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보고서는 Tiger Research가 작성했으며, 로보틱스 산업 발전을 위한 블록체인의 네 가지 활용 영역(데이터 확보, 로봇 협업, 오픈소스 OS, 로봇 경제)을 분석했습니다.
TL;DR
로보틱스 산업의 발전을 위해 블록체인이 네 가지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고품질 데이터 확보(프리스마X, OVR), 로봇 협업 오케스트레이션(수이), 오픈소스 OS(오픈마인드), 로봇 경제 인프라(피크)다.
인간은 기존 결제망으로 충분하지만, 로봇은 협업과 자율 거래를 위해 탈중앙화 구조가 필요하다. 이는 블록체인이 인간보다 로봇에게 더 적합한 인프라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모건스탠리는 2050년까지 휴머노이드 10억 대 배포를 전망한다. 로봇 경제가 본격화되면 블록체인이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1. 암호화폐 산업의 새로운 메타, 로보틱스(Robotics)
2025년 암호화폐 산업에서 새로운 내러티브가 부상하고 있다. 바로 로보틱스(Robotics) 메타다.
테슬라의 옵티머스(Optimus), 피겨(Figure)의 헬릭스(Helix) 같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상용 제품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하면서, 이 내러티브는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불과 10년 전 소프트뱅크(Softbank)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Pepper)’가 간단한 안내와 인사 정도만 수행하던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완전히 다른 차원에 도달했다.
로보틱스가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닌 현실이 되면서, 암호화폐 업계 역시 이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본 리포트에서는 로보틱스와 암호화폐 기술이 어떻게 결합되고 있는지 주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이 새로운 내러티브의 잠재력을 분석하고자 한다.
2. 로보틱스 산업은 왜 암호화폐 기술이 필요한가?
로보틱스 산업의 비약적 발전은 인공지능 기술과의 결합에서 시작되었다. 인공지능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브레인’ 역할을 맡으면서, 로봇은 물리적 환경을 인식하고 자율적으로 판단해 행동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구글의 제미나이 로보틱스(Gemini Robotics) 시연 영상은 이 두 기술의 결합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강력한 시너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로보틱스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여전히 여러 과제가 남아 있다. 고품질 학습 데이터 확보, 다수의 로봇이 협업하는 환경에서의 신뢰할 수 있는 오케스트레이션 체계 구축, 그리고 높은 하드웨어 비용으로 인한 제한적 접근성 개선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과제를 암호화폐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 속에서 새로운 로보틱스 관련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기존 블록체인 프로젝트들 역시 로보틱스 영역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2.1. 로보틱스를 위한 고품질 데이터 확보
대형 언어 모델은 인터넷상 축적된 수조 개의 텍스트를 기반으로 훈련되고, 비전 모델은 수십억 장의 이미지에서 학습한다. 그러나 로보틱스 분야에는 이와 같은 거대한 학습 데이터셋이 존재하지 않는다. 로봇 학습에 필요한 것은 현실 세계에서의 물리적 상호작용 데이터인데, 이는 웹에서 크롤링할 수 없고, 현실 세계에서 하나하나의 동작과 경험을 직접 기록하는 방식으로 수집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공개된 오픈소스 데이터셋(Open X-Embodiment, DROID 등)은 수천 시간 분량에 불과해, 실제 세계의 복잡성을 포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토큰 인센티브 기반의 데이터 수집 프로젝트가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리스마X(PrismaX)는 텔레옵(TeleOp) 방식으로 원격 조작자와 로봇을 연결하는 데이터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원격 조작자는 실제 로봇을 원격으로 조종해 빨래 개기, 물건 정리, 상품 진열 등의 작업을 수행하며, 이 과정에서 로봇의 동작 궤적, 센서 데이터 등 작업 결과가 자동으로 기록되고 품질 평가를 거쳐 보상을 받는다. 수집된 데이터는 실제 환경의 다양한 변수와 예외 상황을 담고 있어, 언어 모델이 텍스트로 학습하듯 로봇이 물리적 세계를 학습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또 다른 사례로 오버 더 리얼리티(Over the Reality, OVR)는 참여자들이 스마트폰과 360도 카메라로 실제 공간을 스캔해 3D 시각 맵을 구축하는 플랫폼이다. 참여자는 스캔한 공간 데이터를 제공하고 토큰 보상을 받으며, 현재까지 15만 개 이상의 장소와 7천만 장 이상의 이미지가 축적되었다. 이러한 공간 데이터는 로봇이 미지의 환경을 인식하고 경로를 계획하는 데 활용된다.
프리스마X와 오버 더 리얼리티는 중앙화된 연구 환경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대규모 물리적 상호작용 데이터를 토큰 인센티브를 통해 수집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이는 로보틱스 AI가 직면한 데이터 병목을 완화하고, 언어 및 비전 모델에서 입증된 스케일링 법칙을 물리 세계로 확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더욱이 최근 SEC가 DePIN 토큰을 네트워크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인정하면서, 데이터 수집 중심의 로보틱스 DePIN 프로젝트는 규제 부담 없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2.2.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로보틱스 오케스트레이션
로보틱스 상용화의 또 다른 과제는 다수의 로봇이 협업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여러 로봇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작업을 분담하려면, 일부가 고장 나거나 악의적으로 행동하더라도 전체 시스템의 합의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블록체인의 비잔틴 장애 허용(Byzantine Fault Tolerance) 메커니즘은 쿼럼 기반 합의를 통해 이를 가능하게 하며, 스마트 컨트랙트는 작업 순서나 자원 배분을 자동화하는 규칙으로 작동한다.
레이어1 블록체인 수이(Sui)는 다수의 로봇이 동시에 협업하는 데모를 시연했다. 수이는 Mysticeti 합의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초저지연 합의와 동적 객체 관리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각 로봇은 분산 환경에서도 일관된 상태를 공유하며, 일부 로봇이 오작동하거나 해킹당한 상황에서도 전체 시스템의 합의를 유지하면서 충돌 없이 협업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블록체인 기반 오케스트레이션은 중앙 서버 없이도 신뢰성 있는 로봇 협업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2.3. 로보틱스를 위한 오픈소스 운영체제(OS)
로보틱스 산업의 확산을 위해서는 개별 기업이 독점하는 폐쇄적 소프트웨어 구조를 넘어서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로봇은 특정 제조사의 플랫폼에 종속되어 있어, 서로 다른 하드웨어 간 호환이 어렵고 개발자들이 처음부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오픈소스 운영체제는 공통된 표준 위에서 다양한 하드웨어와 개발자가 협업할 수 있게 함으로써, 로보틱스 생태계 전체의 상호운용성과 혁신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오픈마인드(OpenMind)는 이러한 방향을 제시하는 대표적 프로젝트다. 최근 판테라캐피털(Pantera Capital) 등으로부터 2천만 달러 투자를 유치한 오픈마인드는 “로봇을 위한 안드로이드(Building Android for Robots)”를 표방하며 로봇 전용 오픈소스 운영체제 OM1을 개발하고 있다.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 생태계를 통합했듯, OM1은 개발자가 한 번 정의한 페르소나를 사족보행 로봇, 휴머노이드 등 서로 다른 형태의 로봇에서 일관되게 구동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로봇 제조사와 관계없이 모든 로봇이 동일한 표준을 공유할 수 있다.
OM1의 오픈소스 구조는 커뮤니티 차원의 빠른 기능 추가와 수정을 가능하게 하며, 개발자들이 특정 벤더에 종속되지 않고 자체 로봇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유니트리(Unitree), 딥로보틱스(Deep Robotics) 등 글로벌 로봇 제조사들이 OM1을 채택하고 있다. 오픈소스 기반의 범용 로봇 운영체제는 폐쇄적 생태계를 개방하고, 로보틱스 산업 전반의 확장성과 접근성을 동시에 높이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4. 로봇 경제의 부상, 머신파이(MachineFi)
로봇이 확산되면서 로봇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경제 주체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로봇이 작업을 완료하고 수익을 받으며, 그 돈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구매하는 구조를 만들려면 신원 증명, 거래 기록, 계약 실행이 가능한 인프라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로봇은 결제 수단도, 신원 증명 방법도, 평판을 쌓을 시스템도 없다. 블록체인은 위조 불가능한 디지털 신원을 부여하고, 스마트 컨트랙트로 거래를 자동화하며, 온체인 기록으로 작업 이력과 평판을 관리할 수 있다.
피크(Peaq)는 머신 이코노미 전용 레이어1 블록체인이다. 피크는 로봇에 고유한 신원을 부여하고 자율적으로 거래하고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2025년 피크는 홍콩에서 자율 수직농장 로보팜을 가동했는데, 이 농장에서는 로봇이 자동으로 작물을 재배하고 판매하며 수익을 창출한다. 농장 소유권은 NFT로 토큰화되어 투자자들이 나눠 가지며, 로봇이 번 수익은 토큰 보유자에게 배당으로 분배되는 구조다.
모건스탠리는 2050년까지 전 세계에 휴머노이드 로봇 10억 대가 배포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머신파이(MachineFi) 모델이 휴머노이드로 확장된다면, 서비스업이나 제조업에서 일하는 로봇을 공동 구매하고 토큰화하여 수익을 배당받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배달 로봇을 예로 들면, 피크 ID로 인증하고 작업을 마치면 자신의 지갑으로 대금을 수령하며, 충전소에서 직접 에너지를 구매해 충전하는 식이다. 실제로 피크는 엑스마키나(XMAQUINA)와 함께 토큰화된 로보 카페 파일럿을 유럽에 출시해, 로봇 자산을 운용하고 수익을 투자자와 공유하는 모델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노동과 자본의 경계를 재정의할 것으로 기대된다.
3. 로보틱스, 블록체인 대중화의 새로운 무대
블록체인 기술은 지금까지 주로 금융이나 게임 산업에서 활용 가능성이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인간 사회는 이미 인터넷과 기존 결제망 덕분에 충분히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신용카드, 은행 송금, 모바일 페이 등 기존 인프라가 원활히 작동하는 상황에서 블록체인의 필요성을 일상에서 체감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로봇은 다르다. 로봇은 다수의 개체가 동시에 협업하고, 서로의 신뢰를 검증하며, 자율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결제를 수행해야 하는 환경에서 작동한다. 이러한 요구에는 중앙 서버보다 탈중앙화된 구조가 훨씬 더 적합하다. 로봇 간 협업에서는 데이터 교환, 작업 분담, 보상 지급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블록체인은 단일 장애점이나 해킹 위험 없이 이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다.
어쩌면 블록체인은 처음부터 인간보다는 로봇을 위한 기술이었는지도 모른다. 모건스탠리가 전망한 대로 2050년까지 전 세계에 10억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보급된다면, 로봇이 스스로 노동하고 수익을 창출하며 필요한 서비스를 구매하는 ‘로봇 경제’가 본격화될 것이다. 그때 블록체인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로봇 경제를 작동시키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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