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중소형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영난: 2021년 개정된 특금법 이후, 중소형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라이선스 신고 수리와 은행 실명계좌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원화 거래 중단 및 영업손실을 겪으며, 일부는 폐업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은 시장 내 승자독식 현상을 가속화시켰다.
시장 내 구조적 문제: 1) 해외 거래소의 유저 이탈, 2) 기능적인 한계, 그리고 3) 개별 오더북 운용으로 인한 유동성 분산은 국내 중소형 거래소의 경쟁력을 구조적으로 저하시켜, 대형 거래소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
상위 거래소 중심의 한국 가상자산 시장: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은 '김치 프리미엄'과 같은 독특한 현상을 통해 높은 활동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상위 거래소를 중심으로 시장의 통합되고 있으나 중소형 거래소에게 아직까지 성장의 실마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가격은 올랐지만 중소형 거래소는
최근 한국의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2021년에 개정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즉 ‘특금법’의 영향이 크다. 이 법 개정 이후, 가상자산사업자(VASP)는 라이선스 신고가 수리되어야만 영업을 지속할 수 있으며, 원화 거래 지원에 한해서 은행 실명계좌 확보가 필수적으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중소형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원화 거래를 중단하였고, 편리한 거래를 찾는 투자자들로 인해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게 되었다. 이에 원화 거래를 지원하지 못한 코인빗, 캐셔레스트 등 많은 거래소가 누적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을 하게되었다. 심지어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광주은행을 등에 업고 나섰던 한빗코조차 금융당국에 의한 변경신고 불수리 통보를 받아 실명계좌 운영이 어렵게 되었다. 이 외에도 많은 중소형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더 이상 희망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시장이 전체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경영난은 더욱 안타까운 상황으로 다가온다.
이런 상황 속에서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생존을 위한 버티기 싸움을 이어가고 있지만, 장기적 생존 여부는 불투명하다. 여기에 더하여 VASP 라이선스 갱신 기간이 다가오고 있지만, 30억원 이상의 준비금 등 높아진 금융당국의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렵게 보인다.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은 한국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의 불안정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으며 이들의 사업 의지를 꺾고있다. 이러한 상황 속 금융위원회는 11월 21일 가상자산사업자의 영업 종료와 관련된 피해 우려를 표명하며 사업자와 이용자의 주의를 당부할 정도이다.
자본잠식에 빠진 중소형 거래소들
금융위원회의 2023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화 거래를 지원하지 못하는 코인마켓 사업자들이 큰 어려움에 처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에 주요 코인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2022년 하반기 대비 시가총액과 원화 예치금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일부 거래소의 영업이익도 증가했다. 그러나 중소 거래소에 해당하는 코인마켓 사업자 21개 중 10개는 거래 수수료 매출이 없는 등 지속적인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023년 3분기 발표된 공시 내용에 따르면, 대형 거래소인 업비트를 제외하고는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된다. 거래량 2위를 보이는 빗썸까지도 뒤쳐진 거래량을 활성화하기 위해 거래 수수료를 없애는 등의 조치를 취하며 전 분기에 이어서 -6억 가량의 영업손실을 낸 상태이다. 코인원, 코빗, 고팍스는 3분기 공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영업손실을 넘어서 ‘자본잠식’에 빠진 거래소들도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자본잠식이란 회사가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회사가 진 빚(부채)보다 적어진 상태로, 회사의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값)이 마이너스가 되었음을 나타낸다. 자본잠식은 기업의 1) 재무 건전성, 2) 경영 안정성, 3) 사업 경쟁력 등 전반적인 부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며, 부실한 기업으로 인식되는 순간 그 이후의 투자나 사업이 이어지는 것이 어렵다. 특히 원화거래를 지원하지 못하는 코인마켓 21개 중 18개은 ’완전자본잠식(자본총계가 마이너스)’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1) 자산매각, 2) 추가 증자, 3) 수익 개선 등의 방법을 이행해야하나, 거래소에 매각할 자산은 없으며 현재 시장 상황상 추가 증자는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거래량을 늘려, 수수료를 통해 수익 개선을 노려야 하지만 업비트 및 빗썸 등 대형거래소가 점유하고 있는 시장에서는 거래를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어려운 이유들
1) 해외 거래소의 불법 운영
한국 중소형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직면한 주요 어려움 중 하나는 해외 거래소의 국내 불법 운영이다. 바이낸스와 같은 대형 해외 거래소들은 국내 규제를 우회하면서 한국 사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들 거래소는 다양한 가상자산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제한적인 선물 거래 등 고급 기능을 자유롭게 제공함으로써, 국내 거래소에 비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대규모 투자자들, 즉 '고래'들에게 거래량에 비례한 낮은 수수료를 제공하고 있어 해외 플랫폼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2) 해외 거래소에 비해 제한적인 기능
한국 중소형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겪고 있는 또 다른 중대한 문제는 해외 거래소에 비해 제공하는 기능의 제한성이다. 해외 거래소들은 다양한 금융 상품, 고급 거래 기능,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사용자에게 광범위한 거래 옵션과 향상된 경험을 제공한다.
반면, 국내 중소형 거래소들은 제한적인 환경 속에서 현물거래(Spot Trading)만 제공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여기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능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업비트 같은 국내 대형 거래소에서조차 최근에야 투자손익 계산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국내 거래소들이 기본적인 기능 지원에서조차 뒤처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기능적 제약은 국내 중소형 거래소들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고 있으며, 이들의 장기적인 생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3) 개별 오더북 운용
한국 중소형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개별적인 오더북 운용이라는 점이다. 각 거래소가 자체적인 거래 체계를 유지함으로써, 시장 전체에서 유동성이 분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중소형 거래소에서 빠른 체결이 어려워지게 하며, 결국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거래 조건을 제공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반면, 대형 거래소들은 그들의 높은 거래량과 유동성을 활용하여 더 나은 가격과 신속한 거래 실행을 제공한다. 이와 같은 구조적 차이는 중소형 거래소의 경쟁력 저하를 가져오며, 궁극적으로 시장 내에서 쏠림 현상을 가속화하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시장은 불타오른다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은 중소형 거래소들이 겪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뜨거운 열기를 유지하고 있다. 이 열기는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독특한 현상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이는 한국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의 가격이 해외 시장보다 높게 형성되는 현상을 의미하며, 지난 8월 SEI 코인과 10월 MINA 코인이 70%의 김치 프리미엄을 기록할 정도로 강력하게 지속되고 있다.
이렇게 활발한 시장 환경 속에서 모든 거래소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시장 전체가 성장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개별 오더북 운용으로 인한 분산된 유동성 때문에, 가장 많은 투자자를 보유한 거래소가 시장을 독점하는 승자 독식 현상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대형 거래소 역시 아직 기본적인 기능에서 제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중소형 거래소들은 기초부터 다시금 차근차근 쌓아가며, 스테이킹과 같은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 및 법적 제한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간다면 사업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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