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의 호황은 식을 줄 모르고 상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 산업에서의 AI 섹터는 사뭇 다릅니다. 블록체인 AI 섹터는 관심받지 못하고 있을까요?
Key Takeaways
AI 산업의 호황 속에서 우리는 블록체인 산업이 기존 산업이 풀어내지 못하는 문제를 어떤 차별점으로 해결하려 하는지 ‘수요의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
분산 컴퓨팅과 스토리지는 데이터 주권과 가격 경쟁력이라는 명분을 갖췄다. 그러나 수요자가 전환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 기존 클라우드를 압도하는 기술적 격차는 아직 없다.
모델 검증과 프라이버시 기술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채택할 만큼 당장 급한 문제가 아니다. EU AI Act처럼 규제가 먼저 기준을 세워야 수요가 따라온다. 기술은 준비됐지만, 시장을 여는 열쇠는 규제다.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는 기술이 문제가 아니다. 주류 기업들이 사내 업무 자동화 수준에 머무는 동안, 블록체인은 그 다음 단계의 인프라를 먼저 깔고 있다. 수요가 기술을 따라잡는 데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에이전트 결제만 출발선이 같다.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모두 아직 이 문제를 풀지 못했고, 처음으로 같은 시점에 같은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 영역이다.
블록체인 AI 카테고리 전체가 외면받는 이유는 결합의 모순이 아니라 미스매치다. 4개 영역은 각자의 이유로 수요가 무르익을 시간이 필요하고, 에이전트 결제만이 지금 당장 싸울 수 있는 링 위에 있다.
1. AI 호황 속 외면받고 있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현재 AI 산업은 전례 없는 자본과 인프라 집중으로 기록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빅테크가 주도하는 거대언어모델(LLM) 생태계는 일상과 산업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AI 시장의 비약적인 팽창 속에서, 암호화폐 산업 역시 기술적 접점을 모색하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분산형 GPU 연산력 공급, 데이터 소유권 회복, 암호학적 검증 등 전통 AI의 밸류체인을 보완하거나 모방하는 시도가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AI 에이전트의 자율적인 온체인 활동 및 에이전트 간 실시간 결제(M2M Economy)와 같이, 기존 중앙집중형 구조가 해결하기 어려운 새로운 공백을 파고드는 방향으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AI + 블록체인’이라는 모호한 수식어로 이 섹터들을 일반화하기보다, 기존 산업이 풀지 못하는 난제를 어떤 차별화된 문법으로 해결하려 하는지 ‘수요의 관점’에서 엄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2. 다섯 영역은 각각 무엇을 하는가?
2.1. 분산 컴퓨팅
현재 클라우드 시장은 소수 빅테크 기업의 자원 독점 구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먼저 고성능 GPU는 확보 자체가 극도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어, AI 스타트업이나 연구팀이 거대 인프라에 접근하는 것 자체를 가로막는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또한 중앙화된 인프라는 특정 거대 수요자에게만 자원을 편중시키며, 시장에 잠자고 있는 수많은 유휴 GPU 자원이 있음에도 이를 효율적으로 유통하고 활용할 수 있는 중립적인 채널이 부재하다는 결함을 지닌다.
분산 컴퓨팅은 이러한 자원 독점과 인프라 비효율을 극복하고 연산 자원의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두 가지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유휴 자원 공유 모델: 개인이나 소규모 데이터센터의 유휴 GPU 자원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함으로써, 기성 빅테크의 독점 구조를 깨뜨리는 유연한 공급망을 구축한다.
탈중앙 연산 분담 모델: 특정 기업의 인프라에 종속되지 않고 필요한 사용자가 전 세계의 컴퓨팅 자원을 즉시 대여·활용하게 하여, 잠자고 있는 하드웨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고성능 연산 인프라의 진입 장벽을 낮춘다.
2.2. 분산 스토리지
현재 데이터 저장 구조는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이 운영하는 중앙 집중형 클라우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먼저 사용자가 생성한 데이터가 플랫폼에 업로드되는 즉시 귀속되면서 데이터 주권이 상실되고, 이는 AI 학습 데이터 시장의 독점 구조를 고착화하는 원인이 된다.
또한 중앙 집중형 인프라의 특성상 플랫폼의 정책 변화나 서비스 장애가 발생할 때 데이터 접근이 차단될 수 있으며, 데이터가 소실될 위험도 존재한다. 분산 스토리지는 이러한 중앙 집중형 인프라의 폐해를 극복하고 데이터 소유권을 개인에게 환원하기 위해 두 가지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공유 경제 모델: Filecoin, Arweave와 같이 개인의 유휴 저장 공간을 네트워크로 통합함으로써, 기존 중앙 클라우드를 대체할 수 있는 컴퓨팅 자원 공유 모델을 구축한다.
영구 보존 모델: 데이터를 여러 분산 노드에 복제 및 저장하여 특정 서버의 가동 여부와 관계없이 데이터의 영속성을 보장하고 플랫폼 종속에서 탈피한다.
결국 분산 스토리지는 중앙화된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온전히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 주권 회복’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
2.3. 데이터 마켓플레이스
AI 개발자에게 학습 데이터는 필수적이지만, 현재의 데이터 유통 시장은 Hugging Face와 같은 대형 데이터 마켓이나 클라우드 벤더가 중간에 개입하여 수익과 가격 결정권을 독점하는 폐쇄적 형태를 띠고 있다. 이로 인해 데이터 생성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데이터 수집 및 기여에 대한 보상 체계가 투명하게 산정되지 않는 구조적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온체인 마켓플레이스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중간자를 배제하고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식을 취한다.
직접 거래: Ocean Protocol과 같이 데이터 소유자와 AI 개발자가 스마트 컨트랙트로 직접 거래하여 보상을 투명하게 배분한다.
기여형 보상: Grass와 같이 개인의 유휴 대역폭을 AI 데이터 수집에 연결하고, 기여자에게 데이터 가치에 상응하는 보상을 직접 반환한다.
결국 데이터 마켓플레이스는 중간자를 단순히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자 없이도 거래와 보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효율적인 직접 가치 교환 구조를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4. 모델·추론 검증 / 프라이버시
기존 AI 시스템은 내부 프로세스를 파악하기 어려운 ‘블랙박스’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로 인해 실제 구동된 모델의 연산 정확성이 어느 정도인지, 혹은 사용자의 민감한 데이터가 안전하게 처리되었는지 여부를 외부에서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부재하다는 문제가 있다.
ZKML(Zero-Knowledge Machine Learning, 영지식 머신러닝)은 AI의 추론 과정에 암호학적 검증 레이어(Verification Layer)를 도입하여 프라이버시 보호와 검증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오프체인 실행과 온체인 증명: 모델 자체는 오프체인(Off-chain)에서 기존처럼 실행하되, 연산이 정의된 규칙대로 올바르게 수행되었다는 ‘암호학적 증명’만을 생성하여 온체인에 기록하는 이중 구조를 취한다.
프라이버시 보호 기반의 신뢰 구축: 예를 들어 의료 보험금 자동 지급 서비스에서 병원이 민감한 의료 기록 전체를 제출하는 대신, AI 모델이 올바르게 구동되었다는 증명서(Proof)만 블록체인에 게시하면 보험사는 원본 데이터 없이도 정당성을 검증하고 신뢰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모델·추론 검증 영역은 AI 구동 과정과 결과의 정당성을 암호학적으로 입증하여, 데이터 유출 위험 없이 연산의 신뢰성을 보장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
2.5.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
AI 에이전트가 트래픽과 가치의 중심이 되는 ‘Agent-first’ 시대로 진입하면서,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자율적인 경제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금융 시스템은 인간의 소비 패턴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기계 중심(Machine-centric)의 결제 환경과 근본적인 ‘구조적 미스매치’를 유발하는 폐쇄적 형태를 띠고 있다. 이로 인해 초소액(Microtransaction), 고빈도(High Frequency), 국경 없는(Borderless) 정산이 필수적인 에이전트 생태계에서 밀리초(ms) 단위의 기계 거래 속도를 수용하지 못하는 구조적 비효율이 발생한다.
온체인 에이전트 인프라는 독립적인 신원과 머신 네이티브(Machine-native) 금융 레이어를 도입하여 중간자 없이 에이전트의 자율적인 활동과 정산을 보장하는 방식을 취한다.
자율 실행 및 통제: 고유한 지갑과 신원을 부여하여 AI가 직접 거래에 서명하게 하되, 지출 한도 설정 등의 안전장치로 돌발 행동을 방지한다.
프로토콜 기반 정산: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프로토콜(x402 등)을 통해 복잡한 환전이나 승인 절차 없이 초소액·고빈도 거래를 실시간으로 즉시 정산한다.
결국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와 결제 인프라는 사람의 개입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개입 없이도 AI 스스로 거래와 정산을 완수하는 효율적인 자율적 경제 구조를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3. AI 밸류체인과 블록체인은 어떤 괴리가 있는가?
AI 밸류체인은 ‘병목 해소’와 함께 만들어지고 있다.
AI 수요가 늘면서 메모리 숏티지가 발생하고, 전력과 데이터 통신 수요가 폭증한다. 이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하는 기업(HBM 제조사, 전력·인프라 기업 등)이 시장의 주인공이 되며 천문학적인 자본과 주가 상승이 뒤따른다. 즉, 시장은 성장을 가로막는 병목을 제거하는 솔루션에 확실한 가치를 부여한다.
하지만 명확한 문제를 정의한 블록체인 AI 생태계는 정작 이만큼의 각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만약 정말 문제였다면 이미 시장의 큰 변화를 이끌어냈어야 한다.
블록체인 AI 생태계가 ‘GPU 독점 완화’나 ‘데이터 주권’과 같은 명분 있는 의제를 던지고도 주류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기술을 주도하려는 ‘공급자’와 실제 자본을 집행하는 ‘수요자’ 간의 극명한 우선순위 격차에 있다.
현재의 AI 산업은 철저하게 거대 수요자(빅테크 및 엔터프라이즈)가 직면한 현실적 병목을 가장 빠르게 해결하는 방향으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AI 산업은 속도전이다. 수요자는 새로운 플레이어를 검증하며 시간을 보내기보다, 당장의 연산 속도 개선, 인프라의 안정성, 그리고 확실한 투자 대비 효용(ROI)에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한다.
예를 들어, AI 모델 학습 시 데이터 전송 속도가 한계에 부딪히자 구리선 대신 광통신망으로의 전환에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었다. 또한, 연산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수요자들이 ‘메모리 대역폭’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자, 이를 HBM(고대역폭 메모리)으로 해결해 낸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의 각광을 받고 있다.
결국 ‘공급자적 문제 해석’이 문제였다. 막대한 자본을 쥔 수요자의 유일한 관심사는 ‘당장의 연산 성능 한계 돌파와 비용 절감’이다. 반면, 블록체인과 AI의 결합은 다음 과제로 볼 수 있는 것들에만 몰두했다. 수요자의 현실적인 당면 과제와 공급자의 기술적 이상이 엇갈린 셈이다.
이러한 공급자의 기술적 포커스와 수요자 니즈 간의 엇갈림은 블록체인 AI 생태계의 세부 영역별 직면 과제를 분석해 보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3.1. 기술 한계
여러 프로젝트가 벤치마크를 통해 탈중앙화 인프라의 잠재력과 철학적 가치를 나름대로 증명해 내고는 있다. 하지만 정작 주류 시장에 진입하기엔 기존 체제를 흔들 만한 실질적인 기술적 도약이 부족하다는 점이 진짜 문제다.
신생 기술이 이미 거대 자본과 인프라를 구축한 중앙화 클라우드(AWS, GCP 등)를 대체하거나 의미 있는 점유율을 뺏어오려면, 기존 기업들과의 격차를 무의미하게 만들 만큼의 압도적인 성능 우위나 파괴적 혁신을 보여주어야 한다.
과거 애플이 소프트웨어 호환성을 뒤엎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인텔에서 M1으로 전환한 것도 3배의 전력 효율이라는 파괴적 성능 격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현재 블록체인 AI는 페타바이트급 데이터 동기화와 초저지연이 생명인 엔터프라이즈 수요자에게 ‘전환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의 확실한 설득력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
3.2. 수요 불일치
분산 컴퓨팅 영역에서 일부 프로젝트가 SLA(서비스수준협약)라는 안전장치를 제시함에도 수요자가 외면하는 이유는 본질적인 ‘구조적 위험’ 때문이다. 빅테크 클라우드는 통제된 전용 데이터센터를 제공하지만, 블록체인은 익명의 개인들이 참여하는 파편화된 노드 기반이다.
만약 노드 이탈로 수십억 원짜리 모델 학습이 도중에 중단된다면, 그로 인한 ‘기회비용과 시간 손실’은 사후 토큰 환불이나 금전적 보상으로 메울 수 없다. 속도전이 생명인 엔터프라이즈 수요자에게 1분 1초의 시스템 안정성은 타협 불가능한 생존의 영역이다.
결국 전통 산업군 입장에서는 리스크 헷지 수단이 존재하더라도, 굳이 감당할 이유가 없는 치명적인 불확실성일 뿐이다.
3.3. 수요 미형성
블록체인 진영의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는 여러 AI가 자율적으로 협업하는 고도화된 생태계를 지향하지만, 현재 주류 시장의 현실과는 ‘성숙도의 시차’가 존재한다.
최근 빅테크(MS, 세일즈포스 등) 중심의 에이전트 도입이 급성장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사내망 안에서 안전하게 작동하는 업무 자동화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블록체인이 구축하려는 인프라는 사내망을 넘어 개별 AI들이 독립성을 갖고 외부 네트워크와 자율적으로 연결되는 다음 단계의 생태계다.
지금 기업들은 도입한 AI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당장의 투자 효용(ROI)을 증명하는 과제가 최우선이다. 따라서 시스템을 벗어난 복잡한 다중 에이전트 협업망은 현재 기업들의 인프라 도입 우선순위에 아직 닿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지금 수요가 마땅치 않은 것은 기술의 한계 때문이 아니라, 시장이 무르익기까지 시간이 필요해서다. 당장 눈앞의 큰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머지않아 열릴 AI 에이전트 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며 인프라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 장기적인 포석으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3.4. 규제 선행
영지식 증명(ZKP)과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은 AI의 신뢰성을 담보할 핵심 솔루션이지만, 냉정하게 AI 초기 시장에서 프라이버시에 대한 실질적 니즈는 크지 않다. 따라서 기업의 자발적 채택에 의존하기보다, 제도적 기준이 먼저 마련될 때 수요가 본격적으로 견인되는 특징을 보인다.
최근 유럽연합(EU)의 AI 법(AI Act) 도입 등 글로벌 규제 가이드라인이 구체화되는 흐름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데이터 출처와 보안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명확해짐에 따라, 블록체인의 고도화된 검증 기술이 엔터프라이즈 시장의 필수 요건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글로벌 규제 선행은 이 영역에 걸림돌이 아닌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촉매제’다. 규제라는 명확한 기준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줌으로써, 블록체인 AI가 제도권 안에서 주류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결정적 기회가 될 것이다.
3.5. 케이스 부족
위의 모든 조건들이 맞물린 결과, 시장의 판도를 바꿀 압도적인 성공 사례(Killer Use Case)의 부재로 이어진다. 기존 AI 밸류체인은 챗지피티(ChatGPT)로 시작하여 사례를 증명해 ‘준거 집단’을 통해 천문학적인 자본과 인재를 끌어모았다.
반면, 블록체인 AI 프로젝트들은 초기 커뮤니티의 기대감을 넘어 실제 엔터프라이즈의 업무 환경이나 대중의 일상에서 실질적인 프로덕트 마켓 핏(PMF)을 대규모로 입증한 사례를 아직 만들지 못했다. 시장에 임팩트를 줄 확실한 레퍼런스가 없다는 점은, 보수적인 주류 자본의 유입을 가로막는 가장 결정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4. 블록체인과 AI의 결합은 무가치한가?
시장의 기대감과는 별개로, 현재 블록체인 AI는 주류 산업의 밸류체인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결합은 정말 무가치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현재 블록체인 AI 프로젝트들이 시장에서 외면받는 본질적인 이유는 결합 자체의 모순이라기보다, 각 카테고리 영역망에서 기성 산업의 요구사항과 기술의 지향점 사이에 ‘미스매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통 AI 산업은 명확하다. 이들은 당장 눈앞의 성능, 비용 최적화, 그리고 엄격한 인프라 안정성을 요구한다. 반면 현재 제안되는 많은 블록체인 AI 시도들은 데이터 소유권이나 연산의 투명성, 탈중앙화 같은 담론에 치중해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가치들이 기성 산업 입장에서는 ‘당장 해결해야 할 시급한 병목’이 아니거나, 이를 얻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퍼포먼스 저하(오버헤드)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우리는 본격적인 AI 붐이 터지기 전, 전통 굴뚝산업으로 분류되며 성장성이 정체되었던 전력 인프라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발 전력 병목 현상과 함께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 블록체인 AI가 겪고 있는 냉담함 역시 넥스트 패러다임이 열리기 직전에 거치는 유사한 ‘비즈니스적 시차’의 과정일 수 있다.
관건은 이 과도기를 지나는 동안 시장의 냉정한 요구에 어떻게 응답하느냐다.
결국 앞으로 어떤 전략을 취하느냐에 따라 이 기술의 향방은 두 갈래로 나뉠 것이다. 기성 AI 밸류체인의 기준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당장의 성능 공백을 현실적으로 메우는 길과, 지금의 가치를 고수하며 다가올 다음 세대의 인프라를 계속 닦아 나가는 길이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블록체인 산업의 DNA는 늘 눈앞의 오늘이 아닌, 다음 패러다임의 미래를 선제적으로 바라보고 준비하는 데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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