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호주는 블록체인 등장 초기부터,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에 크게 주목하며 산업 육성에 나섰다. 또한, 글로벌 GDP 12위, 높은 구매력, 글로벌 친화적인 비즈니스 문화를 바탕으로 많은 기회가 있는 웹3 시장으로 기대된다.
다만, 일련의 가상자산 관련 악재로 인해 규제 당국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특히 금융권 및 은행에서 가상자산 입출금을 차단하는 등의 사례가 잇따라 보인다. 당분간 가상자산 시장의 구조적인 성장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아직 명확한 가상자산 규제 프레임워크가 갖추어져 있지 않아 단기간 내 웹3 시장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호주에서 시작된 ImmutableX, STEPN 등 일부 웹3 이니셔티브 프로젝트 들의 해외 진출 및 성장을 기대해볼만 하다.
들어가며
호주는 글로벌 GDP 순위 12위로 경제적으로 안정적이며, 아시아 태평양 시장 중에서도 구매력이 높은 국가이다. 또한 다문화주의를 기반으로 한 특유의 개방적인 문화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등 영미권 문화와도 친숙해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로 부터 각광받고 있으며, 호주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주요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호주는 글로벌 핀테크 산업을 이끄는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이며, 그 중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연구와 혁신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호주 핀테크 생태계 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술은 ‘블록체인'이며, KPMG의 ‘호주 핀테크 산업 2022 보고서’에 의하면, 블록체인 관련 기업은 2021년 대비 2022년에만 약 19% 증가하였다고 밝힌다. 또한 블록체인 기업이 호주 전체 핀테크 산업의 약 11%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한다. 이러한 지리적, 문화적, 그리고 산업적 이점을 통해 호주는 많은 기회가 열려 있는 미래의 웹3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호주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 방침 히스토리
호주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에 크게 주목하며, 블록체인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자 노력하였는데, 그 모습이 인상적이다. 호주 정부는 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 핀테크 비즈니스 성장 촉진을 위한 노력을 보였는데, 그 일환으로, 2017년 7월부터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상품이나 자산이 아닌, ‘돈(Money)’과 동일하게 취급하며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또한 호주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이 국가의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2020년 2월 ‘국가 블록체인 5개년 로드맵'을 발표하였고, 호주 국가 블록체인 로드맵 운영위원회(National Blockchain Roadmap Steering Committee)를 결성하는 등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다만, 투자자산으로서의 가상자산 규제 관련해서는 부족한 점이 많은데, 이는 호주 내 가상자산 산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규제 프레임워크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 일본 그리고 홍콩 등 지리적으로 근접한 아시아 각국에서 속속 가상자산 규제를 발표하고, 유럽연합에서는 가상자산 법안 ‘MiCA(Markets in Crypto Assets)’가 통과된 상황이었기에, 더욱이 호주의 가상자산 관련 규제는 뒤쳐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조금씩 형태를 갖추어 가는 호주의 가상자산 규제안
호주의 가상자산 관련 정책 히스토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18년 4월부터 가상자산 거래소는 호주 정부의 금융 감독기관 ‘AUSTRAC(Australian Transaction Reports and Analysis Centre, 이하 AUSTRAC)’의 ‘DCE(Digital Currency Exchange, 이하 DCE)’에 필수적으로 등록되어야 했다. 이는,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규제안 보다는, 자금 세탁 방지 및 테러 자금 조달 방지(AML/CTF)를 위한 요건인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호주 자국민의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호주 정부도 가상자산 관련 규제의 필요성을 시급히 느끼게 되었다. 그에 대한 일환으로, 2022년 3월 호주 재무부에서는 가상자산 규제 관련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게 되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포괄적인 가상자산 생태계를 다루기 위해, 별도의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 분류인 ‘CASSPrs(Crypto Asset Secondary Service Providers, 이하 CASSPrs)’를 정의하였고, 향후 가상자산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CASSPrs 서비스 제공자 유형은 다음과 같다 :
가상자산의 보관 및 저장: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활용해 프라이빗 키를 보관하거나 처리하는 경우
가상자산의 교환, 중개, 그리고 거래 서비스: 서비스 제공자가 가상자산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경우
시장 운영: 가상자산의 P2P 교환 촉진
이처럼 호주 정부는 가상자산 규제 프레임워크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으나, 2021년을 기점으로 테라·루나 및 FTX 사태 등 가상자산 시장에 악재가 잇따라 발생하며 상황이 반전되었다. 실제로, 2021년 호주의 가상자산 거래소 ACX.io, MyCryptoWallet 두 곳이 연달아 파산하며 큰 투자자 피해가 발생되었다. 2022년 말에는 FTX 파산의 여파로 호주의 가상자산 투자자 5만여 명이 금전적인 피해를 입게 되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호주 정부의 가상자산 관련 최우선 과제는 ‘산업 육성’에서 ‘투자자 보호'가 바뀌었다. 2023년 10월 호주 재무부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존의 규제안으로 부터 사각지대에 놓인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NFT 거래소가 고객 자산을 보유하는 경우 등) 모두를 포괄적이면서도, 명확하게 다루기 위한 규제 접근 방안을 발표하였다. 해당 보고서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별도의 가상자산 맞춤형 규제를 두지 않고 기존 금융 서비스 법률에 따라 보수적으로 규제
기존 CASSPrs 유형보다도 더욱 포괄적으로 가상자산 생태계를 다루며, 확실하고 명확히 규제
예를 들어, 가상자산이 금융 상품이거나, 금융적 기능을 하는 비금융 상품인 경우까지도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해당 규제안에 해당하는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는 호주 금융 서비스 라이선스인 ‘AFSL(Australian Financial Services License)’ 발급이 필요하다.
난관이 예상되는 호주의 웹3 시장의 미래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호주 정부의 규제 접근법이 사실상 기존 금융 서비스 규제에 가상자산을 끼워 넣었을 뿐 적합하지 않은 모델이며, 가상자산이 가져올 혁신을 저해 한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하기도 한다.
또한, 가상자산 시장의 악재와 더불어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호주 내 웹3 분야에 대한 투자는 급격히 줄어들게 되었다. 이는 웹3 시장에 대한 열기를 더욱 식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2022년 1분기 분야별 투자 규모 2위에 달하던 웹3 관련 투자금이 2023년 1분기에는 20위권 밖으로 추락하였다.
일례로 호주 증권거래소(Australian Stock Exchange, 이하 ASX)가 2016년 블록체인 기술 도입 계획을 발표 했었으나, 기술적 구현이 어렵고 분산원장 기반의 대규모 주식 거래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 6년간의 긴 개발 기간을 뒤로하고 돌연 중단되었다. 심지어 해당 프로젝트 관련 직원 200여 명을 해고하며, 실질적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 외에도 최근 호주 4대 은행은 특정 가상자산 거래소 대상 출금 차단 방침을 밝히는 등 하나 둘 등을 돌리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가상자산 결제 지원을 발표하고, 가상자산 거래소 Gemini의 지분을 취득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호주 최대 은행사 ‘커먼웰스 은행(Commonwealth Bank)’ 마저도 거래소 대상 출금 차단 방침에 동의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갈수록 증가하는 가상자산 사기 범죄로 인한 결과이며, 가상자산 시장이 이들의 신뢰를 잃은 까닭으로 확인된다. 실제로, 비영리 기관 AFCX(Australian Financial Crimes Exchange)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최근 한 달 동안 발생한 사기의 47% 가량이 가상자산과 연관되어 있을 만큼 가상자산 사기가 만연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호주의 웹3 시장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
이 같은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당장의 호주 내 웹3 시장 및 가상자산 시장의 활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다만 1) 글로벌 GDP 순위에 달하는 높은 경제력 및 구매력, 2) 다문화를 존중하는 개방적인 이민 정책 및 글로벌 친화적인 사업 환경, 3) 잘 조성된 스타트업 생태계 등의 이점으로 여전히 기대치가 높은 시장이다. 또한, 4) 호주 국민의 가상자산, 블록체인에 대한 높은 관심도와 이해도는 앞으로의 웹3 시장 성장을 더욱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실제로, 코인베이스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호주 응답자의 90% 이상이 가상자산에 대한 높은 인지도를 보여주었고, 이 수치는 타 국가 대비 상위권임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호주 지역 내 가상자산 자동입출금(ATM) 설치대수가 364대로, 이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체 ATM 설치 수를 넘어서며, 글로벌 3위를 차지하는 수치이다. 이러한 통계는 호주 국민들의 가상자산에 대한 높은 이해와 활용을 방증한다. 더불어 호주는 글로벌 수준의 웹3 이니셔티브 기업, ImmutableX, STEPN 등 주도의 웹3 산업 활성화가 기대되기도 한다.
마치며
호주는 블록체인 등장 초기부터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에 크게 주목하고 적극적으로 산업 육성에 나섰으나, 잇따른 가상자산 시장의 악재와 가상자산 특유의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특성으로 인해 시장 발전에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호주 국민들의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가하면서 호주 정부는 규제 필요성에 대해 점차 인식하게 되었고, 호주 재무부에서는 2024년을 목표로 한 가상자산 규제 프레임워크 보고서를 발표하게 되었다. 이로써 호주 웹3 시장이 규제권으로 들어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 발표된 호주 정부의 규제안은 단지 가상자산에 대한 접근 방향을 다룬 보고서일 뿐, 실제 규제 프레임워크 발표 후 적용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있다. 따라서 단기간 내 호주 웹3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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