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헤스터 피어스(Hester Peirce) 위원이 온체인 볼트 및 대출 전략을 지적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른 주체들에게 가해질 영향과 업계의 대응 현황을 다각도로 분석합니다.
Key Takeaways
SEC에서 온체인 볼트에 기존 증권법 논리가 상품별 사실관계에 따라 적용될 수 있다는 성명을 냈다. 넓게 적용하면 볼트·큐레이터를 넘어 재량 기반 상품 전반, 약 259억 달러 상당의 시장까지 잠재적 영향권에 들어간다.
SEC는 규제 바깥에 있는 코드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재량권을 행사하는 주체를 겨냥한다.
스테이크하우스 파이낸셜, 메이플 파이낸스 등 규제 친화적 DeFi를 빌딩하는 팀들은 이미 이러한 부분에 대해 의식하고 대응해왔다.
역사적으로 비슷한 사례를 살펴보면, 결국 기존 증권법 체계 내에 완전한 정식 등록을 완료하거나 새로운 법적 면제 규정을 입법화하는 것만이 답이었다.
결국 지금의 대응은 잠깐 시간을 벌어주는 임시방편이다. 이 시간을 규제 이후 대응 인프라로 바꿀 자본이 있는 큐레이터만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중소형 큐레이터는 시장에서 밀려난다.
1. SEC가 겨눈 건 코드가 아닌 재량권
2026년 7월 22일, SEC의 헤스터 피어스(Hester Peirce) 위원이 “Headstands and Summervaults”라는 성명을 냈다.
해당 성명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온체인 볼트와 대출 전략에도 기존 증권법 법리인 하우이 테스트(Howey Test)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46년 판례로 확립된 하우이 테스트는 자금 조달과 운용의 ‘경제적 실질’을 판단하며, 별도의 입법이나 개정 절차 없이도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사실관계 기반의 기준이다. 따라서 하우이 테스트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 상품이 등장할 때마다 그 기술적 구조와 무관하게 일관되게 적용되어 왔다.
결국 온체인 볼트나 탈중앙 대출 전략이 아무리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되어 있더라도, 자금 모집과 운용의 실질이 하우이 테스트의 세 가지 핵심 요건을 충족한다면 예외 없이 기존 증권법의 정식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어떤 볼트라도 위 조건이 모두 충족된다면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된다.
물론 해당 성명은 개별 위원의 성명이므로 즉각적인 강제력은 없다. 하지만 이는 SEC 크립토 TF가 정립해 온 증권법 테두리 내 영역을 구체적인 상품에 대입한 첫 사례로 평가받으며 관련 플레이어들에 대한 우려를 발생시키고 있다.
실제로 성명 발표 직후 볼트 인프라의 기반인 모포(Morph)의 MORPHO 토큰은 일시적으로 약 5% 하락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법리가 실제 적용될 경우, 규제의 화살은 스마트 컨트랙트로 작동하는 볼트 자체가 아닌 리스크 큐레이터 및 실질적인 재량권을 휘두르는 DeFi를 향할 가능성이 높다.
모포가 구축한 볼트 인프라는 자산 운용을 위한 기술적 수단에 불과하며, 통제 주체가 부재한 코드는 규제 당국의 직접적인 제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2. 왜 하필 큐레이터가 표적인가
큐레이터는 볼트에 배분되는 자금 규모와 리스크 수준을 결정하며, 예치자의 자금 운용에 실질적인 재량권을 행사한다.
반면, 볼트는 큐레이터가 자산 운용에 활용하는 단순한 도구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볼트는 관리자 키나 수정 권한 없이 배포되는 스마트 컨트랙트로 구축되어 있어, 배포자조차 임의로 작동을 중단하거나 로직을 변경할 수 없다.
본래 금융 규제는 소환장 발부, 자산 압류, 영업 중단 명령을 수용하고 이행할 식별 가능한 법적 주체를 전제로 작동한다. 그러나 통제 주체가 부재한 불변 코드에는 명령을 전달받아 실행할 관리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규제 당국이 직접 제재할 수 없는 코드는 뒤로 하고 재량권에 집중하게 되었다.
이는 과거 토네이도 캐시와 유니스왑 랩스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토네이도 캐시 사건의 핵심 쟁점은 “통제할 수 없는 불변 코드를 제재 가능한 재산으로 볼 수 있는가”였다.
유니스왑 랩스 사건에서는 “비수탁 인터페이스를 운영한 회사가 사실상 무등록 브로커나 거래소 역할을 했는가”가 문제 됐다.
두 사건은 코드의 법적 지위와 서비스 운영 행위에 초점이 맞춰졌고, 고객의 자산을 대신 판단하고 운용하는 재량권 자체는 직접적인 판단 대상이 되지 않았다. 결국 투자 재량을 근거로 증권법상 책임을 구성하는 데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이 프로토콜을 누가 만들었는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누가 예치자의 자산을 선택하고, 어떤 시장에 얼마를 배분하며, 금리와 담보 조건을 조정해 수익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지’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A라는 큐레이터가 여러 대출 시장 가운데 특정 시장을 선택하고, 위험도가 높아지면 자금을 빼고, 수익률이 높은 시장으로 비중을 옮긴다고 가정해 보자. 예치자는 스마트 컨트랙트 자체보다 큐레이터 A의 판단 능력을 믿고 자금을 맡긴다. 실제 수익과 손실 역시 큐레이터 A가 내린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이때 큐레이터 A의 운용 판단은 하우이 테스트에서 말하는 ‘타인의 노력에 의한 수익 기대’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성명이 겨냥한 대상은 코드 뒤에서 계속 판단을 내리는 주체다. 온체인 볼트 생태계에서 큐레이터는 자산에 대한 재량권 행사에서 가장 분명하게 확인되는 주체이기 때문에 규제의 중심에 서게 된다.
3. 영향을 받을 카테고리는 어디일까
이 법리가 실제 상품에 폭넓게 적용되면 영향 범위는 리스크 큐레이터에 그치지 않는다. SEC가 보는 핵심은 누가 이용자의 자금을 대신 판단하고 움직이는가다.
예를 들어 리퀴드 리스테이킹 운영자는 어떤 검증자나 AVS에 자산을 배분할지 결정한다. 수익 최적화 프로토콜(Yield Aggregator)은 여러 대출·유동성 시장 가운데 수익률과 위험을 비교해 자금을 옮긴다. 온체인 자산배분 서비스 역시 편입 자산과 비중을 조정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 팀이나 운영자가 자산 선택과 재배분을 지속적으로 결정한다면, 큐레이터와 유사한 재량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규제 검토 범위는 ‘볼트’라는 상품군보다 넓다. 실제 적용 여부는 각 서비스에서 누가 자산을 선택하고, 배분을 변경하며, 손실 가능성을 통제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기준으로 잠재적 영향권을 합산하면 TVL은 약 259억 달러에 이른다.
물론 해당 법리가 모든 주체에게 균일하게 적용되진 않을 것이다. 적용 강도는 재량의 구조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분될 수 있다.
고위험 구간 (가장 강한 규제 적용): 오프체인 위임이나 저담보 대출처럼 예치자가 온체인에서 실시간으로 검증할 수 없는 방식으로 불투명하게 재량을 행사하는 구도다.
중위험 구간 (보완 및 견제 구간): 자금 배분 재량을 행사하되, 자금 이동이 온체인에 투명하게 기록되고 타임락(Timelock)이나 가디언(Guardian) 같은 통제 장치로 견제받는 표준 볼트 큐레이터 및 리퀴드 리스테이킹 구조다.
안전 구간 (규제 최소화 및 순응): 통제 주체가 없는 불변(Immutable) 코드 기반 대출 프로토콜처럼 재량권 행사 주체 자체가 부재하거나, 처음부터 제도권 증권법상 등록을 마친 금융 상품이다.
각 주체가 직면할 법적 제재의 성격은 당사자들이 가장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이번 규제 당국의 성명이 발표되기 이전부터 온체인 큐레이터와 인접 플레이어들이 자격 제한, 외부 컴플라이언스 활용, 정식 사모 면제 등 각자의 재량 수준에 맞춘 대응책 마련을 해온 이유이다.
4. 규제 노출을 줄이기 위한 네 가지 설계
사실 지금까지 나온 규제 대응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대부분 규제 적용 가능성을 낮추고, 운영 주체의 법적 책임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응 방식은 두 가지 기준으로 나뉜다. 법적으로 명확한 면제를 받았는지, 실제 자산 배분 권한이 달라졌는지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현재 시장의 대응은 아래와 같이 네 가지다.
투자자 자격 직접 제한: 적격·인가 투자자 대상 사전 검증 및 판매
검증된 규제 유통 채널 활용: 이미 KYC를 마친 거래소나 규제 기관의 유통 망 탑승
담보 자산 단위의 화이트리스트 관리: 자산 발행사와의 협력을 통한 담보 자산 통제
허가형 대출과 무허가 수익 토큰의 분리: 기관 대상 대출 실행과 일반 유저 대상 수익 토큰의 구조적 이원화
즉, 온체인 큐레이터와 인접 플레이어들의 규제 대응 전략은 ‘명시적인 법적 면제 구비 여부’와 ‘실질적 배분 재량권의 변화 여부’라는 두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크게 네 가지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다.
4.1. 투자자 자격 제한: 그로브(Grove)와 GLDY
규제 노출을 낮추기 위한 가장 직접적인 방식은 투자자 자격 자체를 사전에 제어하는 것이다.
스테이크하우스 파이낸셜(Steakhouse Financial)은 2025년 6월 기관 전용 온체인 자본 배분 채널인 ‘그로브(Grove)’를 출시했다. 대상 고객을 기관 RWA 투자자로 엄격히 제한하고, 사전에 자격을 검증한 주체에게만 자금을 배분하는 구조다.
오르카(Orca) 역시 2026년 5월 나스닥 상장사 스트림엑스(Streamex Corp, 티커: STEX)와 협력하여 인가투자자 전용 ‘GLDY 풀’을 개설했다. GLDY는 실물 금 보유고를 담보로 발행된 수익형 토큰화 증권으로, 미국 증권법상 사모 발행 면제 규정인 레귤레이션 D 506(c) 조항을 명시적으로 활용한다. 투자자 계좌는 최초 거래가 동결된 상태로 시작하며, 스트림엑스의 KYC 및 인가투자자 검증을 통과한 지갑에만 온체인 거래 권한이 부여된다.
두 사례 모두 기관 및 적격 투자자를 타깃으로 삼음으로써, 완전한 정식 공모 등록 없이 사모 발행 면제(Private Placement Exemption) 경로를 활용할 논리적 명분을 구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투자자 자격 제한이 하우이 테스트(Howey Test) 기준상 투자계약(증권) 성격을 상쇄하지는 못한다. 적격투자자 여부는 증권 해당 여부보다 발행·판매 경로와 더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즉, 이는 법적 성격의 근본적인 전환이 아니라, 현행 법제하에서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현실적인 차선의 방편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접근 통제 구조는 유통 단계의 자격 요건만 다룰 뿐, 볼트 내부에서 자산을 선택하고 배분 비율을 결정하는 큐레이터의 재량권 행사 본질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4.2. 기존 KYC, 컴플라이언스 인프라 활용: 센토라(Sentora)
센토라(Sentora)는 별도의 자격 검증 체계를 독자 구축하기보다, 기존 KYC 기반 유통 채널과 규제된 자산 발행 인프라를 조합하는 방식을 취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크라켄(Kraken)의 ‘DeFi Earn’이다. 베다(Veda)가 볼트 인프라를 제공하는 가운데 카오스 랩스(Chaos Labs)가 Balanced·Boosted 볼트를, 센토라가 Advanced 볼트의 리스크 매니저를 맡아 온체인 프로토콜 간 자금 배분과 위험·유동성을 총괄한다.
이러한 조합은 센토라와 크라켄 사례를 대표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코인베이스(Coinbase)가 모포(Morpho) 및 스테이크하우스 파이낸셜과 결합해 Prime과 High Yield 볼트 중심의 USDC 렌딩을 출시하거나, 바이낸스(Binance)가 스테이크하우스와 건틀렛(Gauntlet)이 관리하는 모포 볼트를 연동한 사례처럼 중앙화 거래소 전반에서 채택 중이다.
다만 중앙화거래소의 KYC는 이용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발행사의 규제 체계는 준비금과 상환 구조를 뒷받침하는 데 그친다. 어떤 자산과 마켓을 선택해 자금을 얼마큼 배분할지 결정하는 주체는 여전히 리스크 매니저다. 외부 컴플라이언스 인프라는 자산과 유통 단계의 위험을 일부분 분리해 줄 뿐, 자금 배분 재량을 행사하는 큐레이터 자체의 규제 노출과 법적 책임까지 대신 부담해 주지는 않는다.
4.3. 자산 단위 화이트리스트: 아베 호라이즌
아베(Aave)는 2025년 8월 기관 전용 RWA 대출 시장인 ‘아베 호라이즌(Aave Horizon)’을 출시했다. 기존 대출 프로토콜 본체와 분리하여 기관 자산 운용에 필요한 스펙을 적용한 형태다.
아베 호라이즌의 가장 큰 특징은 이용자 접근을 유통 단계에서 직접 제어하는 대신, 담보 자산의 화이트리스트 관리 권한을 자산 발행사와 분담한다는 점이다.
담보로 활용되는 토큰화 자산의 화이트리스트는 서클(Circle), 리플(Ripple), 슈퍼스테이트(Superstate), 센트리퓨즈(Centrifuge, 야누스 헨더슨 상품 포함) 등 자산 발행사가 직접 관리한다. 프로토콜 자체는 화이트리스트에 오른 자산을 보유한 지갑이라면 누구나 담보를 예치할 수 있는 무허가(Permissionless)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
결국 ‘누가 접근하는가’가 아닌 ‘어떤 자산이 화이트리스트에 올랐는가’를 통제의 핵심 기준으로 삼는 셈이다.
리스크 파라미터 설정은 라마리스크(LlamaRisk)의 권고를 따르며, 담보 자산의 가치는 체인링크(Chainlink)가 검증한 NAV(순자산가치) 데이터로 실시간 뒷받침된다. 신규 체인이나 독립 프로토콜을 구축하지 않고 기존 아베의 대출 인프라를 확장하여 활용했다는 점도 차별화 요소다.
다만 자산 검증 책임을 발행사와 분담한다고 해서, 프로토콜 운영 및 리스크 파라미터 설정에 따른 아베 호라이즌 자체의 법적·운용상 책임까지 완전히 소멸하지 않는다는 것이 한계다.
4.4. 허가형 대출과 무허가 수익 토큰의 분리: 메이플 파이낸스
메이플 파이낸스(Maple Finance)는 2024년 4월, 플랫폼 전체를 화이트리스트 체제로 전환하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모든 대출을 초과 담보 방식으로 전환하고, 자체 신용 평가 조직인 ‘메이플 다이렉트(Maple Direct)’를 설립해 차입자 심사, 모니터링, 마진콜을 직접 수행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여기엔 인가된 기관 차입자와 대출자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메이플의 대응에서 특히 주목할 지점은 허가형 대출과 무허가형 수익 접근성의 분리다.
메이플은 2024년 ‘시럽(Syrup)’ 프로토콜을 출시하여, 일반 이용자가 별도의 KYC 없이 USDC를 예치하고 ‘시럽USDC(SyrupUSDC)’를 받는 구조를 설계했다. 해당 예치금은 기존의 KYC 완료 기관 차입자 대출 풀로 흘러 들어간다. 즉, 대출 심사는 엄격한 기관 컴플라이언스를 유지하되,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 접근권만 무허가(Permissionless) 토큰으로 감싸 일반 유저에게 열어둔 셈이다.
다만 이러한 설계는 컴플라이언스 영역과 수익 유통 영역을 분리해 규제 노출의 위치를 재배치했을 뿐, 운용 재량권과 수익 토큰의 증권성(투자계약) 쟁점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는 못한다.
메이플 다이렉트가 차입자를 선별하고 담보 조건과 마진콜을 관리하며 행사하는 심사 및 운용 재량은 그대로 유지된다. 또한 기관 대출 수익을 시럽USDC 보유자에게 전달하는 구도는, 해당 토큰 자체가 ‘타인의 노력에 의한 수익 기대’를 형성하여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될 리스크와 유통 책임을 별도로 수반한다.
결국 허가형 대출과 무허가 수익 토큰의 분리는 규제 당국의 시선이 닿는 위치를 지능적으로 이동시켰을 뿐, 자금을 다루는 주체의 법적 책임과 상품의 본질적 성격은 바꾸지 못한다.
앞서 살핀 사례들은 저마다 다른 규제 접점을 겨냥하지만, 본질적인 한계를 공유한다.
이들 사례는 법적 리스크를 완전히 소멸시킨 최종 해법이라기보다, 투자자·자산·유통 채널을 분리하여 규제 노출을 관리하려는 운용상의 구조적 방어책에 가깝다.
명시적 법적 면제 경로 활용: 오르카·GLDY (미국 증권법 Regulation D 506(c) 사모 면제 규정 직접 활용)
규제 노출 관리 및 제어 방식: 그로브, 센토라, 에이브 호라이즌, 메이플 파이낸스 (기관 자격 제한, 외부 컴플라이언스 인프라 탑승, 담보 자산 화이트리스트 등)
유통 단계를 제한하고 자격을 걸러내는 방식만으로는 큐레이터와 프로토콜이 재량으로 자산을 선택하고 배분 비율을 조정하는 본질적인 판단 행위와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해소하지는 못한다.
5. 역사가 보여주는 파훼법
향후 온체인 자산 운용 시장의 향방은 코드의 외형이 아닌 재량권의 범위, 공시의 투명성, 법적 책임 구조를 어떠한 제도적 틀로 확립할 것인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조치들은 당장의 규제 노출을 낮추고 기존 사모 면제 규정을 활용할 여지를 제공한다. 그러나 큐레이터가 어떤 기준으로 자금을 배분하며, 손실 발생 시 그 책임을 누가 지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역사는 단순한 접근 제한만으로는 제도화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1920년대~1940년 클로즈드엔드 펀드: 운용사가 투자 대상을 밝히지 않는 ‘블라인드 풀’ 남용이 심화되자, 1940년 투자회사법(Investment Company Act) 제정을 통해 자산운용업 자체를 제도화했다.
2008년 렌딩클럽 (LendingClub): SEC가 P2P 대출증서를 증권으로 판단하자, 신규 등록을 중단하고 대출연계 채권을 SEC에 정식 등록하는 발행인 구조로 개편한 뒤 2014년 상장했다.
2012년 크라우드펀딩 업계: 소상공인 자금 조달 규제 완화 요구에 발맞추어 잡스법(JOBS Act)이 제정되고 Regulation CF 면제 규정이 신설되었다.
세 사례의 공통점은 투자자 접근 통제에 그치지 않고 상품의 법적 성격, 운영 주체의 의무, 공시 정보, 손실 책임 범위를 함께 명확히 정립했다는 데 있다. 새로운 금융 상품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가 자신의 권리와 법적 책임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온체인 볼트와 DeFi 시장 역시 동일한 제도화 과제에 직면해 있다. 현재 선택 가능한 경로는 다음과 같다.
기존 증권 정식 등록
적격투자자 대상 사모 면제 활용
운용 재량을 배제한 불변 구조 설계
온체인 금융 전용 면제 규정 신설(아바 랩스(Ava Labs), 솔라나 정책 연구소(Solana Policy Institute) 등이 SEC에 제안)
어느 경로를 선택하든 핵심은 투자 판단의 주체, 공시 수준,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 귀속처를 정립하는 데 있다.
6. 규제 대응이 새로운 진입장벽이 된다
향후 온체인 자산 운용 시장의 승패를 가르는 궁극적인 기준은 결국 규제 비용을 구조적으로 감당하고 법적 책임을 증명할 수 있는 역량이 될 것이다.
SEC 등 규제 당국이 코드를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만큼, 코드 위에서 자금 배분 재량을 행사하는 인적 주체에게 책임을 묻는 프레임워크는 더욱 선명해질 수밖에 없다.
어떠한 방식으로 우회·선제 대응을 해왔든, 향후 정식 등록이나 면제 규정이 구체화되는 순간 모든 사업자는 자신의 운용 구조와 책임 범위를 법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KYC 구축, 법률 검토, 온체인 자산 가치 검증, 기관별 맞춤 계약, 손실 흡수 구조 완비 등 컴플라이언스는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지속적인 자본 투입을 요구하는 독립적인 핵심 비용 항목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러한 규제 비용의 내재화는 큐레이터 시장의 본격적인 재편을 불러온다. 자본력과 운용 규모, 기존 기관 네트워크를 갖춘 대형 큐레이터는 규제 비용을 효과적으로 분산하며 시장 우위를 단단히 할 수 있다.
반면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형 큐레이터는 막대한 독자 인프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규제 체계를 완비한 대형 프로토콜 및 유통 채널에 편입되는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결국 우회 전략을 통해 확보한 유예 기간의 진짜 가치는 그 이후의 준비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이 기간 동안 정식 등록 가능성, 면제 경로, 책임 구조를 선제적으로 설계한 주체는 규제를 거대한 장벽이 아닌 독점적 경쟁 우위로 전환할 것이다. 반면 대응이 지연된 주체에게 가중되는 규제 비용은 수익성을 훼손하고 시장 진입 자체를 가로막는 결정적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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