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토큰 증권’이라는 신규 자산 시장의 빠른 선점을 위해 국내 증권사가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주로 조각투자전문기업, 국내 블록체인 보유 스타트업, 등과 MOU 체결을 통해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 중임.
다만, 여전히 1) 모호한 규제와 가이드라인, 2) 개인 투자자의 진입 한계(투자금액 제한 등), 3)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철학과 반대되는 중앙화된 체계 등의 이유로 웹3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보기엔 미완적인 시장으로 판단 됨.
토큰 증권 제도권 편입 후 여전히 발전이 더딘 일본 시장처럼, 한국도 마찬가지로 2-3년간 실험적인 형태의 시장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 함.
들어가며
지난 1편 <한국 STO 규제의 핵심>에서는 국내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였다. 이어서 본편에서는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 기반으로 국내 STO 시장에 진출을 준비하는 주요 플레이어의 현황을 정리하고, 주요 트렌드를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3편에서는 국내에서 고려 및 유망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정리할 예정이다.
국내 STO 생태계 현황
지난 2월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 STO 관련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국내의 STO 생태계는 증권사가 주축이 되어 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각각의 증권사가 MOU 체결을 통해 ‘토큰 증권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각자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고 있거나, 대신증권이 부동산 조각투자 1호 ‘카사코리아’를 인수한 사례처럼 기술 내재화를 통해 직접적으로 토큰 증권 사업을 영위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이 관찰되기도 한다.
현재까지 토큰 증권 관련 MOU 체결된 내역이나 구성된 협의체를 살펴보면, 주로 다음과 같은 역량을 지닌 업체와의 파트너십이 강조되었다. 첫 번째로 이미 혁신금융서비스로 토큰 증권과 유사한 서비스를 운영했던 조각투자전문기업(카사, 투게더아트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토큰 증권 운영 노하우의 빠른 습득을 꾀하고 있으며, 두 번째로 토큰 증권의 기초자산이 될 상품의 발굴, 소싱, 관리 능력을 보유한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서는 풍부한 상품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토큰 증권 발행 및 유통에 필수적인 분산원장 기술 구현을 위한 블록체인 솔루션 보유사와의 협업이 강조되었다. 즉, 토큰 증권 브로커지 사업을 위한 상품군 개발, 운영 노하우 습득, 기술력 확보라는 삼박자를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요약될 수 있다.
국내 STO 플레이어 현황
국내의 토큰 증권 생태계는 크게 네 가지 역할의 플레이어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① STO 기초자산 보유사, ② 토큰 증권 발행사, ③ 토큰 증권 유통사, ④ STO 기술 협력사로 나뉜다. 각각의 플레이어가 하나의 역할을 담당하지 않고 복수의 역할을 수행하는 등 시장의 벨류체인을 확보 및 개발하기 위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① STO 기초자산 보유사
‘STO 기초자산 보유사’는 토큰 증권 발행의 기초가 되는 실물 및 금융 자산을 보유한 플레이어다. 국내에서는 기존 조각투자전문업체가 발행 및 유통 했던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 자산 위주의 상품 구성이 이루어졌으나, 제도권 편입 이후 상품의 구성과 범위가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예를 들어, 귀금속(다이아몬드·금·은), 지적재산권(IP) 등 실물 자산의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으며, 대출채권, 비상장채권 등 금융 자산으로까지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② 토큰 증권 발행사
기존 증권 발행 체계의 경우 증권사 등 금융기관에 의해서만 발행될 수 있었으나,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일정 요건을 갖춘 발행인도 직접 증권을 등록할 수 있도록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이 도입되며 허들이 낮아졌다.
다만, 기본적으로 금융시장의 ‘요건'을 충족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신규 사업자가 토큰 증권 발행사로 진출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금융산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업체 위주로 발행업을 전개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기존 조각투자사와 같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조각투자 상품을 발행, 유통한 경험이 있는 업체는 신설된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라이선스를 취득해 단독으로 사업을 영위하고자 할 것이며, 기존 ‘계좌관리기관' 라이선스와 금융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의 경우 분산원장 요건만 충족하면 토큰 증권 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용이하게 진출할 것으로 생각된다. 웹2 금융 시장에서의 전통은행과 인터넷은행간의 경쟁 사례를 생각해볼 때, 기술적 기반이 탄탄한 신규 업체들의 선전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한다.
다만, STO 제도권 편입이 예고가 된이후 각 플레이어 별로 토큰 증권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 구체화된 내용 및 상품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따라서 기존 조각투자사의 사례를 통해 추후 토큰 증권 발행사가 어떠한 형태로 토큰 증권을 소싱, 발행할지 유추해 보고자 한다.
③ 토큰 증권 유통사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 내 ‘토큰 증권 유통 규율체계'에 따르면 토큰 증권의 상장 여부에 따라 상이하게 유통될 것으로 정의되어 있다. 가령 상장된 토큰은 추후 시범 개설될 한국거래소(KRX) 산하 표준화 디지털 증권시장을 통해 유통될 것이다. 비상장 토큰은 신설된 ‘장외거래중개업' 라이선스를 보유한 증권사, 신규 사업자 등을 통해 장외 거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상장된 토큰 증권의 유통은 기존 증권시장 처럼 한국거래소의 독점체제가 예상된다. 허나, 대체거래소(ATS) 출범 시기와 토큰 증권 허용 시기가 맞물리게 되면서 토큰 증권이 대체거래소 내 유통될 가능성이 있다는 일부 주장도 존재하나,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신설된 ‘장외거래중개업' 라이선스를 통해 보다 다양한 주체가 토큰 증권을 장외 거래소에서 유통하는 등 어느 정도 열린 경쟁체제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④ STO 기술 협력사
토큰 증권 발행 및 유통사는 기본적으로 ‘분산원장' 요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따라서 블록체인 기술이 내재화되어 있지 않은 대부분의 증권사나 조각투자사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업체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가 이어질 것이다. 주로 블록체인 기술업체는 토큰 증권이 발행될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제공하거나, 토큰 증권을 유통, 관리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토큰 증권을 발행하기 위한 기반 기술 자체도 중요하나, 토큰 증권을 구성하는 기초자산에 대한 평가 모델을 제공하는 업체와의 협력도 STO 생태계 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론적으로나마 토큰화 될 수 있는 기초자산의 범위는 무궁무진하며 각 기초자산별 특성과 규제가 다르기 때문에 디지털 환경에서의 토큰 평가 모델이 필수적일 것이다.
마치며
위에서 강조한바와 같이, 국내 토큰 증권 생태계는 ① STO 기초자산 보유사, ② 토큰 증권 발행사, ③ 토큰 증권 유통사, ④ STO 기술 협력사가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주로 증권사 주축으로 협의체가 구성되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는 증권사가 토큰 증권 벨류체인에서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해외 대비 국내의 토큰 증권 시장의 크기는 아직 매우 작고, 토큰 증권을 구성하는 기초자산의 범위 마저도 적은 상태이다. 아울러, 각각의 플레이어가 단독으로 금융위가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판단 되기에, 상호보완적인 파트너십을 통하여 시장의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예상된다. 더불어, 블록체인과 토큰 증권 관련 산업의 도입시기나 성숙도 측면에서 생각해 본다면 기업 간 경쟁의 시기보다는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시기가 약 중단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