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외형적 성장과 더불어, 이들이 전통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FTX 파산의 여파가 실버게이트 은행의 자발적 청산을 초래했다.
국내도 이와 유사한 잠재적 위험이 발견되는데, 업비트의 제휴 은행인 케이뱅크 내 가상자산 관련 예치금이 최대 70%에 달하기도 하며 가상자산 시장에 의존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잠재적 위험 요소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1) 가상자산과 전통 금융 시스템 간의 표준화된 프레임워크 및 규제가 마련될 필요가 있고, 2) 일본과 대만 가상자산 시장처럼 은행과 거래소 사이의 다대다 관계를 구축해 기형적인 예치금 비율 구조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3) 가상자산 시장의 발전에 발맞춰 전통 금융 시장에서도 혁신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들어가며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외형적 성장을 이루며, 전통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때로는 기존 금융 시스템의 기반을 흔드는 사건들이 발생하는데, 대표적으로 2023년 3월 미국 내 친 가상자산 은행으로 잘 알려진 ‘실버게이트(Silvergate)’ 은행의 자발적 청산을 선언한 사례가 있다. 실버게이트 은행의 청산 결정은 FTX 파산의 여파가 기폭이 된 것으로 확인된다. FTX와 그 연관 회사들이 실버게이트 은행 전체 자산의 10%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고객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FTX 붕괴 이후, 가상자산 시장 전체에 불신이 확산되기 시작하였고, 이는 대규모 자산 인출 요청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실버게이트 은행은 가상자산 관련 예치금이 약 80%에 달할 정도로, 사실상 가상자산 산업 기반의 은행이었기 때문에 급격한 자금 유출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FTX가 파산한 시점인 2022년 4분기에만 전체 예금 중 68% 가량이 인출되었다. 실버게이트는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보유 자산을 급하게 현금화하기 시작하였고, 이 과정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현재는 실버게이트가 자발적 청산을 신청하며 사태가 조금씩 진정되고 있으나, 그 여파가 멈추지 않고 여러 위험을 촉발했다면 기존 금융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을 지도 모른다. 심지어 실버게이트는 파산 직전 연방주택대부 은행(Federal Home Loan Bank of San Francisco)에서 약 43억 달러의 대출을 받았으며, 이는 실버게이트의 파산이 또 다른 위험을 불러왔을 지도 모를 가능성을 보여준다.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 부상하는 전통 은행과 거래소의 관계
이처럼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시장 간의 밀접한 관계는 금융 시장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특히 실버게이트 사례에서 보았듯이, 은행과 가상자산 거래소 간의 관계가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위험성은 은행과 가상자산 거래소가 시스템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실제로 가상자산 거래소 내 사용자의 투자자금이 은행에 예치되어 있으며, 은행은 이 자금을 운용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투자자 자금 예치: 투자자는 가상자산 투자를 목적으로 은행에 투자자금을 예치한다.
가상자산 거래소 법인 계좌 입금: 투자자는 특정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를 하기 위해, 해당 가상자산 거래소 명의 법인계좌로 투자자금을 송금한다.
은행의 자금 운용: 가상자산 거래소 법인 계좌에 예치된 자금은 은행에서 고유동성 대출 재원으로 운용한다.
은행이 예치된 자금을 바탕으로 운용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가상자산 시장 특유의 가격 변동성이 높고 자금이 빠르게 이동되는 특성으로 인해 여러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가상자산과 연결된 은행에서는 뱅크런과 같은 대규모 인출 요청이 빈번히 발생할 수 있으며, 이 같은 잠재적인 위험으로 부터 대응하기 위해 은행에서는 특별한 위험 관리 전략이 필수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업비트 쏠림 현상으로 보는, 한국 금융 시장의 위험
일각에서는 국내에서도 실버게이트 사례와 동일한 위험이 예측된다고 주장한다. 2023년 10월 27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National Assembly's audit of state affairs)에 의하면,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제휴 은행인 ‘케이뱅크(Kbank)’의 전체 예치금 중 가상자산 관련 비율이 20%에 달할 정도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상자산 시장이 활황이었던 2021년 말 기준으로는 50%에 이르렀고, 업비트 법인 자금까지 포함할 경우 70%에 육박해 위험한 수준이었음을 밝혔다. 이는 타 거래소 대비 과도한 수치이며, 이 같이 높은 비율을 두고 케이뱅크가 업비트의 사금고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정도로 많은 우려가 제기되었다. 실제로,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제휴 은행 ‘NH농협은행'은 전체 예치금 중 가상자산 관련 비율이 0.2% 정도에 불과하며 케이뱅크 대비 확연히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고객 예치금 및 비중
케이뱅크 내 가상자산 관련 예치금 비율이 높은 이유는 다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데, 1) 가상자산 시장 특유의 승자 독식, 즉 쏠림 현상과 더불어 2) 한국의 ‘1 거래소 = 1 은행 체제'에서 빚어진 문제로 추측된다. 이 외에도 3) 케이뱅크 자체의 예수금 보유량이 적어 예수금 전반의 안정성이 낮은 이유도 이유 중 하나이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2022년 말 기준 국내 은행 예수금 점유율 중 약 1.15% 정도로 낮은 수준을 차지하였으며, 이는 국내 인터넷 은행 중 가장 낮은 순위이다.
FTX 파산 이후, 현재 케이뱅크는 업비트 투자자의 예치금을 법인 예수금으로 분류해 실질적으로 대출 자금으로 사용하지 않다고 밝혀 케이뱅크의 잠재적인 유동성 문제는 해소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케이뱅크가 2022년에 업비트 투자자의 예치금 중 최소 10% 가량을 국공채나 환매조건부채권(RP) 등 고유동성 자산 위주의 대출 재원으로 활용한 사례를 들며 조심할 필요가 있음을 제시한다.
가상자산 시장, 정말로 전통 금융 시장을 위협할까?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은 가상자산 시장이 잠재적으로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이미 인지하고 있기에, 당장의 실버게이트와 같은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은 다소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실버게이트의 사례를 통해 반면교사하여 잠재적 위험에 대한 방지책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1) 투자자 보호책을 강화하여 투자자의 자금 손실 우려로 부터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은행연합회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2023년 7월 ‘가상자산 실명계좌 운영 지침'을 발표해 가상자산 이용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이행할 수 있도록 최소 30억 원에서 최대 200억 원 이상의 준비금 예치 요건을 두었다. 하지만 준비금 규모가 거래소별 일평균 예치금 대비 낮은 수준이기에 더 높은 수준의 준비금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별 준비금 적립 현황
다음으로, 2) 가상자산 거래소 투자자의 예치금을 분리 보관하여 유동성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케이뱅크와 달리 NH농협은행(빗썸), 카카오뱅크(코인원)의 경우, 예치금을 별단예금 성격으로 분리 보관하고 있으며, 신한은행(코빗)은 법인수신계좌로 보내 72시간 예치 후 은행 명의 계좌로 이체해 분리하는 등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치며
외형적 성장을 이룬 가상자산 시장이 전통 금융 시장과 연계되며, 그 위험의 정도가 커지고 있다.특히 한국에서는 업비트를 중심으로 한 케이뱅크 내 가상자산 예치금 쏠림 현상과 같이 기형적인 예치금 구조를 보여주어 주요 위험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금융당국과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다. 해결책으로는 1) 가상자산과 전통 금융 시스템 간의 표준화된 프레임워크 및 규제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2) 일본과 대만 가상자산 시장에서 보듯이 은행과 거래소 사이의 다대다 관계를 구축해 건전한 경쟁을 장려하고, 기형적인 예치금 비율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3) 전통 금융 시장의 혁신이 필요하다. 가상자산 시장의 확대에 발맞춰 전통 금융 시장도 리스크 관리와 통제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치들이 가상자산 시장과 전통 금융 시장이 서로의 위협이 아닌 상호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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