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보고서는 Tiger Research가 작성했으며, JP모건과 서클 사례를 중심으로 온체인 금융 인프라를 둘러싼 경쟁을 분석합니다.
TL;DR
JP모건은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예금 토큰을 발행하며 기존 질서 위에 기술을 더하고, 서클은 신탁은행 설립을 추진하며 기술 위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다.
주목할 점은, 최근 서로 다른 출발점을 가진 이들이 각각 신기술과 제도를 수용하며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핀테크 산업에서처럼 이들간의 정체성이 모호해질 경우 본연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각자의 경쟁 우위를 명확히 인식하고 기술과 제도 사이의 균형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1. 온체인 금융 인프라를 둘러싼 경쟁의 시작
블록체인 기술이 글로벌 금융 인프라의 새로운 기반으로 부상하면서, 전통 금융기관과 크립토 네이티브 기업 모두 차세대 금융 시스템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 JP모건(J.P. Morgan)은 기존 금융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서클(Circle)은 블록체인 위에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구축해 기존 구조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과거 전통 금융 중심의 핀테크(FinTech)와 빅테크 중심의 테크핀(TechFin) 간 경쟁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양상은 분명히 다르다. 당시에는 제한된 금융 서비스에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자산의 발행, 이동, 정산, 보관 등 금융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를 둘러싼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경쟁의 핵심은 단순한 기술 우위를 넘어, 미래 금융 생태계를 누가 설계하고 운영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전통 금융기관은 기존 규제와 시스템 내에서 점진적인 전환을 시도하며, 크립토 네이티브 기업은 기술적 효율성과 확장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려 한다. 본 리포트는 JP모건과 서클의 온체인 금융 전략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향후 온체인 금융 인프라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분석하고자 한다.
2. JP모건: 기존 질서 위에 블록체인을 더하다
2025년 6월, JP모건의 블록체인 부문인 키넥시스(Kinexys)는 퍼블릭 블록체인인 베이스(Base)에서 예금 토큰(이하 JPMD)의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그동안 JP모건은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를 중심으로 기술을 제한적으로 적용해왔지만, 이번에는 개방형 네트워크에서 자산을 직접 발행하고 거래까지 지원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전통 금융기관이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직접 금융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한 의미 있는 전환점이다.
JPMD는 디지털 자산과 전통 예금의 성격을 결합한 구조를 갖는다. 고객이 JP모건에 달러를 예치하면, 해당 금액은 대차대조표에 예금으로 기록되고, 그에 상응하는 JPMD가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발행된다. 이 토큰은 블록체인 상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동시에 은행 예금에 대한 법적 청구권을 지녀 1:1 실물 달러 환전이 가능하고, 예금자 보호 및 이자 수익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존 스테이블코인이 발행사의 수익에 집중된 구조라면, JPMD는 사용자에게도 실질적인 재무 권리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러한 특징은 단순한 법적 안정성을 넘어, 자산 운용사와 투자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편의성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블랙록(BlackRock)의 비들(BUIDL) 펀드나 프랭클린 템플턴(Franklin Templeton)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처럼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에서 운용되는 자산의 경우, 환매 대금 지급 수단으로 JPMD를 활용하면 투자자는 24시간 내 상환을 받을 수 있다. 기존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화폐로 전환되기까지 별도 오프램프가 필요한 것과 달리, JPMD는 즉시 현금화가 가능하고, 예금자 보호와 이자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 온체인 자산 운용 생태계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크다.
JP모건이 예금 토큰을 도입한 배경에는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형성된 새로운 자금 흐름과 수익 구조에 대응하려는 전략이 있다. 테더는 연간 약 130억 달러의 수익을, 서클도 국채 등 안전자산 운용을 통해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스테이블코인 모델은 전통적인 예대마진과는 다르지만, 고객 자금을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은행의 일부 기능과 유사한 구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한계도 있다. JPMD는 기존 금융 규제 체계 안에서 설계되었기 때문에, 블록체인의 탈중앙성과 개방성을 온전히 구현하기는 어렵다. 이용 대상 역시 현재로서는 기관 고객으로 한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PMD는 전통 금융기관이 기존의 안정성과 규제 적합성을 유지한 채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에 진입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으로 평가되며, 제도권 금융과 온체인 생태계 간의 구조적 접점을 넓히는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3. 서클: 블록체인 위에 새로운 질서를 세우다
서클은 스테이블코인 USDC를 통해 온체인 금융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 USDC는 미국 달러에 1:1로 고정되며, 준비금은 현금과 단기 미국 국채 등으로 구성된다. 낮은 수수료와 즉각적인 정산이라는 기술적 강점을 바탕으로, USDC는 기업 간 결제나 국경 간 송금 분야에서 실질적인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기존 SWIFT 네트워크가 요구하는 복잡한 절차 없이도 24시간 실시간 자금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통 금융 인프라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현재 서클의 사업 구조에는 몇 가지 제약이 존재한다. USDC의 준비금은 뱅크오브뉴욕멜론(BNY Mellon)에 수탁되고, 자산 운용은 블랙록이 담당하고 있어 핵심 기능이 외부 기관에 위탁된 형태다. 서클은 이자 수익을 확보하고 있으나, 자산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은 제한되며, 현재의 수익 모델 역시 고금리 환경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과 수익 다각화를 위해서는 보다 독립적인 인프라와 운영 권한이 요구된다.
이러한 제약을 해소하고자 서클은 2025년 6월, 미국 통화감독청(OCC)에 신탁은행 설립을 신청했다. 이는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서 제도권 금융기관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전략적 결정으로 해석된다. 신탁은행 지위를 획득하게 되면, 준비금의 보관과 운용을 서클이 직접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기존 금융 인프라에 대한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사업 운영의 범위를 넓히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까지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클은 크립토 네이티브 기업으로 출발했지만, 기존 금융 시스템의 규칙과 역할을 수용함으로써 제도권 내 지속 가능한 운영 기반을 마련하려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전환에는 유연성 저하, 규제 부담 증가 등의 트레이드오프가 수반된다. 향후 어떤 권한이 실제로 부여될지는 정책 변화와 감독당국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도는 온체인 기반 금융 구조가 기존 제도권 틀 안에서 어떻게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가늠해보는 중요한 이정표라 할 수 있다.
4. 온체인 금융, 누가 주도권을 차지할 것인가
JP모건 같은 전통 금융기관부터 서클 같은 크립토 네이티브 기업까지, 서로 다른 출발점을 가진 다양한 주체들이 온체인 금융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는 과거 핀테크 산업에서 펼쳐졌던 경쟁 구도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기술 기업들은 결제와 송금 등 금융의 핵심 기능을 자체적으로 구현하며 금융에 진입했고, 반대로 금융기관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해 사용자 접점 확대와 운영 효율화를 추구했다.
중요한 것은, 이 경쟁이 단순히 병렬적으로 전개된 것이 아니라 양 진영 간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점이다. 현재 온체인 금융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클은 신탁은행 설립을 추진하며 준비금 운용과 커스터디 등 기존 금융의 핵심 기능을 직접 수행하려 하고 있고, JP모건은 퍼블릭 블록체인 상에서 예금 토큰을 발행하며 온체인 자산 운용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각자 다른 방향에서 시작했지만, 점차 서로의 전략과 영역을 일부 흡수하며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지만 동시에 위험도 내포한다. 전통 금융기관이 기술 기업의 민첩성과 속도를 무리하게 모방할 경우, 기존의 리스크 통제 체계와 충돌할 수 있다. 도이치뱅크는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내세우며 대규모 IT 투자를 진행했지만, 레거시 인프라와의 충돌로 시스템 오류가 반복되었고, 결과적으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반대로 크립토 네이티브 기업이 제도 수용을 과도하게 확대하면, 그동안의 경쟁력을 지탱해온 유연성과 실행력을 잃을 수 있다. 결국 온체인 금융의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각자의 경쟁 우위(Unfair Advantage)를 바탕으로 자신이 가진 기반과 강점을 이해하고, 그 위에서 기술과 제도를 조화롭게 하는 능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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