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일본 웹3 시장은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힘입어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으나, 개인투자자 세금 부담, 내수 중심 시장, 인력 부족 등의 과제가 산재해 있음.
2024년 1분기 일본에서는 중의원 보선 여당 패배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마이너스 금리 종료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 등의 변화가 있었으나, 다이와증권의 싱가포르 스타트업 투자, 호코쿠은행의 예금담보형 스테이블코인 출시, SBI의 칠리즈와 JV 설립 등 민간 부문의 적극적인 행보가 돋보인다.
향후 일본 웹3 시장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 기조와 정책 일관성 유지, 세제 혜택 등을 통한 스타트업 육성 등 개방적 자세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 일본 웹3 시장은?
2023년 일본 정부의 웹3 규제 완화 정책 이후, 일본 웹3 시장은 글로벌 프로젝트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과거 일본은 2014년 마운트곡스 해킹 사건 이후 웹3 산업에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2023년 들어 "JAPAN IS BACK, AGAIN" 슬로건과 함께 웹3를 국가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일본 웹3 시장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일본의 우수한 콘텐츠 IP와 기술력이 웹3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아직 이제 개화되기 시작한 시장이기에 새로운 기회가 많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웹3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존재한다. 개인 투자자에 대한 높은 세금 부과(가상자산 매매 이익에 대한 최대 55%의 누진세)로 인한 시장 유동성 부족, 내수 시장 중심의 로컬화된 사업 환경, 그리고 IT 인력 부족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일본 웹3 창업자들의 글로벌 역량이 강화되고,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지면서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합쳐져 일본이 글로벌 웹3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일본의 1분기 웹3 시장의 주요 동향과 뉴스를 살펴보고,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해결 과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2. 일본의 2024년도 1분기 그리고 오늘까지의 주요 변화들
2.1. 정치적 변화: 중의원(하원) 보궐선거 패배
일본 정부의 웹3 규제 완화는 자민당 기시다 내각의 주도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아시아 주요 국가의 정당별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접근에서 다룬 것 같이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교체 가능성이 부각되어, 현재의 정책 기조가 계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
4월 28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보궐선거에서는 3개 선거구에서 모두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이에 기시다 내각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도 20%대에 머물고 있어 연임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 주도의 웹3 산업 발전 정책이 힘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만 입헌민주당은 이번 중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465석 중 3석을 추가로 확보해, 최종적으로 21%(99석)의 의석을 확보한 것에 그쳐 과반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자민당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감안해야할 것이다. 또한 입헌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6%대로 자민당(26%)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정권 탈환까지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기시다 내각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정부와 집권당의 합산된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지면 정권이 붕괴된다는 정치적 관례인 ‘아오키의 법칙'에 가까운 상황이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2. 경제적 변화: 마이너스 금리 종료
일본은행이 3월 19일 9년간 이어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하고 단기 정책금리를 0~0.1%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17년 만에 이뤄진 기준금리 인상으로 일본 경제뿐만 아니라 웹3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가상자산보다 안전 자산에 대한 매력도가 커질 수 있다. 높은 세금 부과가 해결되지 않은 현상황에서 로컬 거래소를 통한 거래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프로젝트 입장에서도 금리 인상은 자금 조달 비용을 증가시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벤처 캐피탈의 웹3 프로젝트 직접 투자가 승인된 상태이지만, 현 상황에서 현금의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여 더욱 신중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어진 엔화 평가 절하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시장에서는 올해 7월 추가 금리 인상을 점치고 있어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물경제 회복 등 다양한 요소가 함께 작용하기에 금리 인상 하나의 변화에만 주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2.3. 다이와증권그룹, 싱가포르 암호화폐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
일본 주요 증권사 중 일본의 다이와증권그룹은 3월 6일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암호화폐 스타트업 펭귄증권(Penguin Securities)과 파트너십 체결 및 지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다이와증권은 펭귄증권에 약 10억엔(약 6.4m 달러) 이상을 투자해 1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급성장하는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사업 기회 모색을 위해 이번 제휴를 체결했다. 다이와증권은 싱가포르 현지 자회사를 통해 가상자산에 관심이 많은 젊은 부유층을 타겟으로 펭귄증권의 관련 상품 및 서비스 제공을 검토하고 있다. 2023년 설립된 신생 기업 펭귄증권은 2024년 가상자산 파생상품 출시를 시작으로 향후 거래소와 중개업까지 사업 확장을 계획 중이다.
한편, 다이와증권의 경쟁사 노무라는 2023년 자회사 레이저 디지털(Laser Digital)을 통해 기관투자자용 비트코인 펀드인 '비트코인 어돕션 펀드(Bitcoin Adoption Fund)'를 선보인 바 있다. 이에 비해 다이와증권은 싱가포르 시장에 주목하며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끈다.
하지만 다이와증권 역시 과거부터 가상자산 사업 강화에 적극적이었다. 2018년 자회사 핀터텍(Fintertech)을 통해 일본 내 가상자산 담보대출을 시작했고, 2022년에는 부동산 증권토큰(STO) 누적 발행액 338억엔을 돌파했다. 이번 펭귄증권과의 제휴는 다이와증권의 지속된 가상자산 사업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펭귄증권과의 협업과 자체적인 역량 강화를 통해 다이와증권은 국내외 가상자산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여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노무라와의 경쟁 속에서 다이와증권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2.4. 호코쿠 은행: 일본 최초 예금담보형 스테이블코인 '도치카(Tochika)' 출시
2024년 4월, 일본 이시카와현 소재 지방은행 호코쿠(Hokkoku)은행이 예금 담보 방식의 스테이블코인 '도치카(Tochika)'를 발행하였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한 최근 일본 정부의 규제 변화에 발맞춰 나온 획기적 시도다.
도치카의 기원은 작년 호코쿠은행이 스즈 시와 협력해 선보인 '토치츠카(Tochituka)' 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민들은 앱을 통해 '토치포(Tochipo)' 포인트를 적립하고 지역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은행 예금을 담보로 한 완전한 디지털 화폐로 진화했다.
현금 선호도가 높기로 유명한 일본이지만, 호코쿠은행은 토치츠카 앱을 통해 0.5%의 파격적인 수수료율로 가맹점을 유치하며 전자결제 수요에 부응하고 있다. 높은 비용 때문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소매상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그동안 전세계 여러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호코쿠은행의 접근법은 리테일 고객 중심, 실제 은행 예금 담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전통적인 준비금 방식과 다른 도치카만의 독특한 특징은 업계의 선구적 모델로서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MUFG의 프로그맷코인(Progmat Coin), 금융사 컨소시엄의 DCJPY 등 다양한 형태의 일본발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호코쿠은행처럼 실생활 접목에 방점을 찍은 지역 화폐 실험이 성공할 경우 은행권 디지털자산의 리테일 분야 확산이 예상된다.
2.5. SBI디지털자산홀딩스, 칠리즈와 JV 설립 예고
SBI디지털자산홀딩스(SBI DAH)가 칠리즈(Chiliz)와 손잡고 일본 스포츠 팬토큰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5월 9일 발표에 따르면 양사는 일본 내 합작법인을 설립, 일본 팬들이 아스날, AC밀란 등 해외 유명 축구 클럽 팬토큰을 사고 팔 수 있는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칠리즈는 이미 자체 플랫폼인 Socios.com을 통해 70여개 스포츠 팬토큰을 판매하고 있다. 이에 기반하여 신설 JV를 통해 일본 팬들도 팬토큰을 기반으로 스포츠 구단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독점 보상을 받는 등 글로벌 팬 커뮤니티와 직접 소통할 수 있게하는 것이 주 목표이다.
한편 일본은 야구를 비롯해 스포츠 카드 수집 문화가 발달한 시장이지만, 디지털 팬덤으로의 전환이 더딘 편이다. 과연 팬토큰이 안정적으로 정착 될 것인지 지켜봐야할 것이다.
3. 마치며
2024년 1분기 일본의 웹3 시장은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민간 부문의 적극적인 행보가 돋보였다. 다이와증권과 호코쿠은행, SBI디지털자산홀딩스 등이 웹3 관련 신사업을 잇달아 발표하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했다. 하지만 대기업 주도의 사업 외에 혁신적인 소식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스타트업들의 도전이 더욱 활발해져야 시장의 역동성과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지만, 아직까지 대기업 위주로 시장이 형성된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개화하는 일본의 웹3 시장이 활짝 피어나기에는 많은 한계점이 존재한다. 개인투자자에 대한 높은 세금 부담, 내수 중심의 폐쇄적 환경, 웹3 전문 인력 부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재해 있다. 무엇보다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그간의 규제 완화 기조와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분기에는 이러한 걸림돌들이 해소되어 일본 시장이 더욱 활짝 피어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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