암호화폐 채택률이 높고, 2) 적극적인 투자자가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특히 더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현물 ETF의 승인은 기존의 암호화폐 투자 방식을 넘어서 보다 안정적이고 규제된 투자 수단을 제공하기에 개인을 넘어 기관의 적극적인 유입이 기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각국은 서로 다른 규제 환경과 경제 상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 각 국가의 규제 당국의 제한을 원초적으로 비난하기보다는 현물 ETF의 도입과 관리에 있어서 각국의 규제와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아시아 시장의 다양성과 독특한 특성을 고려하여, SEC의 결정과 기준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각국이 자신의 시장 환경에 맞는 최적의 규제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아시아 시장이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위치를 찾아 발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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