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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역외 거래대금 307조, 국경을 넘어가는 유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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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역외 거래대금 307조, 국경을 넘어가는 유동성

무기한선물이 만드는 새로운 금융 시장

2026년 들어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한국 주식 기반 무기한선물 거래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불과 수개월 만에 누적 거래대금은 약 307조원에 달했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전통자산 시장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역외 유동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국내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봅니다.


Key Takeaways

  • 가상자산 거래소는 무기한선물을 통해 주식·원자재 등 전통자산 시장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 한국 주식도 예외가 아니다. 관련 무기한선물은 수개월 만에 307조원 규모로 성장하며 역외 시장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 국내 금융산업이 이 흐름에 대응하려면 법인계좌 허용, 파생상품 제도화, 원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가 함께 필요하다.


1. 가상자산 거래소, 전통 금융의 새 거래시장으로

가상자산 거래소가 전통자산 거래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과거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거래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주식과 원자재 등 전통자산을 기초로 한 상품이 빠르게 늘고 있다. 대표적인 탈중앙화 거래소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에서도 2026년 들어 전통자산 거래 비중이 높아지고, 관련 상품을 거래하는 이용자도 함께 늘었다. ​가상자산 중심으로 구축된 거래 인프라가 전통 금융상품을 거래하는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확장을 가능하게 한 핵심 상품은 ‘무기한선물(Perpetual Futures)’이다. 무기한선물은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도 가격 변동에 투자할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전통적인 선물과 달리 만기가 없고, 기초자산을 인도할 필요도 없다. 거래소는 이 구조를 활용해 주식이나 원자재의 가격에 연동된 상품을 손쉽게 추가할 수 있다. 이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전통자산으로 영역을 넓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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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도 예외 없다, 역외로 넘어가는 국내 증시

한국 증시도 이미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종목을 기초로 한 무기한선물이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야간과 주말에도 거래할 수 있고 높은 레버리지까지 활용할 수 있어, 국내 투자자는 물론 해외 투자자에게도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새로운 경로가 되고 있다. 국내 증시의 거래시간과 관계없이 한국 주식의 가격 변동에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이 해외에서 빠르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26년 2월부터 8월 현재까지 한국 주식 기반 무기한선물의 누적 거래대금은 약 307조원에 달한다. 특히 8월 현재 거래대금은 166조원으로, 같은 기간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대금 42조원의 약 4배를 기록했다. 불과 수개월 만에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의 한국 주식 기반 무기한선물이 국내 주요 가상자산 시장을 웃도는 거래 규모를 형성한 것이다.

일부 상품에서는 무기한선물 거래가 해당 ETF의 거래 규모를 크게 웃돌고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한국 증시 3배 레버리지 ETF KORU의 경우, 2026년 8월 KORU 연동 무기한선물의 거래대금은 약 241억달러로 KORU ETF 거래대금 89억달러의 약 2.7배에 달했다. ETF 자체보다 이를 연동한 무기한선물에서 더 많은 거래가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파생시장의 거래 규모가 기존 시장을 넘어설 경우 가격발견 과정에서도 역외 시장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역외 파생상품 시장이 현물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무기한선물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마켓메이커는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관련 주식이나 ETF를 사고판다. 파생상품의 거래가 늘거나 가격이 급변하면 이러한 헤지 거래도 커지면서 현물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파생상품이 오히려 현물가격을 움직이는 이른바 ‘웩더독(Wag the Dog)’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구조다. SK하이닉스와 같은 대형주는 아직 현물 거래 규모가 훨씬 커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 다만 파생상품과 현물의 거래 규모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점은 주시할 필요가 있다.

3. 역외에 쌓이는 유동성, 재편되는 글로벌 금융시장

Source: Trade.xyz

한국 주식의 역외 거래는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무기한선물의 거래 대상은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주식과 지수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범위는 상장시장 밖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앤트로픽(Anthropic) 같은 비상장 기업은 물론, 중국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도 증시 상장 전부터 역외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기존 증권시장에서 거래하기 어려웠던 자산까지 무기한선물 시장으로 들어오면서 거래 대상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거래 대상만 넓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시장을 활용하는 주체도 달라지고 있다. 하이퍼리퀴드 내 1,000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대형 계정 가운데 주식과 원자재 등 전통자산을 거래하는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월가의 전문 트레이더들이 정규장이 끝난 뒤나 주말에 무기한선물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상자산 투자자를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에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자와 전문 트레이더까지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무기한선물 시장에 쌓이는 유동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15일 평균 기준으로 SK하이닉스 무기한선물은 100만달러를 한 번에 거래해도 슬리피지가 한 자릿수 bp 수준에 그친다. 정규장 밖에서도 슬리피지는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 국내 증시가 문을 닫은 시간에도 대규모 주문을 소화할 만큼 충분한 유동성이 형성돼 있다는 의미다. 무기한선물이 기존 시장의 거래시간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독자적인 유동성을 갖춘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거래에 활용되는 자본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국채를 기반으로 한 토큰화 자산인 블랙록(Black Rock)의 비들(BUIDL)과 해시노트(Hashnote)의 USYC가 일부 글로벌 거래소에서 담보로 활용되고 있다. USYC는 최근 1년간 거래소로 전송된 금액이 누적 약 27억5천만달러에 달한다. 이 자금이 모두 파생상품 증거금으로 쓰인 것은 아니지만, 기관 입장에서는 익숙한 미국 국채 기반 자산을 보유하면서 필요할 때 거래 담보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전통 금융의 자산이 새로운 거래시장의 담보로 연결되면서 두 시장을 잇는 자금 경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단순히 가상자산 시장이 전통자산으로 영역을 넓히는 현상만은 아니다. 원화나 국내 증권사, 국내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도 한국 주식의 가격을 거래하는 시장이 해외에서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 시장에서는 토큰화된 미국 국채가 담보로 쓰이고,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자와 전문 트레이더도 참여한다. ​거래되는 자산뿐 아니라 시장에 참여하는 주체와 활용되는 자본까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주식 기반 무기한선물에서 불과 수개월 만에 307조원이 거래됐다는 사실은 이러한 변화의 속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307조원은 이미 완성된 시장의 규모라기보다 아직 형성 단계에 있는 시장의 현재 모습에 가깝다. 앞으로 거래 대상이 늘고 기관 자금까지 본격적으로 유입된다면 역외 시장의 유동성도 더 커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국가와 거래시간을 중심으로 나뉘어 있던 기존 시장의 구조와 자금의 이동 방식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4. 역외로 커지는 시장, 국내 금융산업에 남은 선택지

국내에서 거래를 제한하더라도 역외 시장의 성장을 막기는 어렵다. 바이낸스 등 일부 글로벌 거래소는 한국인으로 KYC가 확인된 이용자의 무기한선물 거래를 제한하고 있지만, 한국 주식 기반 시장은 해외 투자자와 글로벌 자금을 중심으로 계속 커질 수 있다. 결국 국내 규제가 제한하는 것은 역외 시장 자체보다 국내 투자자와 금융회사의 참여 범위에 가깝다. 국내에서 수요를 억제하더라도 거래와 유동성은 해외에서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이 흐름을 차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의 성장을 국내 금융산업의 기회로 연결하는 일이다. 한국에도 출발점은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다. 물론 이들이 곧바로 주식 기반 무기한선물 시장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24시간 디지털자산 시장을 운영해온 경험과 이용자 기반은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가 전통자산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시장 구조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거래 인프라만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법인의 시장 참여, 파생상품 제도화, 원화 기반 결제·정산 인프라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법인 계좌가 허용돼야 시장조성과 헤지, 차익거래를 담당할 전문 자금이 들어오고 유동성도 공급될 수 있다. 무기한선물과 같은 파생상품이 제도권에 들어와야 다양한 자산을 연동한 상품과 시장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결제·정산 수단이 마련되면 해외 투자자의 접근성과 자금 이동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이들은 서로 떨어진 규제 과제가 아니라 하나의 시장을 작동시키는 조건에 가깝다.

따라서 개별 제도를 따로 도입하는 것보다 이들이 하나의 시장 안에서 함께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도 코인 거래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자산과 글로벌 유동성을 연결하는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다. 한국 자산을 둘러싼 거래가 이미 해외에서 빠르게 커지고 있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이를 막는 데 있지 않다. ​그 시장에서 국내 금융산업이 얼마나 많은 역할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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