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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를 기다리지 않는 은행들: 유럽 MiCA가 제시하는 스테이블코인 실행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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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를 기다리지 않는 은행들: 유럽 MiCA가 제시하는 스테이블코인 실행 기준


Key Takeaways

  • 규제 완성을 기다리며 관망하던 금융사들이 뒤늦게 진입을 계산하는 사이, 선제적으로 사업 구조를 짠 은행들은 기업 결제망을 확보하며 후발 주자가 넘기 힘든 격차를 벌려놓았다. 룰이 정해지자마자 움직인 유럽 은행들은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 법안이 통과된 뒤에야 검토를 시작하면 늦다. 본체 직접 발행, 자회사 설립, 인프라 서비스 중 취할 모델을 확정하고, ‘30% 분리 예치’와 단계별 규제 비용을 미리 계산해 둔 곳만이 법 시행과 동시에 서비스를 낼 수 있다. 경영진 법적 책임이 걸린 백서 검증 체계와 상환·복구 계획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라이선스가 열려도 출시 시점은 기약 없이 밀린다.

  • 규제가 시행되는 날, 출발선은 절대 같지 않다. 법안 확정만을 기다려온 은행이 서류 작업부터 시작할 때, MiCA를 기준 삼아 손익 검증과 파트너십을 끝내둔 곳은 즉시 거래 유동성을 흡수한다. 규제는 모든 은행에 공평하게 열리지만, 실질적인 시장 점유율은 먼저 준비를 끝낸 쪽이 가져간다.


왜 유럽에서 스테이블코인 준비 과제를 찾는가: 규제 공백의 혼란 vs 명확한 규제를 통한 실행

전 세계가 스테이블코인의 리스크 관리를 저울질하는 동안, 유럽은 MiCA(암호자산시장법)로 진입 자격과 준비금 관리, 상환 의무를 일찌감치 정립했다. 제도가 명확해지자 유럽 은행들은 망설임 없이 시장에 진입했고, 이는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우지 못한 글로벌 규제 당국에 가장 강력한 실증 사례가 되고 있다.

규제 완성을 기다린 뒤에 움직이면 이미 늦다. 규제 공백기에 있는 국가의 은행들이 제도 정비 이전부터 사업 모델을 먼저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스테이블코인 사업은 단순히 토큰을 찍어내고 인가를 받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은행은 법이 완성되기 전 다음 세 가지 핵심 과제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1. 첫째, 사업 방식의 확정: 직접 토큰을 발행할 것인가, 발행사의 유통·커스터디 등 연계 서비스를 맡을 것인가

  2. 둘째, 준비자산 관리 체계 구축: 법적 자격 요건에 맞춰 준비금을 어떻게 격리·운용할 것인가

  3. 셋째, 상환 메커니즘과 고객 보호: 대규모 환매 요청 시 즉각적인 원금 반환 절차와 공시 체계를 어떻게 갖출 것인가

이 세 가지 의사결정의 기준점이 바로 MiCA의 EMT(전자화폐토큰,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 규정이다.

본문에서는 유럽의 EMT 발행 및 서비스 규율 체계를 분석하고, 규제 공백에 놓인 은행이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실무 준비 방안을 살펴본다. 각 과제는 [지금 결정할 핵심 과제 → MiCA 세부 조항 분석 → 은행의 선제적 대응 전략]의 순서로 짚어본다. MiCA가 법적 테두리를 제시할 뿐 구체적인 사업 모델과 수익화 전략까지 대신 결정해주지는 않는 만큼, 유럽의 선례를 통해 우리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내려야 할 판단을 구체화해보고자 한다.

1. 첫 번째 결정 과제: 직접 발행할지, 혹은 필요한 서비스만을 제공할지 정한다먼저, 기술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된 사업 구조를 짜야 한다.

유럽 내에서 EMT를 발행할 수 있는 곳은 은행 혹은 전자화폐기관뿐이다. 전자화폐기관(Electronic Money Institution, EMI)은 고객이 전자지갑 등에 충전한 돈으로 결제하거나 송금할 수 있도록 하는 회사다. 은행 역시 직접 발행하는 길 외에, 별도 자회사를 설립해 전자화폐기관 인가를 받아 EMT를 발행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

두 라이선스 모두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가능하지만, 적용받는 법적 규제와 자본 규제 수준은 판이하다. 따라서 은행 본체의 건전성 리스크를 차단할 것인지, 기존 금융 인프라의 신인도를 전면에 내세울 것인지 등 사업 목적에 맞춰 본체 발행과 자회사 설립 중 최적의 지배구조를 먼저 확정해야 한다.

나아가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전 금융상품 설명서에 준하는 백서(Crypto-asset White Paper) 공시가 필수적이다. 토큰의 법적 구조, 준비자산 운용 방식, 투자자 리스크를 담은 백서 작성과 금융·법무적 검토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먼저 구현해도 사업화 단계에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은행은 고객에게 돈을 돌려줄 상환 체계와 그 비용을 감당할 수익 구조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MiCA 제49조에 따라 발행사는 EMT 보유자가 요청하면 언제든 액면금액으로 상환해야 한다. 상환 수수료는 원칙적으로 받을 수 없고, 상환 조건은 백서에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따라서 발행 시 받은 돈 자체를 수익으로 볼 수 없으며, 상환 요청이 몰려도 필요한 자금을 확보해 지급할 수 있어야 한다.

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하지 않아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서비스로 돈을 벌 수 있다.

MiCA는 은행이 반드시 자기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야만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정하지 않는다. 제60조에 따라 은행은 다른 회사가 발행한 코인을 고객 대신 보관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보내주고, 법정화폐로 바꾸는 등의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즉,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하지 않아도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 가능하다.

다만 사업자별 취급 범위가 다르다. 은행은 사전통지(제60조 제1항)만으로 타사 발행 코인까지 다룰 수 있지만, 전자화폐기관(EMI)은 사전통지(제60조 제4항)를 거쳐도 자체 발행한 EMT의 보관·이전만 가능하다. EMI가 타사 코인까지 취급하려면 별도의 암호자산서비스제공자(CASP) 인가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다양한 코인을 다루려면 은행 본체가 직접 나설지, 자회사에 추가 인가를 받을지 비용과 실익을 따져봐야 한다.

기존 지급결제 규제와의 중첩도 확인해야 한다. 고객의 코인을 이체해 주는 업무는 MiCA상 ‘암호자산 이전 서비스’이자 지급서비스지침(PSD2)상 ‘지급서비스’에 함께 해당할 수 있다. 은행 인가가 있더라도 PSD2에 따른 고객 인증(SCA)이나 거래 사고 책임까지 면제되지는 않는 만큼, 기존 금융 법령과의 정합성을 미리 검토해야 한다.

이전 서비스의 수수료 체계와 손익분기점을 선제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MiCA상 암호자산 이전 서비스 제공자는 고객 계약서에 전송 방식, 보안 체계, 수수료, 준거법을 명시해야 하며, 가격·수수료 정책을 웹사이트에 투명하게 공시해야 한다.

따라서 은행은 서비스 기획 단계부터 책정 수수료가 운영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건당 수수료 수입에서 시스템 운영비, 인건비뿐만 아니라 강력한 고객 인증(SCA), 이상거래탐지(FDS), 사고 대응에 드는 컴플라이언스 비용까지 차감해야 실질 수익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법정화폐로의 ‘상환’ 업무는 원칙적으로 수수료 부과가 금지되므로, 수수료를 수취할 수 있는 ‘이전 서비스’와 무상 제공해야 하는 ‘상환 절차’를 회계·운영상 명확히 분리해 채산성을 계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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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 번째 결정 과제: 발행사의 자격에 맞춰 준비자산 관리 방식을 정한다

은행은 고객에게 받은 자금의 관리 방식을 정하기 전에, 실제 발행 법인에 어떤 규제가 적용되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MiCA 제48조는 EMT를 전자화폐로 보고, 별도 규정이 없는 사항에는 기존 전자화폐지침을 적용한다. 다만 실제 발행사가 은행인지 전자화폐기관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규제가 달라진다. 은행 본체에는 기존 은행의 규제가 적용되며, 전자화폐기관은 별도의 고객자금 보호 요건을 따라야 한다. 따라서 은행은 사업을 준비할 때 발행 법인과 인가 종류 그리고 고객에게 상환할 책임이 있는 법인을 먼저 정해야 한다.

은행은 고객 자금을 어디에 얼마나 배분할지 정하고, 실제 운용수익과 관리비용을 바탕으로 사업성을 계산해야 한다.

MiCA 제54조에 따라 전자화폐기관이 EMT를 발행할 경우, 고객 수취 자금의 최소 30%를 다른 은행의 별도 계좌에 예치해야 한다. 나머지 자금 역시 동일 통화로 표시된 저위험·고유동성 안전자산에만 투자할 수 있다. 반면 은행 본체가 직접 발행할 때는 이 30% 예치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전자화폐기관 자회사를 통해 발행한다면 30%의 유동성 예치금과 안전자산 운용수익, 계좌 관리비용을 감안해 사전 배분 전략을 짜야 한다. 규제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국가의 은행이라도 MiCA의 ‘30% 분리 예치’ 기준을 벤치마크 삼아 발행 주체별 사업성 시나리오를 미리 검토해 둘 필요가 있다.

모든 스테이블코인이 과도한 규제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단계별 비용 산정이 필요하다.

MiCA 제56조는 보유자 수, 시가총액, 거래량 등 까다로운 요건을 동시에 충족한 스테이블코인만 유럽은행감독청(EBA)이 ‘중요 EMT(Significant EMT)’로 지정하도록 규정한다. 시장에 나온 모든 코인이 처음부터 최고 수준의 규제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EU에 신고된 45개 EMT 중 이 기준을 충족해 중요 EMT로 지정된 것은 USDC가 유일하다. 나머지 44개는 일반 규제 틀 안에서 정상적으로 발행·유통되고 있다. 즉, 사업 초기부터 대형 스테이블코인 기준에 맞춘 과도한 규제 준수 비용을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다만 중요 EMT로 지정되는 순간 규제 강도는 급변한다. 특히 전자화폐기관(EMI) 자회사를 통해 발행할 경우, 제58조에 따라 준비자산 적립 비율과 자기자본 요건이 대폭 강화되며 감독당국(EBA)의 직접 감독도 추가된다.

따라서 은행은 초기 진입 단계의 최소 비용과 향후 사업 확장에 따라 ‘중요 EMT’로 진입했을 때 발생할 추가 자본 확충 비용을 구분해 단계별로 손익 시나리오를 설계해야 한다.

은행은 발행 주체를 선택할 때, 중요 EMT 지정 이후 필요한 자본과 위험관리 비용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MiCA 제58조에 따라 중요 EMT를 발행하는 전자화폐기관은 평균 준비자산의 3%를 기준으로 자기자본을 확보하고, 상환 요청이 몰려도 돈을 지급할 수 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준비자산 독립 감사도 6개월마다 받아야 한다.

은행 본체에는 제58조 제1항의 추가 의무가 적용되지 않으며, 기존 은행 감독체계가 유지된다. 반면 전자화폐기관은 중요 EMT 지정 전에도 감독당국으로부터 일부 강화 요건을 요구받을 수 있다. 따라서 전자화폐기관 자회사를 통한 발행을 검토한다면, 추가 자본을 누가 언제 조달할지 정하고 위험관리·감사·외부 수탁 연동에 필요한 인력과 비용을 사업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3. 세 번째 결정 과제: 상환 절차와 고객 안내를 함께 설계한다

은행은 고객이 상환을 요청했을 때 실제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상환 절차와 고객 안내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

MiCA 제49조에 따라 EMT 보유자는 거래소에서 코인을 매도하는 것과 별개로, 발행사에 언제든 액면금액으로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발행사는 상환 조건을 백서에 명확하게 설명해야 하며, 원칙적으로 상환 수수료를 부과할 수 없다. 다만 위기 상황에서 복구계획에 정해진 조건과 절차에 따라 부과하는 유동성 수수료는 예외로 인정된다.

따라서 은행은 상환 요청을 받는 창구부터 고객 확인, 토큰 회수, 대금 지급까지의 절차와 담당자를 정해야 한다. 백서·이용약관·앱 화면에서도 발행사와 상환 창구, 지급 방식, 처리 시간, 지연 시 문의처를 일관되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

은행은 고객이 스테이블코인을 일반 예금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백서와 서비스 화면에서 상품의 성격과 보호 범위를 일관되게 설명해야 한다.

MiCA 제51조는 백서에 발행사, 토큰의 구조, 보유자의 권리·의무와 위험 등을 기재하도록 한다. 특히 EMT에는 예금보장제도와 투자자보상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경고를 명시해야 한다. 또한 발행사는 백서를 공개 최소 20영업일 전에 관할 감독당국에 통지해야 하므로, 서비스 출시 일정에 백서 작성과 검토 기간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추가적으로 상품명이나 홍보 문구가 예금과 같은 보호를 받는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상환 절차나 지급 조건이 바뀔 때는 백서와 고객 안내를 함께 수정해, 고객에게 설명한 내용과 실제 운영이 일치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은행은 백서의 내용을 누가 확인하고 승인할지 정하고, 각 설명의 근거와 검토 이력을 남겨야 한다.

MiCA 제52조에 따르면 백서에 불완전·불명확하거나 오해를 유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보유자에게 손실이 발생할 경우, 발행사는 물론 경영진과 감독기구 구성원에게도 법적 손해배상 책임이 부과된다. 이러한 책임은 계약이나 약관으로 면책되거나 제한될 수 없다.

따라서 은행은 백서의 신뢰성을 담보할 항목별 승인 책임 체계를 사전에 구축해야 한다. 상환 처리 프로세스는 운영부서, 유동성 확보와 준비금 운용은 자금부서, 상환 의무 법인과 법적 위험은 법무부서가 최종 확인하도록 역할을 분장하는 방식이다. 나아가 각 부서의 검토 근거와 승인 이력을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향후 운영 시스템이나 계약 내용이 바뀔 때마다 백서 문구를 갱신하는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은행은 위기 수습을 위한 ‘복구계획’과 사업 종료를 대비한 ‘상환계획’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MiCA 제55조는 EMT 발행사로 하여금 위기 상황에 대비한 복구계획(Recovery Plan)과 상환계획(Redemption Plan)을 모두 수립하도록 강제한다.

복구계획은 대규모 환매 청구(뱅크런) 등 위기 상황에서 유동성을 조달해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대응책이다. 반면 상환계획은 감독당국이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거나 사업을 종료해야 할 때, 준비자산을 신속히 현금화해 고객에게 공평하게 잔여 자금을 돌려주는 청산 절차를 담는다.

따라서 은행은 비상시 자금 조달 경로와 의사결정 체계를 담은 정상화 매뉴얼뿐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서 고객별 지분을 실시간으로 특정하고 자산을 환가·분배하는 종료 시나리오와 대고객 공시 절차까지 사전에 구비해 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규제와 상관없이 은행은 지금 무엇을 준비할 수 있는가

앞서 MiCA를 통해 은행의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자금 관리, 상환에 필요한 요건을 살펴봤다. MiCA는 규제를 준비 중인 국가들에 명확한 기준점을 제시하지만, 결국 실제 사업은 각국이 내놓을 최종 법률에 맞춰 추진된다. 그렇다면 자국 법안이 확정되기 전까지 은행은 마냥 손을 놓고 있어야 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법 시행 전이라도 은행이 미리 사업성을 따져보고 준비할 수 있는 영역은 확실하다.

첫째, 기존 금융과의 실질적인 비용·효익 비교다.

스테이블코인 도입으로 고객과 은행이 얻을 실질적 이익을 수치로 검증해야 한다. 기존 SWIFT 기반 해외송금 대비 수수료 절감액과 결제 시간 단축 효과를 산출하고, 시스템 구축·운영비를 뺀 뒤에도 은행에 실질 마진이 남는지 따져봐야 한다. 이를 통해 B2B 무역결제, 소액 해외송금 등 어떤 고객군을 타깃으로 삼을지 사업의 윤곽을 먼저 그릴 수 있다.

둘째, 사업 방식(단독·공동·유통)의 타당성 검토다.

예상 수익성에 따라 최적의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해야 한다. 은행이 직접 발행할 수도 있고, 기존 코인을 유통하는 인프라 사업자로 나설 수도 있으며, 여러 은행이 연합해 공동 발행사를 세우는 대안도 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복수 금융기관이 참여한 ‘키발리스(Qivalis)’ 컨소시엄을 통해 유로 스테이블코인 공동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인프라 구축과 상환 체계 마련에 드는 비용 부담을 분산하고, 각 은행은 고객 접점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셋째, 실수요자 검증과 네트워크 선점이다.

법이 완성되길 기다리기보다 국경 간 결제가 잦은 수출입 기업이나 핀테크 고객을 대상으로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확인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절감되는 시간과 비용을 실증하고, 필요한 해외 현지 은행이나 결제사업자와의 파트너십 논의를 미리 시작해 둘 수 있다.

규제가 확정되는 순간, 은행들의 출발선은 같지 않을 것이다. MiCA와 같이 명확하게 정립된 유럽의 선제적인 규제 기준과 체계를 기준점 삼아 사전에 치밀하게 대비하고, 고객 수요와 사업성을 미리 검증한 은행은 곧바로 사업 실행에 나설 수 있다. 반면 규제 확정만을 기다려온 은행은 그제야 사업 모델 검토부터 시작해야 하는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규제 정비는 모든 은행에 사업 기회를 열어줄 수 있지만, 먼저 준비한 은행이 확보한 시간과 시장 선점의 기회까지 돌려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은행은 자국 규제가 완비되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 MiCA 등의 세계적 규제 프레임워크를 참고하여 지금 당장 고객 수요를 확인하고 사업성을 검증하며 필요한 협력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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