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최근 바이낸스는 미국 정부 당국의 규제 압박 및 기소로 인해 미국 내 사업이 어려워짐에 따라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이다.
아시아 시장은 블록체인이라는 신성장 산업 동력을 바탕으로 저조한 경제 성장을 타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과거 가상자산 시장의 패러다임이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었으나, 아시아 시장의 가상자산 개방 정책과 맞물며 앞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아시아 시장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들어가며
지난 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바이낸스는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출하고 있으며,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의 1) 적극적인 가상자산 사업자 라이센스 취득 활동, 2) 다수의 인력 채용이 진행된 이력을 통해 진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바이낸스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시아 시장으로도 빠르게 진출 중이나, 동아시아 시장으로의 사업 진출도 꾸준히 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동아시아 시장의 탄탄한 경제 인프라를 바탕으로 구매력, 즉 유동성이 높은 시장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바이낸스는 그 중에서도 홍콩, 대만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출한 이력이 확인된다. 최근에는 한국과 일본 내 현지 가상자산 거래소 인수가 가시화되며 동아시아 전반적으로 바이낸스의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는 추세이다.
홍콩 🇭🇰
바이낸스의 역사는 2017년 홍콩에서 시작되었다. 아시아 금융 중심지인 홍콩은 경제 자유도가 높은 곳으로 블록체인과 같은 신성장 산업이 진출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바이낸스도 이 점을 노리고 홍콩에서 사업의 첫 발을 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2017년 9월부터 중국 정부와 은행에서 가상자산 집중 규제를 연이어 발표하며 홍콩의 높은 경제 자유도가 퇴색되기 시작하였고, 바이낸스는 2018년 3월부 홍콩을 벗어나 일본, 대만, 몰타 등지로 본사를 이전하게 되었다.
최근 2023년 6월부 홍콩이 가상자산 시장을 개방하기 시작하면서 다시금 여러 가상자산 거래소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실제로 후오비가 아시아 본사를 싱가포르에서 홍콩으로 본사 이전을 밝힐 정도로 많은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낸스도 여타 거래소처럼 홍콩 내 가상자산 사업자 라이센스를 신청할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바이낸스의 가상자산 사업자 라이센스 취득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바이낸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증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종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취득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대만 🇹🇼
2018년 3월, 바이낸스는 홍콩, 일본에 이어 대만에서 지사를 설립해 가상자산 거래소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다만 대만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규제나 라이센스 규정이 없기 때문에 바이낸스는 소극적인 행보만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2년간 진행된 바이낸스의 대만 시장 내 인력 채용 현황을 살펴보면, 채용의 절반 이상이 기존 서비스 유지보수를 위한 개발자 채용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최근부터 가상자산에 대한 긍정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는데, 2022년 9월에는 대만 자금세탁방지법에 따라 24개의 가상자산 플랫폼이 승인되었고, 그 중에는 대만의 로컬 가상화폐 거래소인 맥스 거래소(Max Exchange, MaiCoin Group 산하 거래소), 비토프로 거래소(Bito Pro), 에이스 거래소(Ace Exchange)가 포함되었다. 이후에도 2023년 3월, 대만 정부는 가상자산 시장 규제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대만 금융감독위원회를 통해 관리 및 감독할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대만에서도 가상자산 시장이 점차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기 시작하면서, 바이낸스도 대만 시장을 주의 깊게 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제 막 법 제정이 논의되기 시작하였고, 대만 시장은 로컬 가상화폐 거래소가 우세한 영향력을 보이는 시장이기 때문에 바이낸스의 시장 진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 🇯🇵
일본은 동아시아 시장 중 가상자산 시장이 가장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국가이다. 실제로 최근 일본의 가상자산 거래량은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며 주변국 대비 놀라운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바이낸스도 본사를 대만에서 일본으로 옮길 정도로 일본 시장에 각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본 규제 당국의 허가 없이 일본 국민을 대상으로 거래소를 운영하였기 때문에, 일본 금융청의 요청에 따라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일본 현지 가상자산 거래소인 타오타오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일본 시장 재진출을 꿈꾸었으나, 타오타오가 일본 금융 대기업 SBI에 인수되며 바이낸스의 일본 진출 꿈은 무산되었다.
2022년 하반기부터 테라·루나 사태, FTX 붕괴 등 대형 악재가 발생하며 바이낸스는 다시 기회를 잡게 되었다. 시장 악화에 따라 코인베이스 등 일본 내 가상자산 중개 사업을 철수하는 사업자가 다수 발생하였고, 그 중에서도 카카오 픽코마가 운영하던 현지 가상자산 거래소인 ‘사쿠라 거래소(Sakura Exchange BitCoin)’의 지분 100%을 인수해 일본 시장 공식 진출을 알렸다. 이후 바이낸스는 일본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안을 적극 수용해 일본 국민을 위한 가상자산 거래소를 2023년 말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상세히 밝힌 상태이다. 최근 일본은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정책이 대폭 완화되기도 하였는데, 이 같은 일본의 웹3 산업 활성화 기조와 글로벌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진출이 일본 가상자산 시장에 어떠한 변화 양상을 가져올지 기대가 된다.
한국 🇰🇷
바이낸스는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 비엑스비(BxB)와 파트너십을 맺고 2020년 4월 바이낸스 KR 서비스를 출시하였다. 해당 서비스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BKRW)를 활용한 거래소를 선보이는 등 국내 시장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였다. 하지만 1) 기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빗썸 등에 밀려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않았고, 2) 특금법 등 강화된 가상자산 규제로 인해 결국 2021년 8월 국내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었다.
바이낸스의 한국 시장 진출이 좌절되는 듯 싶었으나, 2022년 말 FTX 파산 이후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점차 균열이 발생하며 다시금 진출 기회가 생겼다. FTX 후폭풍으로 국내 5대 거래소 중 하나인 고팍스(Gopax)가 고객 예치자금을 돌려주지 못할 위기에 처했는데, 바이낸스가 자금 조달, 바이낸스가 투자자 및 생태계 보호를 위해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을 지원하였으나 이면에는 고팍스 인수에 대한 물밑작업이었을 것으로도 생각된다.
바이낸스가 미 금융당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며 SEC와의 합의점 도달이 눈 앞에 보이면서 고팍스 인수 속도도 불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양측 합의에 그칠 뿐, 아직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이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상당 시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국의 경우 업비트, 빗썸과 같은 로컬 가상화폐 거래소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바이낸스가 진입하더라도 기존 사용자층을 흡수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 Recap: Binance Market Entry Breakdown
마치며
최근 주요 국가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안을 구체화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가속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캐나다, 네덜란드, 영국, 벨기에 등지에서 바이낸스를 완전히 퇴출시키거나 규제를 통해 통제 범위 안에 두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경우 바이낸스를 증권법 위한 혐의로 기소하는 등 전면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아시아 지역에서는 외려 규제를 풀고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개방적인 정책을 펼치는 등 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은 전통 금융산업이 상대적으로 덜 발전한 동남아시아, 그리고 블록체인이라는 신성장 산업을 동력으로 저조한 경제 성장을 타파하려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일어나고 있었다. 더불어 중화권 역시 홍콩을 중심으로 다시 가상자산에 대한 개방 움직임을 피력하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들을 통하여, 기존의 가상자산 시장의 패러다임이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었으나, 앞으로는 아시아 시장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추론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