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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리서치
해외로 향한 700조, 한국이 놓친 디지털자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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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향한 700조, 한국이 놓친 디지털자산 시장

국내에서 충족되지 못한 투자 수요는 어디로 향하는가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이 파생상품과 결제, 온체인 서비스로 빠르게 넓어지는 동안 한국 시장은 현물 거래에 머물러 있습니다. 국내에서 충족되지 못한 투자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해외 거래소와 온체인으로 이동했습니다. 본 리포트에서는 타이거리서치가 체이널리시스와 함께 약 12만 개의 국내 투자자 추정 지갑을 추적해,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약 700조 원이 어디로 향했는지 분석합니다.


Key Takeaways

  • 국내 투자자들은 원하는 투자 기회를 찾아 자금을 해외로 옮기고 있다.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약 700조 원이 국내 거래소를 떠났으며, 최근에는 절대 유출액이 줄었음에도 국내 거래 규모 대비 순유출 강도는 높아지고 있다.

  • 해외로 옮긴 자금은 거래소에 머물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파생상품을 거래하고 예측시장에 참여하며, 스테이블코인은 크립토카드를 통해 실제 결제에도 사용한다.

  • 해외 사업자들은 이 과정에서 수수료뿐 아니라 고객과 데이터, 사업 경험까지 확보한다. 국내에서 발생한 수요가 해외 기업의 매출과 새로운 사업을 키우는 기반으로 이어지고 있다.


1. 커지는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 제자리걸음하는 한국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은 과거와 다른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주로 개인 투자자의 현물 거래를 중심으로 발전해온 시장에 제도권 자본이 유입되는 동시에,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은 금융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시장을 구성하는 자본의 성격뿐 아니라 디지털자산이 활용되는 방식까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를 통해 기관 투자자의 시장 접근이 확대되고 있으며, 무기한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거래 수단을 넘어 결제와 송금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실물자산의 토큰화 역시 자산의 발행과 유통 방식에 변화를 만들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의 범위가 거래를 넘어 금융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모든 시장에서 같은 속도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시장은 여전히 개인 투자자의 현물 거래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으며, 기관의 시장 참여도 제한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파생상품과 새로운 금융 서비스도 국내에서는 충분한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국내 시장과의 구조적 격차도 커지는 모습이다.

이러한 차이는 거래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글로벌 거래소가 현물에 더해 무기한선물 등으로 거래 영역을 넓히는 동안 국내 거래는 현물에 집중돼 있다. 그 결과 주요 국내외 거래소의 전체 거래대금에서 국내 거래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거래대금은 시장의 한 단면에 불과하지만, 글로벌 시장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국내 시장의 상대적 입지가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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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국내에서 충족되지 못한 수요, 해외로 떠나는 투자자

국내 시장의 상대적 입지가 약해지고 있지만, 이를 국내 투자자의 수요가 줄어든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국내에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상품과 서비스가 해외에서 빠르게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와 온체인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충족되지 못한 투자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실제 거래와 서비스 이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규모도 상당하다. 타이거리서치는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와 함께 온체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유출된 암호화폐 규모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약 700조 원이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2025년에만 약 168조 원이 유출됐으며, 2026년에는 약 7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식별 가능한 경로만 집계한 수치로, 실제 규모는 이보다 클 가능성이 있다.

절대 유출액만 보면 최근 자금 유출이 둔화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시장 전체의 거래가 위축되면 국내 거래대금과 해외 유출액도 함께 감소하기 때문에 절대액만으로 유출의 강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에 본 분석에서는 해외 거래소로의 순유출액을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 국내 3대 거래소의 현물 거래대금으로 나눈 ‘순유출 강도’를 함께 살펴봤다. ​분석 결과 절대 유출액은 감소하고 있지만 순유출 강도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국내 거래 규모가 줄어드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국내에서 충족되지 못한 수요가 해외로 이동하면 그 경제적 가치도 함께 해외로 넘어간다. 가장 직접적인 것은 거래 수수료다. 타이거리서치가 자체 방법론을 적용해 추산한 결과, 국내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며 낸 거래 수수료는 2025년 약 5조 원, 2026년 상반기에만 약 1.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발생한 투자 수요가 해외 사업자의 매출로 전환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해외에 축적되는 가치는 수수료 수익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투자자의 거래와 서비스 이용이 해외에서 이뤄질수록 고객 접점과 거래 데이터도 해외 사업자에 쌓인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투자자의 수요를 더 정확히 파악하고, 새로운 상품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역량도 축적할 수 있다. 결국 국내에서 충족되지 못한 수요는 해외 사업자의 매출로 이어지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사업을 만들고 확장하는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3. 해외 거래소를 넘어 온체인으로 확산되는 투자 수요

Source: Chainalysis Reactor

국내 거래소를 벗어난 자금의 이동은 해외 거래소에서 끝나지 않는다. 타이거리서치는 체이널리시스의 자금 추적 도구 ‘리액터(Reactor)’를 활용해 국내 투자자로 추정되는 지갑의 자금 흐름을 추적했다. 분석 결과 해외로 이동한 자금은 거래소에 머무르지 않고 개인지갑을 거쳐 탈중앙화 거래소와 예측시장 등 다양한 온체인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러한 흐름이 일부 지갑에만 나타나는 현상인지 확인하기 위해 국내 투자자로 추정되는 약 12만 개의 지갑 주소를 추가로 분석했다. 그 결과 탈중앙화 거래소를 통한 레버리지 거래와 예측시장 참여 등 해외 거래소 밖에서도 상당한 투자 활동이 확인됐다. 국내에서 충족되지 못한 투자 수요가 해외 거래소를 넘어 온체인 시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3.1. 탈중앙화 거래소로 확장되는 파생상품 거래 수요

국내에서 충족되지 못한 파생상품 거래 수요가 탈중앙화 거래소로 이동하고 있다. 온체인 분석 결과, 2024년 1월부터 2026년 7월까지 국내 투자자로 식별된 지갑이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라이터(Lighter) 등 3개 탈중앙화 거래소에 입금한 금액은 누적 2.4조 원에 달했다. 이들 거래소에서는 무기한선물을 중심으로 레버리지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국내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파생상품에 대한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유입된 자금은 레버리지 거래를 통해 더 큰 거래 규모로 이어지고 있다. 2026년 7월 한 달 동안 하이퍼리퀴드에서 거래한 국내 투자자 추정 지갑 약 1,200개의 명목 거래대금은 7.4조 원에 달했다. 레버리지 거래의 특성상 명목 거래대금이 크게 집계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 달에 7조 원이 넘는 거래가 발생했다는 점은 국내 투자자의 온체인 파생상품 거래가 이미 상당한 규모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하이퍼리퀴드에서는 거래 대상도 암호화폐를 넘어 전통자산으로 넓어지고 있다. 2026년 1월부터 7월까지 국내 투자자 추정 지갑의 상위 거래 종목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원유 등을 기초로 한 상품이 다수 포함됐다. 높은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정규 거래시간 외에도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 이러한 수요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뿐 아니라 전통자산에서도 기존 시장과 다른 방식으로 거래하려는 수요가 온체인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Source: Hypedash

참여하는 투자자의 자금 규모도 다양하다. 분석 기간 동안 국내 투자자로 식별된 지갑만 7천여 개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지갑도 확인됐다. 한 국내 투자자로 추정되는 지갑은 2026년 7월 하이퍼리퀴드에서 약 10억 원을 증거금으로 SK하이닉스 기반 무기한선물에 10배 레버리지 숏 포지션을 구축했다. ​식별된 지갑의 거래 규모가 폭넓게 분포하고 있으며, 고액 자금도 온체인 파생상품 시장에서 활발하게 운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3.2. 국내 투자자의 또 다른 선택지, 예측시장

글로벌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예측시장에도 국내 투자자의 상당한 참여가 나타나고 있다. 예측시장은 정치와 경제, 스포츠 등 앞으로 벌어질 사건의 결과를 거래하는 시장이다. 국내에서는 이 같은 거래가 제한돼 있지만, 폴리마켓(Polymarket)에서는 국내 투자자의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온체인 분석 결과, 2024년 1월부터 2026년 7월까지 폴리마켓을 이용한 국내 투자자로 추정되는 지갑은 약 3,700개였으며, 누적 거래대금은 약 6,360억 원에 달했다.

거래는 한국의 주요 정치 이벤트와 맞물려 크게 늘었다. 탄핵과 대통령 선거가 이어진 2025년 3월부터 6월까지 한국 관련 상품은 국내 투자자로 추정되는 지갑의 전체 거래대금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전체 분석 기간 누적 거래대금도 약 896억 원에 달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에는 한국 정치 관련 상품의 거래 비중이 빠르게 낮아졌지만, 국제 정세와 월드컵을 비롯해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심지어 서울의 날씨를 예측하는 상품까지 다양한 주제에서 거래가 이어졌다. ​한국 정치에 집중됐던 거래가 이후 다른 상품으로 분산되면서, 국내 투자자의 예측시장 이용이 특정 정치 이벤트에만 머물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품별 거래대금을 보면 국내 투자자의 관심이 어디에 집중됐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와 국제 정세 등 글로벌 이슈가 거래대금 상위권을 차지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 당선’을 비롯한 한국 정치 관련 상품에서도 높은 거래대금이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의 예측시장 거래가 글로벌 주요 이슈 전반에 걸쳐 형성되는 동시에, 한국 정치와 관련된 상품에서도 상당한 규모로 이뤄진 것이다.

참여 지갑 수를 함께 보면 한국 관련 상품의 특징은 더욱 선명해진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등 국내 정치 관련 상품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 관련 상품보다 더 많은 국내 투자자로 추정되는 지갑이 참여했다. 거래대금 기준에서는 글로벌 이슈와 한국 관련 상품이 함께 상위권을 형성한 반면, 참여 지갑 수에서는 한국 정치 관련 상품에 보다 폭넓은 참여가 나타났다.

3.3. 해외 크립토 카드로 이어지는 결제 수요

글로벌에서는 크립토 카드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디지털자산을 소비에 활용하는 시장도 커지고 있다. 크립토 카드는 디지털자산을 기존 카드 결제망과 연결해 일반 카드와 유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앱에서 가상카드를 발급받아 온라인이나 모바일 결제에 사용할 수 있으며, 일부 서비스는 실물카드도 제공해 오프라인 가맹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디지털자산의 활용이 거래와 투자를 넘어 일상적인 결제로까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해외 크립토 카드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26년 7월 말 기준 레드닷페이(RedotPay)와 카스트(KAST), 이더파이(ether.fi), 트리아(Tria), 플라즈마(Plasma) 등 주요 크립토 카드 앱의 국내 누적 다운로드는 약 3.8만 건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레드닷페이와 이더파이를 온체인에서 분석한 결과, 국내 이용자로 추정되는 지갑은 두 서비스를 합쳐 약 천여 개로 확인됐다.

이들 지갑에서 크립토 카드로 유입되는 자금도 점차 늘어나는 흐름을 보였다. 레드닷페이와 이더파이의 월별 카드 충전액은 특히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이어간 2026년 들어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환율과 충전액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카드 결제에 활용하려는 수요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외로 이동한 디지털자산이 결제를 위한 자금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결제 규모는 이더파이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레드닷페이와 이더파이는 모두 충전한 디지털자산을 카드 결제에 활용할 수 있지만, 온체인에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의 범위에는 차이가 있다. 레드닷페이는 카드로 유입되는 충전액까지 추적할 수 있는 반면, 이더파이는 결제와 연결된 자금 흐름까지 확인할 수 있어 국내 이용자로 추정되는 지갑의 결제액도 집계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이더파이에 충전된 자금은 가맹점 결제로 이어지고 있었으며, 스테이블코인이 보유 수단을 넘어 일상적인 소비에도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Source: Chainalysis Reactor

크립토 카드가 중요한 이유는 해외로 이동한 자금이 투자 이후에도 국내로 돌아오지 않고 소비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개별 지갑에서도 확인된다. 타이거리서치가 추적한 국내 투자자로 추정되는 한 고액 지갑은 국내 거래소에서 개인지갑으로 자금을 옮겨 하이퍼리퀴드와 폴리마켓에서 거래한 뒤, 일부 자금을 이더파이 카드로 이전해 결제에 사용했다. 국내 거래소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해외 거래소와 온체인에서 계속 활용되면서 투자에서 소비로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 것이다.

4. 자금 유출의 흐름을 바꿀 골든 타임은 남아 있다

해외로 이동한 자금의 규모는 이미 상당하지만, 그 흐름을 바꿀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앞선 분석에서 확인했듯 국내 투자자의 수요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충족되지 못한 수요가 해외 거래소와 온체인 서비스에서 거래와 이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국내에서 이를 받아낼 수 있는 시장이 만들어진다면 앞으로의 자금 흐름도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금이 국내에 머물 수 있는 환경과 이미 해외로 이동한 자금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경로를 함께 만드는 것이다. 국내에서 충족할 수 있는 수요의 범위를 넓혀 새로운 자금 유출을 줄이는 한편, 해외 자금이 국내로 환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도적 마찰도 낮출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자금 유출을 줄이고 이미 해외에 머무는 자금의 환류를 늘리는 두 가지 접근이 함께 이뤄져야 자금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4.1. 국내에 자금이 머물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자금이 국내에 머물기 위해서는 국내 사업자가 변화하는 투자 수요를 국내 시장에서 받아낼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은 현물 거래를 넘어 파생상품과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주식 무기한선물과 토큰화 주식 등 전통자산까지 새로운 방식으로 거래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러한 상품과 서비스를 뒷받침할 제도와 기준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거래소의 사업이 현물 거래에 집중돼 있다. 국내에 수요가 없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수요를 국내 사업자가 새로운 상품과 시장으로 연결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Source: Tiger Research

글로벌 사업자들은 시장의 변화에 맞춰 사업 영역도 함께 넓혀왔다.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 등 주요 글로벌 거래소는 파생상품과 기관 대상 서비스 등 인접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필요한 기술과 인프라는 자체 개발이나 인수합병을 통해 확보해왔다. 새로운 수요가 형성되면 이를 기존 사업과 연결해 새로운 시장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국내 사업자는 디지털자산 시장 안에서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하기 어려워 성장 동력을 다른 산업에서 찾아야 했다. 이는 사업자의 의지보다는 새로운 수요를 사업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의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주식 무기한선물은 국내 사업자가 새로운 투자 수요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다. 앞선 분석에서 국내 투자자로 추정되는 지갑은 해외에서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주식 기반 무기한선물을 거래하고 있었다. SK하이닉스 무기한선물은 국내 주가와 상당히 유사한 흐름을 보이면서도 국내 증시가 닫힌 야간과 주말에도 거래가 이어진다. 기초자산의 가격을 비교적 충실하게 반영하면서 정규 거래시간 밖에서도 가격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국내 현물시장을 보완하는 가격 신호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에서 충족되지 못한 수요가 해외에서 거래로 이어지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시장을 보완할 수 있는 기능까지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수요를 국내 시장에서 받아내기 위해서는 특정 상품의 허용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데서 나아가,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제도 안에서 사업화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상품을 일괄적으로 허용하기보다 투자자 보호와 위험 관리에 필요한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이를 충족하는 사업자는 변화하는 수요에 맞춰 사업을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내에서 만들어진 수요가 해외에서 먼저 시장으로 형성되는 구조를 바꾸고,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사업 경험과 경쟁력도 국내에 남길 수 있다.

4.2. 해외 자금이 돌아올 길을 넓혀야 한다

국내에 다양한 투자 기회가 생기더라도 이미 해외로 이동한 자금이 자연스럽게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자금을 국내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거쳐야 할 확인 절차가 많고, 신고와 과세 기준까지 불명확하다면 환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에 자금이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과 함께, 이미 해외에 있는 자금이 돌아올 과정의 부담도 낮춰야 한다.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에 따라 암호화폐 자산 이전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관리도 강화되고 있다. 트래블룰 적용 범위가 소액 거래까지 확대되고,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을 오가는 자금에도 거래 상대방의 위험도에 따라 별도의 관리 기준이 적용된다.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관리 필요성과 별개로, 해외 자금을 국내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확인 절차가 늘어나는 만큼 정상적인 자금 이동에 불필요한 부담이 생기지 않도록 적용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과세가 시행되면 해외에 있는 자산을 국내로 가져올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더 많아진다.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 온체인 서비스를 오간 자산은 취득가액과 과거 거래 이력을 확인해야 하지만, 복잡한 거래를 어떻게 처리하고 어떤 자료를 증빙으로 인정할지에 대한 기준은 아직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다. 문제는 세금 자체보다 제도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자가 과거 거래를 직접 정리하고 신고해야 하는 부담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과세 시행과 신고에 대한 검색 관심이 높아진 시기에 국내 거래소의 해외 유출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난 만큼, 이러한 불확실성이 자금 흐름에 미칠 영향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해외 자금의 환류를 위해서는 정상적인 자금 이동을 불필요하게 제약하는 규제는 정비하고, 필요한 규제도 적용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 자금세탁방지와 과세는 필요하지만, 기준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확인과 신고 의무만 강화하면 정상적인 자금의 국내 환류까지 위축될 수 있다. 필요한 관리는 유지하되 자금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부담을 줄여야, 해외로 이동한 자금이 다시 국내로 돌아올 수 있다.

5. 국내로 돌아온 자금이 만들어낼 새로운 기회

이번 분석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자본 유출만이 아니다. 국내에서 충족되지 못한 수요가 해외에서 거래와 서비스 이용으로 이어지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새로운 사업 기회까지 해외 사업자에게 넘어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국내에서도 이러한 수요를 받아낼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지금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수익과 사업 기회의 일부를 국내로 돌리는 것이다.

그 규모는 거래 수수료만 놓고 봐도 작지 않다. 국내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며 낸 것으로 추정되는 거래 수수료는 2025년 약 5조 원에 달한다. 동일한 거래 활동과 수수료 수준을 가정하면 이 가운데 10%가 국내 사업자를 통해 발생할 경우 약 5천억 원, 25%는 약 1.25조 원, 50%는 약 2.5조 원의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지 않더라도 이미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는 국내 투자자의 거래 일부만 국내로 돌려도 가능한 규모다.

그러나 국내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는 거래수수료보다 크다. 코인베이스는 현물 거래에서 출발해 수탁과 기관 서비스, 스테이블코인 등으로 사업을 넓혀왔고, 2026년 1분기에는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거래 외 사업에서 발생했다. 반면 두나무는 매출 대부분이 원화 현물 거래수수료에 집중돼 있다. 같은 디지털자산 수요가 존재하더라도 사업자가 이를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는지에 따라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장의 범위는 달라진다.

이 차이가 더 벌어지기 전에 국내 사업자가 새로운 수요를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빠르게 넓어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사업화할 제도적 기반이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 이 격차가 고착되기 전에 국내 시장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의 골든타임이다.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해외로 향하고 있는 거래와 자금이 국내 시장을 선택할 유인도 만들어야 한다.

세제는 이러한 유인을 만들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태국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자국에서 허가받은 디지털자산 사업자를 통한 개인의 양도차익에 소득세를 면제해 제도권 시장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 한국도 제도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과세를 세수 확보의 관점에서만 접근하기보다, 국내 시장으로 거래와 자금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 수단으로 함께 검토할 수 있다.

해외로 향하던 수요와 자금의 일부를 국내로 돌릴 수 있다면 그 효과는 거래수수료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사업자가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시장이 넓어지고, 이는 기업의 성장과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과 기업의 성장은 장기적으로 국내에 남는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세원의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지금의 골든타임에 필요한 것은 제도를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에서 새로운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까지 함께 만드는 것이다.


Appendix. 분석 방법론

본 리포트는 타이거리서치가 자체 구축한 온체인 주소 라벨링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 투자자로 추정되는 지갑을 식별해 분석했다. 타이거리서치는 2023년부터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온체인 자금 흐름을 분석하며 국내 투자자와 연관된 지갑을 식별하기 위한 기준과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현재 국내외 거래소와 연관된 약 500만 건의 주소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지갑 식별을 위한 기초 데이터로 활용했다.

국내 투자자 추정 지갑을 식별하고 검증하는 과정에는 온체인 데이터와 함께 오픈소스 인텔리전스(OSINT)도 활용했다. 디스코드(Discord)와 트위터(Twitter), 깃허브(GitHub) 등 공개 계정에 연결된 지갑 주소를 확인하고, 오픈씨(OpenSea)와 POAP 등 디앱에서 공개되는 활동 이력도 살펴봤다. 특히 한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행사와 에어드롭 등 지역 한정 캠페인이 비교적 활발해 지갑의 한국 연관성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다양하게 확보할 수 있었다.

여기에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리액터(Reactor)를 활용해 주소 간 연결 관계와 자금 흐름, 클러스터를 추가로 분석하고 기존 식별 결과도 교차 검증했다. 리액터를 통해 자체 데이터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연관 지갑까지 추적하면서 식별 범위를 크게 넓힐 수 있었고, 그 결과 이번 분석에는 약 12만 개의 국내 투자자 추정 지갑 주소를 활용했다.

다만 약 12만 개의 지갑 주소를 국내 전체 디지털자산 투자자의 대표 표본으로 볼 수는 없다. 국내 투자자의 상당수는 중앙화 거래소 내부에서 거래하며, 개인지갑이나 온체인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는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데이터셋은 전체 투자자를 대표하기보다, 거래소 밖으로 이동해 온체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내 투자자의 자금 흐름과 이용 행태를 분석하기 위한 것이다. 반복적으로 온체인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지갑도 포함돼 있어, 해당 투자자층의 활동을 살펴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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