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보고서는 타이거리서치에서 작성했으며, 텔레그램에 대한 대체 불가능한 의존성으로 인한 암호화폐 시장의 숨겨진 리스크와 베트남의 텔레그램 금지 조치로 드러난 구조적 취약점을 분석했습니다.
TL;DR
플랫폼 의존성 리스크 노출: 2025년 6월 베트남의 텔레그램 금지 조치로 주요 암호화폐 커뮤니티 참여도가 며칠 만에 45% 급락하며, 대체 불가능한 단일 소통 플랫폼에 과도하게 의존한 암호화폐 업계의 위험한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났다.
실질적 대체재 부재: 디스코드, 시그널, 현지 메신저 등을 검토했지만 텔레그램의 글로벌 도달력, 프라이버시 기능, 암호화폐 친화적 환경을 동시에 제공하는 플랫폼은 존재하지 않았다.
전 세계적 규제 압박 심화: 각국 정부가 '디지털 주권' 명목으로 텔레그램의 비협조적 프라이버시 모델을 겨냥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나 최근 텔레그램 측은 정부에 협조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여 주요 국가에서의 우려는 완화된 상황이다.
1. 텔레그램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갖는 의미
텔레그램은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기능과 대규모 그룹 채팅, 그리고 봇 연동 시스템을 바탕으로 전 세계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핵심 소통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이유들로 KOL들과 새로운 프로젝트들은 본인들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곳으로 텔레그램을 선택하였으며, 시장 참여자들은 적극적으로 텔레그램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
이렇게 텔레그램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평소엔 당연하게 여기지만, 텔레그램 없이 Token 2049 같은 컨퍼런스에서 링크드인 계정을 주고받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상당히 어색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텔레그램이 없는 암호화폐 시장은 이제 상상조차 어렵다.
2. 베트남 정부의 텔레그램 전면 금지
2025년 6월, 베트남이 텔레그램을 전면 금지하면서, 베트남 암호화폐 시장의 플레이어들에게는 큰 혼란을 야기했다. 베트남 정보통신부는 공안부 요청에 따라 5월 21일 2312/CVT-CS호 명령을 발령했으며, 이 명령은 모든 통신사업자들에게 2025년 6월 2일까지 "베트남 내 텔레그램 활동을 차단"하도록 지시했다.
베트남 암호화폐 프로젝트와 사용자들에게 미친 금지 조치의 영향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은 전 세계적으로 텔레그램 최대 사용자 기반 중 하나에 속했고 여타 시장처럼 베트남 암호화폐 생태계 전체가 주요 소통 채널로 텔레그램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많은 사용자들이 VPN을 사용해 텔레그램을 사용했으나, 이는 임시조치에 불가했다.
VPN으로 텔레그램에 접속하는 과정이 워낙 번거롭다 보니 암호화폐 시장에 가벼운 관심을 가진 라이트 유저들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며칠 지나지 않아 베트남 내 주요 암호화폐 커뮤니티 10곳의 평균 조회수가 45% 넘게 곤두박질쳤다.
그 결과 사용자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기존 커뮤니티에서도 대체제를 찾아 사용자들에게 안내하기 시작했으며, 실제로 베트남 디스코드 서버들이 급격히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디스코드의 경우 메신저의 가벼움을 찾기 어려운 복잡한 기능을 가지고 있어 라이트 유저들을 위해 베트남 현지 메신저 앱인 잘로(Zalo)을 찾는 커뮤니티도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도 텔래그램을 대체하긴 어려웠고 현재도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여전히 VPN을 통해 접속하는 텔레그램에 의존하고 있다.
3. 텔레그램의 대체재는 존재하는가?
각국 규제 당국이 텔레그램을 압박하면서 암호화폐 업계의 치명적 약점이 드러났다. 업계가 단일 소통 플랫폼에 과도하게 의존했다는 점이다.
베트남 사례와 같이 텔레그램이 차단되자, 업계는 VPN 사용 같은 임시방편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이런 우회 방법은 라이트 유저들에게 높은 진입 장벽을 만들었다. 기관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본격 진입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장이 초기 성장 단계를 막 지나 더 많은 사용자 유입이 필요한 상황에서, 텔레그램 의존성은 시장 확장을 막는 걸림돌이 되었다.
이에 업계는 대안 플랫폼을 본격 모색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디스코드였다. 디스코드는 실시간 소통 기능과 개발자 친화적 환경을 제공했다. 하지만 텔레그램의 모바일 중심 단순함을 따라오지 못했다. 또한 최근 떠오르는 시그널의 경우에는 강력한 보안성을 내세웠으나 암호화폐 관련 도구가 부족해 충분한 대체제로 작용하지 못했다.
이 외에 잘로나 왓츠앱 같은 로컬 서비스는 해당 국가에만 제한된 사용자층을 보유했다.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는 암호화폐 생태계와는 시작점부터 맞지 않았다.
결국 암호화폐 업계는 텔레그램을 대체할 현실적 서비스를 찾지 못하고 있다. 텔레그램이 익명성과 개인정보 보호, 봇 연동 지원 등 기능적 강점을 갖췄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범용 메신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별로 선호하는 메신저가 다르다는 점이 대체재 발굴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텔레그램은 메신저 시장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어느 한 국가에서도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하지는 않는다. 독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 서비스도 텔레그램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로 사용하는 공통 서비스는 바로 텔레그램이다.
모든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는 아니지만, 공통적인 2위 자리를 텔레그램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이런 지역 중립적 특성을 가진 서비스는 텔레그램이 유일하다. 바로 이 때문에 텔레그램과 같은 대체제를 찾기가 쉽지 않다.
4. 텔레그램의 규제 리스크 증가
이처럼 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베트남을 비롯한 전 세계 정부들은 '디지털 주권'을 내세워 텔레그램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텔레그램이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유지하며 주요국을 제외하고는 사용자 정보 공유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암호화된 메신저 내부에서 벌어지는 활동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우려다.
이런 우려가 실제 규제 조치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텔레그램을 금지한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규제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텔레그램을 완전히 차단하고 자국 플랫폼 사용을 권장하는 전면 금지 방식이다. 둘째는 법적 명령 불이행이나 선거 관련 우려 등 특정 사안에 대응해 일시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하는 임시 정지 방식이다. 셋째는 앱 접근은 허용하되 특정 텔레그램 채널만 차단하거나 속도를 제한하는 선별적 검열 방식이다.
문제는 이런 선행 사례들이 새로운 제재 움직임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여러 국가가 텔레그램에 대한 전면 또는 부분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각국의 정치적 배경은 다르지만 텔레그램을 제재하는 패턴은 점점 유사해지고 있다. 정부들은 국가보안, 규제 미준수, 사회 불안정을 근거로 텔레그램에 대한 통제 필요성을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텔레그램의 대응 방식이 핵심 변수가 된다. 촉발 요인이 달라도 근본 문제는 동일하다. 텔레그램이 현지 컴플라이언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거부한다는 것이다. 규제가 엄격한 국가일수록 비협조적 플랫폼에 대한 관용도는 더욱 줄어든다.
하지만 최근 텔레그램에서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파벨 두로프 CEO 체포 이후 텔레그램은 규제 준수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위반 사용자의 IP 주소와 전화번호를 민주주의 수준이 높은 주요 국가에 한정해서 공개하는 투명성 보고서 발간이 대표적이다. 제한적이지만 텔레그램은 이제 정부 요청에 대해 과거보다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등 주요 관할권의 우려를 완화시켜 즉각적인 제재 가능성을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5. 텔레그램이 전면 금지된다면?
텔레그램의 글로벌 전면 금지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각국 정부가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만약 전면 금지가 현실화된다면 초기에는 베트남 사례처럼 VPN을 통한 우회 접근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전면 금지 상황에서는 사용자들이 대체 서비스를 찾게 된다. 앞서 분석한 바와 같이 이때 선택지는 텔레그램이나 각 지역의 로컬 메신저가 아니다. 텔레그램과 유사한 지역 중립적 특성을 가진 서비스가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각광받는 시그널이 유력한 후보다. 하지만 더 강력한 대항마는 X(구 트위터)가 출시할 XChat이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플랫폼이 X인 만큼, XChat은 기존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강력한 출발점을 확보할 수 있다.
대체 서비스 확산보다 더 큰 문제는 TON 재단이 받을 타격이다. 표면적으로는 텔레그램과 TON 재단이 별개 조직이지만, 실제 관계는 긴밀하다. TON 생태계 확장의 핵심은 텔레그램 기반 T2E 게임이었다. 텔레그램 내에서 TON 지갑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연결고리다.
금지 조치 확산은 이런 연결고리를 위험 요소로 만든다. 텔레그램 접근이 차단되면 TON 통합 앱의 사용자 유입과 거래 흐름이 즉시 타격을 받는다. 블록체인 자체가 정상 작동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시장에서 텔레그램과 TON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TON 기반 프로젝트들은 평판과 운영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
전면 금지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단일 플랫폼에 종속된 위험성과 현실적으로 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텔레그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암호화폐 생태계는 여러 부분에서 단일 서비스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구조적 취약점을 방치한다면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해답은 명확하다. 의존도를 줄이고 플랫폼을 다각화하는 것이다. 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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