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Takeaways
카오스 랩스의 이탈은 돌발이 아니다. BGD 랩스, ACI에 이은 핵심 기여자 연쇄 이탈의 연결 고리로, 6개월간 누적된 갈등의 결과다.
표면적 원인은 예산과 V4 아키텍처 이견이지만, 본질은 아베 랩스가 DAO 형식 뒤에서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해왔다는 구조적 이유로 추측된다.
탈중앙화의 후퇴보다 더 시급한 질문은 따로 있다. EVM 생태계 핵심 인프라인 아베가 리스크 관리와 프로토콜 개발의 공백을 얼마나 빠르게 채울 수 있는가다.
4월 6일 바로 어제, 아베(Aave)의 리스크 큐레이터 카오스 랩스(Chaos Labs)가 리스크 관리 방향성에 대한 이견을 이유로 생태계를 떠날 것을 알렸다. 카오스 랩스 측은 이번 결정의 배경을 크게 세 가지로 밝혔다.
운영 리스크 증가: 기존 핵심 기여자들의 연쇄 이탈로 3년간 축적된 운영 노하우가 사라졌고, 그 공백을 메우는 부담이 고스란히 카오스 랩스에 전가됐다.
V4 아키텍처에 대한 반대: V4는 V3와 스마트 컨트랙트, 아키텍처, 청산 로직이 완전히 다른 새 프로토콜이다. 리스크 인프라를 처음부터 다시 구축해야 하는데, V3도 병행 운영해야 하므로 전환 기간 중 업무량은 두 배가 된다.
구조적 적자: 3년간 아베 계약을 적자로 운영해왔으며, $5M으로 예산이 인상되더라도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다. 카오스 랩스가 산정한 V3+V4 최소 리스크 예산은 $8M이었다.
이번 이탈에 대해 아베 창업자 스타니 쿨레초프(Stani Kulechov)는 카오스 랩스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사임 배경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을 밝혔다. 스타니는 예산 2배 인상($5M)에는 동의했으나, 카오스 랩스가 함께 요구한 아래 조건들은 수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단독 리스크 매니저 지정 요구: 아베는 기존부터 투-레이어(two-layer) 리스크 관리 모델을 운영해왔으며, 카오스 랩스를 단독 리스크 매니저로 지정하는 것은 이 원칙에 반한다.
자체 오라클 전면 도입 요구: 체인링크(Chainlink) 대신 카오스 랩스 자체 오라클을 모든 신규 배포에 적용하는 것으로, 체인링크와의 협력 관계 및 사용자 신뢰를 고려해 수용하지 않았다.
볼트 기본 채택 요구: 카오스 랩스 볼트를 모든 B2B 통합의 기본 볼트로 채택하는 것으로, 감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인 데다 벤더 종속을 심화시킨다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스타니는 프로토콜 운영에는 현재 차질이 없으며, 공동 리스크 큐레이터인 라마리스크(LlamaRisk)와 협력해 원활한 전환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왜 지금인가
2025년 12월: 아베 랩스가 카우스왑 협업 수수료를 DAO 금고가 아닌 자사 지갑으로 수령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갈등이 시작됐다.
2025년 12월: 아베의 핵심 프로토콜 개발을 담당해온 외부 개발팀 BGD 랩스가 브랜드 자산(도메인·소셜미디어·상표) 통제권을 DAO로 이전하는 제안을 올렸으나 55.29% 반대로 부결됐다. 랩스 측 연관 주소들의 대규모 토큰이 결과를 뒤집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2026년 2월: 타협안 격인 ‘Aave Will Win’ 예비안건이 52.58% 찬성으로 통과됐다. 아베 랩스 수익의 100%를 DAO에 귀속하는 대신 랩스에 4,250만 달러와 AAVE 토큰 7만 5,000개를 지급하는 내용이었다.
찬성(52.58%): 수익 구조를 공식화하고 V4 개발 기반을 확보한다는 논리였다.
반대(42%): 수수료를 몰래 챙긴 게 문제였는데, 그걸 바로잡는 대가로 오히려 랩스에 거액을 지급하는 구조라는 비판이었다. 잘못한 쪽이 협상 테이블에서 더 많은 것을 가져간 셈이었다. ACI 창립자 마크 젤러(Marc Zeller)는 랩스 연관 주소들이 이번에도 결과를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2026년 2월 20일: BGD 랩스가 이탈을 선언했다. 아베 랩스가 BGD와의 협의 없이 V4 전환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기존 V3 개선에 인위적 제약을 가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2026년 3월 3일: ACI의 마크 젤러가 BGD 이탈을 계기로 7월 철수를 선언했다.
2026년 3월 30일: 아베 V4가 이더리움 메인넷에 공식 출시됐다.
2026년 4월 6일: 아베의 리스크 관리를 전담해온 외부 기여자 카오스 랩스(Chaos Labs)가 운영 부담 증가·V4 아키텍처 반대·구조적 적자를 이유로 공식 이탈을 선언했다.
일련의 갈등을 거치며 아베 랩스가 DAO라는 형식 뒤에서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그리고 어제 있었던 카오스 랩스의 탈퇴, 아베의 사유지화일까?
쉽게 이해하기
아베는 아베 랩스가 만들었지만 여러 기여자와 함께 성장시킨 협동조합과도 같았다. BGD 랩스, 카오스 랩스 같은 외부 전문가들을 운영자로 영입하고, 토큰 보유자들의 투표로 주요 결정을 내리는 구조를 만들었다.
문제는 협동조합을 만든 창업자가 여전히 가장 많은 조합원 표를 쥐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는 것이다. 아베에서는 토큰을 많이 보유할수록 투표권도 커지는데, 창업자 측이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 힘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다른 조합원들이 아무리 뜻을 모아도, 창업자가 반대하면 뒤집히는 것이다.
실제로 핵심 운영자들은 하나둘 조합을 떠나기 시작했다. BGD 랩스, ACI, 카오스 랩스가 차례로 이탈했다. 협동조합이라고 불리지만, 실제 결정권 누구에게 있는가?
카오스 랩스의 탈퇴, 아베의 사유지화인가?
이 흐름은 예견된 것이다. 사실상 대부분의 재단은 DAO를 표방하지만 실질적인 주체는 분명하다. 아베는 탈중앙화라는 낭만을 실제로 구현하려 했던, DAO가 작동하는 보기 드문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협동조합도 시간이 지나면 결정권은 실행력 있는 한 주체로 수렴한다. “카오스 랩스의 탈퇴, 아베의 사유지화인가?”라는 질문에는 맞다고 생각한다. 아베 랩스를 제외한 기여자들은 가장 큰 노력을 쏟았던 생태계와 이별했으며 홀더들 역시도 일부분의 권리를 빼앗겼다.
하지만 이 문제가 “현 웹3 프로젝트 흐름에서 옳고 그름을 따질 문제인가”라는 자조 섞인 의문이 든다. 냉정하게 시장에서 탈중앙화를 진지하게 논하는 곳은 없다.
탈중앙화는 이념이지 수단이 아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중요한 건 프로토콜이 안전하게 작동하고, 자산이 보호받는 것이다. 냉정하게 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그걸 더 잘 보장한다면, 탈중앙화의 후퇴를 두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사치일 수 있다. 현실적으로 시장의 대부분의 프로토콜들은 같은 선택을 이미 했다.
지금 우리가 떠올릴 질문은 옳고 그름이 아니다. 당장은 아베 랩스가 핵심 기여자들이 떠난 자리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
아베는 명실상부한 EVM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다. 수많은 프로토콜과 사용자가 얽혀 있는 유동성 레이어다. 앞서 발생한 리스크 관리 오류 사고를 넘어 더 큰 사고가 발생한다면 단순 아베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연쇄적으로 퍼진다.
기여자들이 계속해서 이탈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 부분에 큰 아쉬움을 느낀다. 하지만 생태계 전체로 봤을 때 아베가 이 공백을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적절한 역량으로 채우느냐가 더 시급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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